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는 11월 2일에도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이쯤 되면 전국구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클 줄 몰랐다." 개신교계를 담당하는 경찰 정보관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두고 한 말이다. 5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성명을 발표할 때만 해도 '별일 있겠느냐' 생각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8월 15일, 10월 3일·9일에 이어 25일에도 '문재인 퇴진'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보수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태극기 부대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하면서 집회는 탄력을 받았다. 특히 25일은 평일이고 밤을 새우는 철야 집회인데도 광화문광장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인파로 가득 찼다.

무대에 선 인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전광훈 목사를 추어올렸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전 목사를 "모세의 지도력, 솔로몬의 지혜, 다윗의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며 상찬했다. 26일 철야 기도회 무대에 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전광훈 목사님, 오늘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이 수고하셨다. 뜨거운 박수 부탁한다"면서 "똘똘 뭉쳐서 문재인 정권을 이겨 내자"고 독려했다.

전광훈 목사를 향한 지지는 종교도 넘어섰다.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응천 스님은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님께서 이 나라의 국운을 먼저 아시고 앞장서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큰 박수를 보내 달라"고 했다. 전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너알아TV' 생중계 영상에는 "참목사", "하나님이 세운 사람", "종교는 달라도 전광훈 목사님을 지지합니다" 등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렸다.

'빤스 목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퇴진 대규모 집회를 총괄하면서 '우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전 목사가 집회 현장에 나타나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달려들어 같이 사진을 찍고, 손을 붙잡고 인사를 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 목사가 대통령을 향해 '이놈', '저놈', '개자식' 등 막말을 할 때 희열하고 통쾌해한다.

전광훈 목사는 거침이 없다. 그는 10월 27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주일예배에서 "문재인은 좌파도 공산주의도 아니다. 사탄이다 사탄. 그래서 쳐내기로 했다. 이것은 우리의 생존 문제다. 개인, 가정, 사업, 교회가 잘되기 원하면 문재인 이놈을 하루빨리 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집회를 하겠다면서 오는 토요일(11월 2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반정부 집회에는 수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10월 9일 광화문광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 주장은 새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공산·사회주의로 전향하려 하며, 국가를 북한 김정은에게 통째로 넘기려 한다고 말한다. 철 지난 반공 사상으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데, 목사와 교인들은 이를 철석같이 믿으며 '문재인 퇴진'을 외친다.

문제는 교계에서 합리적 보수라고 평가되던 목사들까지도 터무니없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기총에 이단을 끌어들였다며 전광훈 목사와 선을 긋던 '정통' 교단 소속 목회자들도, 전 목사와 그가 여는 집회에 조금씩 우호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선을 그어 줘야 할 교계 원로들도 외려 전 목사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도 탄압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목사는 강단에서 설교할 수 없고, 교회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개연성 없는 주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두려워했고, 절박했다.

실체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두려움을 느꼈다. 전광훈 목사가 휘저어 놓은 판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휩쓸리는 교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렇다. 언젠가 이 일이 끝났을 때 누군가는 기억하고 물을 것이다. "왜 그때 기독교인들은 전광훈 목사와 선을 긋지 못하고 오히려 그에게 힘을 실어 줬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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