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선민교회는 윤이남 원로목사가 개척했다. 최근 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웠다. 윤 목사는 중간에 다른 목사가 시무를 했기 때문에 세습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민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 용인해 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총회 직후 세습을 강행하는 교회들이 나오고 있다. 구리 밀알교회(이석형 목사)에 이어 여수 선민교회(윤이남 원로목사)도 최근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줬다.

선민교회는 윤이남 원로목사가 1981년 개척했다. 한때 교인 300명이 출석했으며, 40억 원 넘게 들여 예배당을 크게 짓기도 했다. 선민교회는 윤 목사 은퇴 직후인 2012년경 이 아무개 목사를 담임으로 세웠다. 이 목사는 임시목사로 3년간 목회했지만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사임했다. 이후 은퇴한 윤 목사가 선민교회를 이끌어 왔다.

윤이남 목사는 아들을 데려올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후임자가 300명이 다니던 교회를 80명으로 만들었다. 왕창 망했다. 교인들이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면서 둘째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교회가 빚이 많아서, 나한테 나오는 사례비 150만 원을 아들에게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교회 세습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윤 목사는 자신이 은퇴한 지 10년 정도 됐고, 중간에 다른 목사가 시무했기 때문에 교단의 세습금지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이 타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도 참작해야 한다고 했다. 아들 목사는 10월 28일 예장통합 여수노회(정훈 노회장)에서 다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윤 목사는 "내가 바로 물려줬다면 명성교회처럼 문제가 됐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총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워 다른 목사를 청빙할 형편도 안 된다고 했다. 윤이남 목사는 "지금 예배당을 지을 때 40억 넘게 들었고, 남은 빚이 15억 정도 된다. 이자를 내가 책임지고 있다. 장로들은 헌금을 잘 안 낸다.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낸 헌금만 10억 정도 된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현재 예배당 시세는 60억 정도 되며, 예배당을 팔지 못하도록 유지재단에 가입해 놓았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김삼환 목사 입장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명성교회 한 달 예산만 수십억 된다. 병원도 운영하고 여러 일을 하는데, 김삼환 목사가 아니면 안 돌아간다. 이런 사정이 있다 보니 변칙적으로 세습한 것인데, 장신대나 젊은 목사들이 반대하고 난리를 쳐서 시끄러워졌다"고 말했다.

자기 교회는 '세습'과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목사는 "교회를 개척한 입장에서 계속 유지하고 싶다. 아들은 영어 목회를 잘한다. 교회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노회는 윤이남 목사가 선민교회를 아들 목사에게 물려준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훈 노회장(여천교회)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교회는 참 약하다. 교인도 얼마 없고 빚도 많다. 3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실제 수는 훨씬 적은 것으로 안다. 누구한테 가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세습금지법을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아들이) 가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세습을 강행하는 교회들이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편,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렵고 올 만한 목사가 없다는 이유로 아들 목사를 청빙한 밀알교회는 10월 20일 공동의회를 열었다. 만장일치로 이석형 목사의 아들을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밀알교회가 소속한 서울동북노회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식 노회장은 "아직 (세습금지)법이 살아 있다. 법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청빙 서류가 노회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들어오더라도 받을 수가 없다. 노회가 법을 초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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