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자유와 화합의 기적 -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38일간(1989.10.3.~11.9)의 기록> / 베른트 외팅하우스 외 80여 명 지음 / 김성원 옮김 / 국민북스 펴냄 / 336쪽 / 2만 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1989년 11월 9일 동독과 서독을 가르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38일간을 담았다. 1989년 10월 3일부터 동독과 서독 등지에서 일어난 사건의 기록과 묵상 등을 정리했다. 일자별로 △역사 △각성 △고백 △배경 총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역사'는 그날그날의 기록을, '각성'은 당시 상황에 대한 신앙적 통찰과 묵상을, '고백'은 분단 혹은 통일에 대한 체험이나 생각을, '배경'은 알아 두면 좋을 역사적 단체나 사건 혹은 논쟁을 주로 다룬 짤막한 글이다. 요아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 크리스티안 퓌러 라이프치히성니콜라이교회 목사 등 80여 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국경에서 벌어진 일촉즉발의 상태부터 동서 왕래가 자유로워지는 기적의 순간까지를 현장감 있게 다뤘다.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독일 현지에서 출간됐던 책으로, 30주년이 되는 지금, 통일운동가 김성원 <유코리아뉴스> 편집장이 우리말로 옮겼다.

"드레스덴에서는 국경 통과가 거부된 사람들이 교회로 밀려들어 왔다. 52명이 한 교회에 머물렀다. 그들은 여행 허가서만 받으면 당장 떠날 참이었다. 담요와 차가 제공되었다. 드레스덴 지역 의회는 그들에게 출신 지역으로 돌아가면 거기서 출국 허가서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가지 않고 교회에 계속 머물렀다. 동독 정권에 대한 신뢰가 산산이 조각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기차역 상황은 갈수록 혼란스러웠다. 술 취한 젊은이들은 병을 던졌으며 서로 싸웠다. 돌멩이들이 날아와 유리창이 박살났다. 경찰차가 불탔다. 물대포가 가동됐다. 시위대는 2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경찰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체포해 끌고 갔다. 한번 구류되면 보통 24시간 이상 갇혀야 했다. 비밀경찰로부터 많은 심문과 괴롭힘, 구타를 당했다. 폭력적인 상황이 더해 가자 에리히 미엘케(당시 국가안보부장관)와 한스 모드로(마지막 동독 총리)는 그날 밤 불법으로 2000여 명의 군인을 동원, 시민들에 맞서도록 했다." ('1989년 10월 4일(수) 역사' - '혼돈의 기차역', 25~26쪽)

"이 책의 저자인 80여 명은 분단된 동서독이 화해하고 하나 된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그냥 주어진 선물은 아니었다. 감옥살이 같은 억압이 싫어 조국을 등지고 떠나거나 떠나야 했던 무수한 동독인들, 자유와 민주를 바라는 시위와 기도의 목소리를 외면한 그래서 독일 통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했던 정치·교계 지도자들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주류였다.

그럼에도 동독인들은 기도를 시작했고,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섰고, 독재 정권과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토론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 결국, 마침내 28년간 동서독을 갈라 놨던 장벽을 허물어뜨렸다. 책에는 내가 가 보지 못한 독일의 수많은 이름의 도시, 내가 듣지 못한 수많은 이름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 무수한 곳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외치고 행동할 때 베를린장벽은 기적처럼 무너졌던 것이다. 여기에다가 세계적인 냉전의 해체와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도 이런 움직임을 견인했던 것이다." (역자 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독 통일로부터 배울 점',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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