[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평화교육 단체 피스모모(문아영 대표) 활동가들은 얼마 전 인터넷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글을 찾았다. <뉴스앤조이>에 실린 피스모모 기사를 영어로 번역한 글이었다. '평화를 향한 한 걸음'이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처음에는 피스모모 활동을 소개하는 듯하더니 엉뚱한 곳으로 빠졌다.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홍보로 이어진 것이다.

HWPL은 한국 여러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유관 단체다. HWPL 대표는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HWPL 대표를 맡고 있을 뿐, 두 단체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두 단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사실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피스모모를 언급한 글 제목은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피스모모와 HWPL'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피스모모와 HWPL이 함께 활동하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내용도 그렇다. 처음에는 피스모모 설립 정신과 단체 모토 '가르치지 않는 평화교육'을 소개하더니, 중반부부터는 HWPL이 세계 각국에서 행하는 평화교육이 왜 세계 최고인지 설명한다. 블로그 다른 글도 대부분 HWPL 활동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문제의 블로그 글은 삭제됐다. 글을 발견한 피스모모가 항의하자, 아무 반응 없이 글만 지워졌다. 문아영 대표는 "국내에서 이단 종교로 언급되며 여러 비판에 직면해 있는 입장에서, 그 비판을 충분히 해명하지 않고 평화운동을 표방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HWPL 관련 블로그에 올라온 글. 피스모모와 HWPL을 하나로 엮었다. 지금 이 글은 삭제되고 없다. 블로그 글 갈무리

그는 "국제회의에서 만난 개발도상국 활동가 중에는 HWPL의 재정 지원을 받아 한국에 초대된 경우가 많았다.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가정·교회 파괴
세계에서는 평화 활동?
"문선명 통일교 벤치마킹,
평화운동은 신천지 교리 증명용"

HWPL은 막강한 자금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계속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청년이 많은 곳에서는 IPYG(국제청년평화단체)를, 어떨 때는 IWPG(세계여성평화그룹)를 앞세운다.

HWPL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발리,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프랑스 파리, 미국 시카고 등지에서 '평화 행진'을 진행했다. 모두 현지인과 함께하는 행사였다. 에콰도르 교육부는 HWPL과 함께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천지'라는 이름은 감추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들이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반사회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HWPL 주요 행사 중 하나는 '만국회의'다. 한국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해 전 세계 사람들을 초청한다. 지난 9월 예정된 행사는 신천지 위장 단체라는 사실을 숨기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대관한 사실이 알려져 행사 전날 대관이 취소됐다. HWPL은 경기도청의 대관 취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으로 행사를 강행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가 자신들의 교리를 증명하기 위해 평화운동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신천지는 통일교 문선명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교주 이만희를 평화의 사자로 선전하고, 평화운동을 이용해 세를 확장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한국에서 만국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전 세계 사람이 몰려온다는 교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호 대표는 이 같은 활동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세를 확장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행위가 사회 무관심 속에 독버섯처럼 퍼진다.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 인사들을 한국에 불러들인다. 이는 이만희 신격화에 쓰인다. 신천지의 긍정적 측면으로 대외에 홍보해 포교용으로 사용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는 이와 관련해 HWPL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다. HWPL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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