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자, 패널분들 무대로 입장해 주세요."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패널 3명이 무대로 올라갔다. 청중 120명은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사회를 본 <뉴스앤조이> 구권효 편집국장이 "팬미팅하러 온 것 같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졌다.

<뉴스앤조이>가 10월 11일 서울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개최한 '#내가_임근옥이다 - 어쩌다 이단된 목사들의 이야기' 공개 좌담은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황당한 이유로 교단이 '이단'이나 '교류 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대옥 목사(전 한동대 교목)의 이야기를 듣고자 참가 신청한 사람 숫자가 하루 만에 좌담장 정원 120명을 넘겼다.

<뉴스앤조이>가 주최한 공개 좌담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임보라 목사, 김근주 교수, 김대옥 목사.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개 좌담 참가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세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온 사람이 많았다. 좌담 시작 전 기자와 만난 한 참가자는 "평소 김근주 교수님 강의를 즐겨 듣는다. 이번에 (강의 금지) 결의를 받으셨다고 해서 응원차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임보라·김근주·김대옥 세 분이 한자리에 모이는 걸 쉽게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자 찾았다"고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소속 한 전도사는 "성소수자 문제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화두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최전선에 서서 목회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가 있는 현장을 누벼 온 오현선 교수(전 호남신대)도 볼 수 있었다. 오 교수는 "한국교회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명목하에 동성애·이슬람 혐오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한국교회를 옥죄는 현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임보라·김근주·김대옥과 같은 목회자들이 계시다는 점이다. 포비아 현상에 맞서는 세 분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 좌담은 2시간 동안 밀도 높게 진행됐다. 패널들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쏟아 냈다. 거침없는 입담에 참가자들은 웃음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짓기도 했다.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신흥 이단(?)으로 정죄당한 목회자들은 한국교회를 비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심층 조사 없이 이단으로
"총회는 힘세지만 두려움 많아"
"교단 이대위, 현대 신학 흐름 관심 없어"
"재임용 막기 위해 교단 이용 정황"

성소수자를 위해 목회 중인 임보라 목사는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죄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안녕하세요, 이단 3년 차입니다." 임보라 목사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 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근주 교수는 구약을 연구하고 있다고 짧게 소개했다. 김대옥 목사는 "정말 어쩌다가 이단이 된 목사다. (교단들이) 김근주 교수에게 시비 거는 건 이해되는데, 나 같은 시골 동네 목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 당혹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재작년 8개 교단 연합 이단대책위원회가 이단으로 판정하면서 언론에 회자됐다. 언론을 통해서만 임 목사를 접한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그를 이단 내지 '극진보'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냉전 시대, 공산당을 '뿔 달린 마귀'로 연상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임보라 / 실제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2017년 8개 교단 이대위가 '퀴어 성서 주석' 발간과 연관 지어 나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했는데, 정작 퀴어 주석은 아직 발간되지도 않았다. 보지도 않고 이단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분들은 정말 공부를 안 한다. 현대 신학의 흐름, 교회 및 세계 현실의 아픔에 관심이 없다.

특히 작년 예장통합 총회가 8개 교단 이대위 조사 결과를 근거로 나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게 안타깝다. 나는 예장통합 소속 교회에서 자랐다. 재작년 8개 교단 이대위 결의 후 1년 동안 반박도 많이 나왔는데, 그냥 그대로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해 버렸다. 내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 차원에서도 항의했는데, 이후 어떤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대옥 목사는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 안에서는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수지만, 교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김 목사의 이단 시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처한 상황을 같이 살펴야 한다. 그는 명확한 이유도 없이 학교에서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교원심사소청위원회는 두 차례나 김 목사 손을 들어 줬지만, 학교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까지 걸었다.

김대옥 / 한동대 일부 교수와 나를 조사한 교단들은 크게 △하나님나라 신학 △이슬람 △동성애에 관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내세가 아닌 현재적 맥락에서 하나님나라를 언급하고, 이슬람 선교사 출신으로 객관적·호혜적 입장에서 이슬람을 소개했더니 '이슬람 옹호자', '종교다원주의자'라는 오해가 생겼다.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책이나 글도 쓴 적 없는데, 어느 순간 동성애 옹호자가 됐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이단으로 몰고 가려는 정황도 있다. 지난해 예장합신 소속 노회 3개가 나의 이단성을 조사해 달라고 청원했다. 3개 노회는 각각 하나님나라 신학, 이슬람, 동성애를 문제 삼았다. 헌의안 내용이 겹치지도 않았다. 나의 재임용을 원하지 않는 분들과 정치적 교감이 작동하지는 않았나, 조심스레 의심한다.

