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이용필 기자] 대형 교회 목사의 전별금 문제가 공분을 사고 있다. KBS는 10월 21일, 소망교회 2대 담임을 지낸 김지철 목사가 사실상 거액의 전별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김 목사가 매달 급여로 730만 원을 받으며, 교회로부터 아파트·사무실·차량도 지원받는다고 했다.

김지철 목사의 은퇴와 예우 수준은 이미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교계 신문들이 1년 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의 방점은, 대형 교회를 담임하다 은퇴하는 목사에게 흔하게 주어지는 거액의 '전별금'을 김 목사가 거절했다는 데 있었다. 실상은 일시금으로 받지 않았을 뿐, 10년간 나눠 받는 것이었다.

KBS는 소망교회 한 장로 말을 인용해 "김 목사가 세금 문제 때문에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김지철 목사가 사실상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지금처럼 연금 형식의 전별금을 받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목사가 쓰는 아파트와 사무실, 차량 등도 교회 소유라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KBS는 김 목사가 받는 혜택이 사실상 퇴직 급여에 해당한다며, 총액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세무 전문가 견해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상황에서, 사실상 수십억 원가량의 퇴직금을 받은 당사자인 김지철 목사는 이에 대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고 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거액을 나눠 받는다는 보도에 여론은 들끓었다. KBS 보도 직후 소망교회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관련 기사에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퇴직금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적정치 못한 금액이다", "예수 팔아 호의호식하는 사람들, 그래도 수요가 있으니 연명이 되는 거겠지만 영업하려면 세금은 좀 내라"와 같은 비난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KBS 보도로 대형 교회 목사의 전별금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논란이 일자 김지철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10월 23일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 앞뒤가 다른 이중적인 사람, 돈만 챙기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KBS의 보도는 나를 슬프게 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안타깝게 했다"며 과세를 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보도 내용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은퇴 전 당회에 한국교회 개혁과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일에 쓰임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당회가 협력해 주었다는 식으로만 썼다.

소망교회 측도 KBS 보도에 반발했다. 은퇴준비위원장이었던 임 아무개 장로는 "내야 할 세금은 다 내고 있다. 사택과 사무실, 차량 등은 교회 소유다. 사무실은 5년간만 지원하며, 사택과 차량은 목사님 유고 시 다시 교회로 귀속된다"고 말했다.

임 장로는 KBS 보도에 나온 "김 목사가 세금 문제 때문에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도 해명했다. 그는 "목사님이 '세금 때문에'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목사님은 자신이 원로목사도 아닌데 거액을 일시금으로 받기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한 것이다. 세금 이야기는 당회 논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누군가가 그걸 악의적으로 목사님이 말했던 것처럼 기자에게 언급한 것 같다"고 했다.

임 장로는 "분명 KBS 기자에게도 다 얘기했는데, 마치 우리가 탈세를 위해 위법행위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 목사님은 16년간 갖은 고생을 해 가며 교회를 안정시켜 놨다. (교회가) 대우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김지철 목사는 소망교회에서 16년간 목회했다. 교회 측은 공로를 인정해 원로목사에 준하는 예우를 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실제로 KBS 보도처럼 김지철 목사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것은 아니다. <뉴스앤조이> 확인 결과, 실제로 김 목사는 매달 받는 사례비 730만 원을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해 세금 57만 원을 원천징수로 내고 있었다.

김 목사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10년간 나눠 받는다는 의혹은 얼마나 신빙성 있을까. 지금처럼 매달 730만 원씩 10년간 받는 사례비는 총 9억 원이 되고, 세금은 약 7000만 원이다. 만약 9억 원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증여세가 적용돼 세금은 약 2억 5000만 원이 된다.

이에 대해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당연히 일시불로 받을 때 세금을 더 많이 낸다. 다만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10억을 받은 목사가 나중에 죽으면, 그 돈은 가족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매달 분할로 받다가 죽으면, 남은 돈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장단이 있다. 과세 여부를 살펴야지 받는 형식을 문제 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 명의로 사택과 사무실, 차량을 제공받아 발생하는 면세 혜택은 문제라고 했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재산을 목사 개인에게 준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무상 사용에 관한 혜택을 누리는 건 분명하다. 경제학 관점에서는 개인이 누리는 혜택 자산 금액의 일정 비율은 결국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비과세 여부를 떠나 은퇴한 목회자의 활동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록 담임은 아니지만, 은퇴 목회자가 여생 동안 의미 있는 사역을 한다면 (교회의 지원은) 사역 활동비 개념이 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예우하는 차원이라면 '소득'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 대비 못한 목사 위해
은퇴 이후에도 생계 지원 취지
조용기 목사 퇴직금 200억
곽선희 목사 지원금 91억
사회 상식과 동떨어져

교회 측 주장대로 탈세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은 대형 교회 내에서 통용되는 관행과 한국 사회 일반의 인식 사이에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는지 보여 줬다. 대중은 과세에서도 많은 혜택을 받는 목사가, 은퇴하고 나서도 한국 사회 서민들은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큰돈을 받고 있다는 데 분노했다.

