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에서 혐오 표현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특정 속성을 이중으로 가지고 있다면 혐오 표현에 더 많이 노출된다. 여성, 난민,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 노동자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을 향한 혐오 표현이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위원장)는 한국 사회 상황에서 본 혐오 표현의 개념과 유형, 해악, 대응 방법 등을 정리한 <혐오 표현 리포트>를 10월 28일 공개했다. 이 소책자에는 혐오 표현을 논의할 때 고려해야 할 기본 내용이 모두 담겼다. 한국에서 혐오 표현을 꾸준하게 연구해 온 이들이 집필했다.

이 책이 정의하는 혐오 표현은 무엇일까.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명백한 혐오 표현이다. <혐오 표현 리포트>에 따르면, 이 표현은 '모욕형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 특정 속성을 지닌 집단을 향해 역겨움, 더러움 등으로 불쾌감을 표하는 경우다. 동성애와 에이즈 환자에 두 계층을 향한 혐오가 동시에 들어가 있다. 동성애자가 HIV/AIDS를 옮기고 다니는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발언이다.

'변태 성중독', 'AIDS 전염' 등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 표현이 그대로 담겨 있는 피켓. 뉴스앤조이 이용필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장소 반대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동성애 박멸 동성애 퇴치 깨끗한 한국", "동성애자는 지구를 떠나라"고 말하는 것은 '선동형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 <혐오 표현 리포트>는 이런 발언은 '혐오'라는 감정을 넘어 특정 집단을 향해 차별·폭력을 선동한다. 차별 선동은 기본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대중을 향해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혐오 표현을 듣는 집단은 더욱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반동성애를 외치는 이들은 교회 강단, 거리, 미디어 등에서 퍼지는 혐오 표현을 '표현의자유'라고 주장한다. 혐오 표현이 지닌 해악을 간과한 주장이다.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삼는다. 표현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혐오 표현 리포트>는 혐오 표현이 미치는 해악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혐오 표현을 들은 사람은 위축감, 공포감, 정서적 스트레스를 느낀다. 혐오 표현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자신을 비하하거나 스스로를 부정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혐오 표현은 또 개인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며,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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