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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 교사들 이름 부르며 기억한 그리스도인들

4·16생명안전공원 부지 예배…11월 14일 광화문, '진상 규명 위한 연합 기도회'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9.11.04  14: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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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이자 윤리교사였던, 그래서 자신이 구조된 것이 더없이 괴로웠던 강민규 교감선생님."

"새벽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학생들 등굣길 지도를 하셨고,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오랫동안 미수습자로 남아 있다가 작년 집안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으로 뒤늦게 순직 인정을 받은 양승진 선생님."

"4월 16일이 생일이어서 배에서 반 아이들과 함께 생일을 맞았으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뒤늦게 순직 처리가 된 김초원 선생님."

세월호 희생 교사들을 추모하는 예배가 안산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안산 화랑유원지 한쪽에서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 교사들 이름이 울려 퍼졌다.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 80여 명은 11월 3일 '희생 교사들과 함께하는 세월호 예배'를 진행했다.

참사 당시 세월호에는 교사 1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중 11명은 학생들과 함께 숨을 거뒀다. 예배 참가자들은 고 강승진 교감을 포함해 12명 이름을 부르며 애도했다. 희생 교사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참가자들은 소리 죽여 울었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살려 주기 위해 세심하게 애쓰셨고 학년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죽어도 아이들과 함께 죽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박육근 선생님."

"언제나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던 선생님. 남자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가 '배가 침몰해.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였던 전수영 선생님."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농구를 자주 했고 아이들에게 '킹왕짱'이라 불렸으며 임신 중인 아내를 남겨 두고 '바다 해', '봉황 봉', 이름 그대로 바다의 봉황이 되어 버린 이해봉 선생님."

"엄마에게는 여러 가지를 자상하게 챙겨 주는 언니 같은 딸, 학생들에게는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한없이 따뜻했던 꽃 같았던 교사 이지혜 선생님."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 최고의 아버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언제나 가장 먼저 팔 걷고 나섰던 '또치쌤'. 참사 1127일 만에 참사 해역에서 발견된 고창석 선생님."

"엄마에게는 착하고 예쁜 딸, 아이들에게는 일본어를 재미있게 가르치셨던 선생님. 많은 아이를 구하고도 남은 아이들마저 구하려 내려갔다가 구명조끼 없이 발견된 유니나 선생님."

"영어 교사였지만 노래를 잘하셔서 보컬부 지도교사이기도 했던,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선생님'. '아이들에게 엄청 잘하는 선생님'. 남윤철 선생님."

"꼼꼼하고 자상하고 따뜻하고 학생들의 고민을 잘 들어 주어서 학생들이 '아빠'라고 불렀으며 수업 시간에 시와 노래를 자주 들려주었던 낭만적인 선생님. 김응현 선생님."

"동국대 사범대학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모든 일에 열성적이었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상담해 주고 아이들의 아픔에 늘 함께 아파했으며,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낸 최혜정 선생님."

이날 예배에는 80여 명이 참석해 숨진 교사들을 추모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참사 당시 구조된 학생, 헬기 못 타 숨져
진상 규명 위해 122명 고발한 가족들
"하나님의 심판·신원 기대"

최근 세월호 가족들은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가 10월 31일 발표한 세월호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시 바다에서 발견된 한 학생은 맥박이 있었는데도 헬기가 아닌 구명정으로 이동하느라 약 5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돼 결국 숨을 거뒀다. 헬기로 이송했으면 20분 정도 걸렸을 텐데, 당시 헬기는 해경 수뇌부가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뿐 아니라 참사 당일 대부분의 헬기는 구조에 투입되지 않고 팽목항에 대기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얼마나 더 벌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5년 반이 지나도록 참사 진상 규명은 더디기만 하다. 4·16가족협의회는 11월 2일, 세월호 참사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122명을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배 성경 본문은 이사야서 3장 13-15절(표준새번역)이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을 책망하고 심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께서 재판하시려고 법정에 앉으신다. 그의 백성을 심판하시려고 들어오신다. 주께서 백성의 장로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을 세워 놓고, 재판을 시작하신다. 나의 포도원을 망쳐 놓은 자들이 바로 너희다. 가난한 사람들을 약탈해서, 너희 집을 가득 채웠다. 어찌하여 너희는 나의 백성을 짓밟으며, 어찌하여 너희는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을 마치 맷돌질하듯 짓뭉갰느냐. 만군의 하나님이신 주의 말씀이다."

참가자들은 돌아가면서 말씀을 나눴다. 촛불교회를 이끌었던 최헌국 목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오늘 말씀과 같이 악을 행한 자는 그만큼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억울함을 당한 자들이 하나님나라에서 꿈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양 할머니 이세자 장로도 하나님이 어서 와서 심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주님이 빨리 오셔서 광화문에서 재판을 하셨으면 좋겠다. 주님이 (세월호) 엄마, 아빠, 유가족의 마음을 '맷돌질하듯 짓뭉갠' 이들을 책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재영 목사(빈들교회)도 "오늘 말씀을 보면서 묵상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122명을 심판대에 세워 재판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최혜정 교사를 소개하면서 눈물을 쏟았던 손은정 목사(나루교회)는 "(오늘 본문이) 꼭 나한테 말하는 것 같아 뜨끔했다. (중략) 나루교회 교우, 장로, 지도자들은 악행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악행이 드러나고, 세월호 진상이 규명되고, 안전 사회를 위한 기틀이 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은 할머니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심판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월호 예배는 계속된다. 11월 14일에는 기독 단체가 참여하는 연합 기도회가 열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근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하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 전시관은 보수 단체 타깃이 된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어제(2일)도 온갖 행패를 다 부리고, 세월호 가족들 마음을 짓뭉갰다. 숨이 안 쉬어지더라. (중략) 그런데 그 난리를 친 분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작은 모임을 하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더라"고 말했다.

화랑유원지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예배 참가자들은 '함께 비는 복'을 다 같이 낭독했다. "어느새 우리와 함께 걸어 주시는 성령의 사귐이 진실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과 4·16 희생자들 그리고 4·16 가치를 품게 될 4·16생명안전공원에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아멘."

세월호 예배는 계속된다. 11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이 주최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연합 기도회'가 열린다. 12월 1일 일요일 오후 5시 화랑유원지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는 일반인 희생자들과 아이들 곁으로 먼저 간 세월호 활동가들을 기억하는 예배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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