대형 교회 목사의 과도한 전별금 내지 퇴직금, 은퇴 예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2008년 퇴직금 명목으로 교회에서 200억 원을 받았다. 교회 측은 조 목사가 50여 년간 쉬지 않고 목회 활동을 해 온 보답 차원에서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조 목사는 지금도 계속해서 설교하며 사례비 등을 따로 받는다.

소망교회 설립자 곽선희 원로목사는 2003년 퇴임 당시 전별금 10억 원을 받았다. 원로목사 예우로 아파트·사무실, 비서 급여도 따로 제공받았다. 소망교회 측에 따르면, 곽 목사는 은퇴 이후 2003년부터 2017년까지 교회에서 총 91억 원(아카데미하우스 운영비 43억 포함)을 지원받았다.

명성교회는 2015년 퇴직하는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퇴직금·공로금 명목으로 29억 6000만 원을 책정한 바 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어려운 이웃과 교회에 써 달라며, 이 돈을 교회에 헌납했다. 김 목사 또한 은퇴 이후에도 명성교회에서 설교를 계속하며 사례비 등을 따로 받는다.

원로목사 예우를 헌법으로 정해 놓는 교단도 있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담임으로 시무해 온 목사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원로로 추대하는 것이다. 물론 교인들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영훈 대표총회장) 같은 경우, 원로목사가 되면 담임목사 사례비의 70%를 지급받는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원로목사 제도는 평생 교회에 헌신하다가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목사들에게 교회가 은퇴 이후 생계를 어느 정도 책임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한국교회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교회 목사들은 이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형 교회 담임목사는 현직에 있을 때 대부분 연봉을 1억 원 넘게 받는다. 은퇴해서 60~70%만 받는다고 해도 연봉 1억 원에 육박한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전별금이 논란이 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중 삼중으로 돈을 수령하는 데 있다. 교회에서 전별금은 전별금대로 받고, 매달 사례도 받으며 집과 차도 제공받는다. 여기에 매달 교단 연금이나 일반 연금을 수령하는 목사도 있다.

이런 모습은 목사가 은퇴 이후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교회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서민들은 꿈꿔 보지 못한 돈을 현직에서도 받다가, 노후에도 벌어들이는 셈이다. KBS 보도에 나온 소망교회 한 장로의 "소망교회의 사회적 위치를 보면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담임목사 연봉은 1억 5000만 원가량", "그 돈을 자녀 교육에 거의 소진하니까 은행에 돈이 남아있거나 본인 소유의 집을 가질 형편이 못 된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일반인이 '괜찮다'는 수준으로 낮춰야
일부 교인, 돈 주는 걸 사랑으로 착각"
"거액 전별금은 메가 처치에서만 나타나
사회뿐 아니라 보통 교회와도 괴리"

대형 교회 목사들은 은퇴 후에도 금전적으로 상당한 예우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손봉호 교수는 일반인이 봤을 때 괴리감이 들지 않을 정도 수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이 드러나면서, 목사는 일반인보다 검소하며 교회는 기업 논리와 다르게 움직일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는 무너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과도한 전별금이나 은퇴 예우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전한 상식선에서 전별금을 맞출 필요가 있다. 김지철 목사에 관한 대우도 지나친 면이 있다. 일반인이 봤을 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또 목회자는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교인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교인과 장로들이 목사를 사랑하는 방식이 너무 세속적이다. 돈 가져다주는 걸 목사를 사랑하는 걸로 착각한다. 기독교와 관련 없는 물질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는 "큰 교회에서 전별금 사건이 주로 일어난다. 대형 교회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교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전별금은 대형 교회만의 특수 현상으로, 교회와 사회뿐 아니라 교회와 교회 사이에도 단절을 만든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이사는 "거액의 전별금은 일부 메가 처치에서만 드러나는 현상이다. 대형 교회 안에 있는 파워 엘리트들이 '우리 교회는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다'고 하는 일종의 메시지다. 때문에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보통의 교회와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부의 불균등이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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