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수습안을 반대하는 호남신대 신학생들이 명성교회 세습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양수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총회 결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습안을 철회하고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단 안팎에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호남신학대학교(최흥진 총장) 신학생들도 총회 수습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회를사랑하는호신학생모임'은 '2019 종교개혁제' 행사를 맞아 10월 22일 명성교회 세습 반대 간담회를 열었다. 광주·전남 지역 세습반대위원회로 활동 중인 김병균·장헌권·조규성 목사와 윤춘주 변호사(법무법인 서석), <뉴스앤조이>가 패널로 참여했다.

간담회는 명성교회 지원금으로 세운 호남신대 '명성사회봉사관' 앞에서 열렸다. 명성홀 외벽 곳곳에는 '명성교회 세습 반대', '종교개혁 교회 개혁' 문구가 적힌 피켓이 붙어 있었다. 신학생과 목회자 50여 명이 참석해 간담회에 귀를 기울였다.

사회를 본 이희영 전도사는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점을 목회적 차원에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병균 목사는 분에 찬 듯 말했다. 김 목사는 지역사회에서 40년간 빈민 운동과 사회 선교 활동을 해 왔다. 현재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목사는 "2000년 역사에서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준 데는 한국교회밖에 없다. 수백 교회가 그렇게 하고 있다. 자식에게는 영광이 아닌 십자가를 물려주라고 말하고 싶다. 죄란 무엇인가. 공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공교회를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소속 교회 장로인 윤춘주 변호사는, 총회가 세습금지법을 제정한 이상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교단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명성교회 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김삼환 목사가) 진짜 은퇴한 건가. 정년 퇴임한 후에도 활동을 계속 이어 가고 있다"며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고백한다면 절대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대형 교회를 물려주는 건 개인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백하게 법을 어겼는데도, 총회가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윤 변호사는 "우리 교단이 헌법을 만든 취지를 생각해 보자. 하나님과 세상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중략) 이렇게 헌법을 고의로 위반한 사람을 면직하지 않고, 총회가 면죄부를 주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세습하겠다는 교회가 나오는 것 아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도 말을 보탰다. 수습안 결의로 명성교회는 살지 몰라도 총회는 어려워질 것이다. 수습안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만을 조건부로 용인해 주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특혜'이다 보니, 교단 안팎에서 총회를 비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습금지법은 이미 사문화했다며 세습을 강행하는 교회까지 나왔다. 앞뒤 안 맞는 결의를 한 총회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습안을 통과시킨 104회 총대들을 비판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광주NCC 인권위원장 장헌권 목사(서정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총회 석상에서 호소했다. 참석한 총대들은 '뭐에 홀린 게 아닌가'라며 자신들도 어이없어 했다. 또 그렇게 중요한 결의를 하는데, 통성기도 한 번 하고 거수로 해 버렸다. 이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104회 총회는 지난해 총회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서 진행됐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수습안도 76% 찬성으로 통과됐다. 1년 만에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인용 △세습 사태에 따른 피로감 등이다. 총회 재판국이 103회 총회 주문에 따라 바른 판결을 내리면서 오히려 총대들의 반발감이 사그라진 것이다. 또 장기화하는 명성 세습 사태를 이번에는 꼭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총대들 사이에 형성됐다.

조규성 목사(서광주교회)는 "총대들 평균연령이 62세다. 피로감이 상당히 컸다. 시끄러운 게 싫고, 개교회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명성교회 문제를 바로잡고 싶다면 더욱 열정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김삼환 목사는 자신이 피땀 흘려 세운 교회를, 온 인생을 바쳐 일군 교회를 위해 온 몸을 던졌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망가질 것 같으니까. 그래서 자식에게 준 것이다. (중략) 단순히 우리가 '세습 반대'를 외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똘똘 뭉쳐서 열정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노회가 총회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총대를 파송해 명성교회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선배 목회자들, 권면·응원
"교단 소속 7개 신학교 똘똘 뭉쳐야
세상과도 소통·연대하라"

이번 간담회는 명성교회 지원금으로 만든 명성사회봉사관 앞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양수민

질의응답 시간은 신학생들을 향한 '권면'과 '응원'으로 채워졌다. 한 신학생은 "교단의 토양을 바꾸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도 있더라. 돌멩이들이 소리칠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신학생은 "총회 7개 신학교가 함께 수업을 거부하면 수습안 결의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조규성 목사는 "한국교회는 항상 문제가 있었다. 죄인들의 모임이니까. 소망이 없어 보인다고 벗어 던지면 안 된다. 계속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씨름하며 나아가야 한다. 교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신학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공부하라. 목회는 목회자가 돼서 해도 된다"고 말했다.

7개 신학교 학생 모두가 뭉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목사는 "모두가 나서면 되겠는데 그게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 모임을 주도한 분들은 당장 전임전도사, 부목사를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할 거면) 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숫자로 이겨 내야 한다. 7개 신학교의 모든 학생이 똘똘 뭉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헌권 목사는 신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 언론과의 공조도 모색하라고 조언했다. 장 목사는 "교회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즉 예수님 마음으로 싸우고 투쟁해야 상대방이 감동하고 설득도 된다. 그래야 대중성도 확보할 수 있다. 연대도 중요하다. 신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와도 연대할 필요가 있다.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일반 언론에도 활동 내용을 알리는 등, 밖에 있는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를사랑하는호신학생모임은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10만 서명 △세습 인식 설문 조사 △세습 반대 결의문 공동 서명을 진행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은 '명성교회 세습 반대', '종교개혁 교회 개혁'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양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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