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생명평화마당(생평마당·한경호 대표)이 두 번째 '작은 교회 아카데미'를 연다. 11월 25~27일 춘천 요한피정의집에서 2박 3일간 책 5권을 읽으며, 집중적으로 토의하고 고민할 기독교인을 찾고 있다.

생평마당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작은 교회 박람회'를 열었다. 전국 곳곳에서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작은 교회들을 소개했다. 2018년부터는 아카데미 체제로 바꿔 교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탈성장'을 주제로 개최한 첫 모임에는 목회자·교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주제는 '탈성직'이다. 위계화한 성직 개념을 벗어 버리고, 목사와 교인 간 관계를 다시 정립한다. 작은교회아카데미위원장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는 "더 이상 '제도'로서의 목사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를 10월 29일 만나, 아카데미 취지와 함께 나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교회 아카데미를 주관하고 있는 이정배 교수는 두 번째 주제 '탈성직'을 통해, 위계나 위상이 아닌 '존재'로서의 성직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먼저 '탈성직'을 주제로 잡은 이유를 묻자, 이정배 교수는 "연봉이 7000~8000만 원 되는 목사도 있는 반면, 연봉 자체가 없는 목사도 있다. 현실에서는 이중 삼중 직업을 갖고 목회를 한다.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성직'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교회 아카데미는 2박 3일간 책 5권을 집중적으로 읽고 나눈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도 5권을 읽는다. 이정배 교수는 제일 먼저 울리히 벡이 쓴 <자기 안의 신>(프런티어21)을 소개했다. 그는 "벡은 종교사회학 관점에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많이 부족하다고 봤다.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를 통해 교인들을 교리와 틀에서 해방시켰지만 또다시 성서에 매이게 했다. '만인사제직'을 실현하고, 인간을 독립적이고 근대적인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서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인사제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캅의 <평신도 신학>(한국기독교연구소)은 과정신학 관점에서 성직을 바라본다. 이 교수는 "과정신학은 이 세상 자체가 완결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process)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존 캅은 성직이 '역할'일 뿐이며, 평신도와 더불어 함께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성직 자체는 '존재론적인 위상'이 아니다. 성직은 차별적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현대 한국 개신교가 크게 주목하지 않는 기독교 신비주의 전통도 공부한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하느님과 하나 되어>(분도출판사)를 읽는다. 이정배 교수는 "신비주의 역시 엄연히 기독교 전통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는 하나님과 인간이, 제도나 매개자 없이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신비적 합일' 전통을 다 부정하고 있다"며 영성이 절실한 이 시대에 신비주의 전통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모·함석헌 등 평신도 신학에 관한 한국적 전통도 살펴본다. 이 교수는 "씨알 사상은 씨앗이 스스로 흙을 뚫고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교인들의 주체적 역할을 살펴볼 기회라고 했다. 그는 "유영모 사상을 엮은 <빈탕한데 맞혀놀이>(동연)를 읽으며 한국적 전통과 수행의 가능성을, 오재식 박사의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대한기독교서회)을 읽으며 근현대사 투쟁 현장의 삶을 찾아본다. '성직'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성직자'가 되는 것인지 유영모와 오재식의 삶에서 살펴본다"고 말했다.

탈성직을 주제로 다루는 아카데미인 만큼, 첫날 개회 예배 설교는 박종선 장로(새맘교회)에게 맡겼다. 둘째 날 저녁에는 현장에서 이중직 목회를 하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와 장병기 목사(지금여기교회)의 '탈성직' 실천 사례도 들을 예정이다.

이정배 교수는 "무엇을 먹으러 다닐지, 어디를 갈지, 어느 그룹에 속할지 고민하는 게 성직자인가. 단순히 자본주의 욕망대로 달라고 구하는(invocation) 기도만 해서는 안 된다. 구하는 기도는 내가 말하는 것이다. 명상(meditation) 기도로 나아가야 한다. 침묵할 때 내 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목사만 말하려 하지 말고 평신도도 설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삶 없이 시스템상으로만 인정받는 목사, 3~4년간 특정 과정만 배우고 끝내는 '제도'로서의 목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는 20~3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정배 교수는 "지난해 아카데미 때 새로운 교회를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이 꽤 왔다. 도전받고 목회에 나서거나 작은 교회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번에도 몇 명이 오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려 한다. 하나님의 천사들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참가비 10만 원을 납부하면 된다. (문의: 02-6080-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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