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 준 총회 수습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예장통합 소속 노회 6곳이 수습안을 무효화해 달라고 헌의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소속 노회 6곳이 104회 총회 직후 열린 정기회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용인해 준 총회 수습안을 '무효'로 해 달라는 헌의안을 상정했다.

예장통합 소속 노회는 총 68개다. 이 중 전북노회를 제외한 67개 노회는 2019년 가을 정기회를 마무리 지었다. 제주노회·순천노회·평북노회·부산남노회·전남노회·광주노회는 이번 정기회에서 총회 수습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효로 해 달라고 촉구했다.

제주노회(박영철 노회장)는 총회 수습안 결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10월 초 노회 소속 목회자, 장로 6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총회 결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명성교회수습안무효화를위한제주노회대책위원회' 서기 배성열 목사는 11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기회가 열리기 전 11개 교회가 수습안 철회를 노회에 청원했고, 성명도 발표했다"고 말했다.

노회 당시 반대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배 목사는 "수습안을 찬성하는 분도 있었고, 다음 노회로 넘겨 논의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수습안을 반대하는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 90%에 가까운 찬성으로 '총회 수습안 무효' 헌의안이 통과했다"고 말했다.

배성열 목사는 "교회 세습은 공교회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교회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고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고, 물질을 우상으로 삼는 새로운 차원의 우상숭배다. 하나님 정신에 위배되는 총회 결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노회(최수남 노회장)는 이번 정기회에서 순천중앙교회(홍인식 목사) 당회 청원에 따라 수습안 무효를 논의했다. 홍인식 목사는 "우리 노회에도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분들이 있었다. 당연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내년 봄 노회로 유안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행히 젊은 목사님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하면서 분위기가 수습안 무효로 흘러갔다. 결국 2/3 찬성으로 수습안 무효 헌의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다른 노회들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전남노회 김철수 노회장은 "총회가 (명성교회) 문제를 잘 풀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찬반이 팽팽했는데 거수 끝에 총회 수습안을 무효로 해 달라고 헌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남노회 권영만 노회장도 "아무래도 의견을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총회를 다녀오신 분들은 (수습안을) 이해했는데, 안 다녀온 이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뤄졌는데, 총회 수습안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 헌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북노회(김상곤 노회장)은 총회 수습안을 무효로 해 달라는 헌의안을 청원하기로 했다. 노회 관계자는 "총회 수습안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우리는 반대 의견 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싸움 이어 가면 전도 문 막혀
세습금지법은 살아 있어
명성교회는 특별 케이스"

채영남 수습전권위원장은 "반대 의견은 존중하지만, 이번만큼은 총회 결의를 존중하고 받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은 104회 총회 당시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지 총회 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 고발, 소 제기, 기소 제기 등 일절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명성교회 세습을 재론할 수 없게 조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회 6개가 올린 헌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장이었던 채영남 목사는 "헌의가 됐기 때문에 (105회 총회에서) 논의가 될 것 같다"면서도 "헌의안을 낸 노회가 많지 않다며 영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총회 수습안을 반대하는 의견을 존중하지만, 총회가 결정한 사안인 만큼 따라 줬으면 한다고 했다.

채 목사는 "이 싸움을 계속 이어 가면 전도의 문이 막힌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총회가 '특별 비상 카드'를 내놨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총대들이 절대적 지지를 해 줬던 것이다. 동기와 과정을 잘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회 수습안과 별개로 세습금지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채영남 목사는 "총회가 (세습금지)법에 손을 댄 게 아니다. 법은 존재하고 적용해야 한다. 법을 무시하는 범법 행위를 하면 안 된다. (명성교회는) 특별 케이스다.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 측은 헌의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다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정호 부총회장은 "지금으로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 어떤 이유로 올렸는지,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초법적 요소가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차기 임원회에서 다룰 예정이다"고 말했다.

헌의한 노회들은 강경했다. 홍인식 목사는 "만약 총회가 헌의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일절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사안을 '잠재하고'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싶다. 헌법도 한번 묻어 두고 결정했는데, 수습안이라고 못 하겠는가. 법을 어기면 이렇게 혼란이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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