예장합동은 김근주 교수가 동성애·동성혼을 지지하는 비성경적 강의를 한다며 소속 교회에서 특강 금지를 결의했다. 김 교수는 구약학자로,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어떤 전문적인 견해를 밝힌 적도 없다. 다만, 구약을 강의하던 중 크리스천들이 오해하는 본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교단이 문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근주 / 간혹 이사야를 강해해 달라는 요청이 온다. 이사야서 전체 핵심은 1장 안에 다 들어있다. 1장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너 소돔아, 고모라야'라고 부른다. 왜 그렇게 불렀을까. 66장까지 다 읽어도 동성애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딱 한 번 예루살렘을 '창기'라고 이야기하는데, 우상숭배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의와 공의가 없어서 음란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권력자들이 도둑놈과 한패가 되어 뇌물을 받고, 고아와 과부를 무시해서 창기라고 부른 것이다. 이사야에서 소돔·고모라는 정의 실종의 문제인 것이다. 동성애가 문제가 아니다. 이걸 가지고 동성애를 운운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까지 계시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교회가 노예제도, 천동설, 여성 안수 반대 등을 지지해 왔다. 오늘날 우리가 성경 글자만 가지고,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도외시한 채, 전달 수단을 계시라고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김근주 교수는 '특강 금지'를 결의한 예장합동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김 교수는 "존재를 죄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단들은 '이단' 혹은 그에 준하는 치명적인 결의를 하면서 심층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마음대로 칼을 휘둘렀다. 세 목회자는 소속 교단뿐만 아니라 활동 영역, 분야가 다 다르다. 교단들은 공통점 없는 세 목회자를 '동성애 옹호자'로 묶어 이단성 시비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8개 교단 이대위는 2017년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지만, 예장합동이 일방적으로 책, 설교문, 비디오 녹화 등 일체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게 다였다. 김근주 교수와 김대옥 목사는 자신에 대한 조사나 결의 사항을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 구권효 국장은 "무례하고 모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단들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김근주 / 총회는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총회의 선언은 일선 교회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친다. 보수 개신교회는 각종 인권조례를 반대하며 지자체에 항의 전화 폭탄을 날려 무산시킨 경험이 있다. '쪽수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은 앞으로도 거침없이 힘을 휘두르고 단결할 것이다.

교단들은 한편으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사회와 문화는 급변하는데, 목회자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든 성소수자든 목사들이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다. 목사들이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물결에 대응하기 어렵다 보니 계속 선을 긋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손에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교단이다.

"세습은 할 수도 있으니 기회 주고
동성애는 안 할 것 같으니 목숨 걸고 반대"
"내부 수치 가리는 '물타기'용"

패널들을 응원하러 온 참가자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국교회는 동성애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 싶으면 반대 목소리를 내며 극렬하게 저항한다. 차별금지법,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인권조례 반대 등이 대표적이다. 아예 총회 자체적으로는 반동성애법을 만들어 시행하기까지 한다. 왜 한국교회는 유독 동성애에만 극렬하게 저항하는 걸까.

김근주 / 목사들이 '앞으로 내가 동성애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을 향해 존재 자체가 죄라고 소리치는 거다.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눈감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들도 세습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김삼환 목사에게는 (총회 석상에서) 말할 기회를 줬다. 반면, 성소수자를 향해 따뜻한 마음을 보여 줬던 신학생들은 결국 목사 고시에서 탈락했다. 자기가 안 할 것 같은 일에는 순교할 각오로 핏대를 세우며 반대하고, 자기가 할 수도 있겠다 싶은 일은 방조했다. 추악한 모습이다.

명성교회 세습을 줄곧 반대해 온 장신대 교수들은 '무지개 퍼포먼스' 문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세습 반대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 했다는 건데, 결과적으로 닭 쫓던 개가 됐다. 명성교회 세습은 통과됐고, 학생들은 징계를 받았다. 명성교회가 세습 안 하면 한국교회에 변화가 일어날까. 세습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성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표현해도 징계당할 염려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대옥 / 갈수록 줄어드는 교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교단들이 '물타기'하고 있다고 본다. 동성애와 관련해 극단적 발언을 하면서 내부 수치는 가리고 있다. 마치 정치판처럼, 엉뚱한 허수아비를 공격하면서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것이다. 동성애는 기독교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블랙홀과도 같다. 동성애 코드 하나만 던져 놓으면 손쉽게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야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보라 / 우리 세 사람의 공통점이 뭘까 생각해 봤다. '존재에 대한 앎'이 공통적 경험이 아닐까 싶다. 아마 누군가 커밍아웃을 했을 것이고, 어떻게 생각하고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지난 10년간 다양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만났다. 부모가 목사·장로인 분들이 상당수였다. 어떤 교단이든 성소수자가 없을까.

지금 한국교회가 놓치고 있는 건 존재에 대한 앎이다. 앎이 없어도 너무 없다. 무관심이야말로 정말 큰 죄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생명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직접 만나 대화
"새로운 사람의 출현이
성경 해석 단번에 바꿔"

김대옥 목사는 왜 자신이 이단으로 규정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는 좌담 신청을 받으며 패널들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다양한 질문 가운데, "세 분 모두 출신이나 배경이 다른데 어떻게 성소수자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하다"는 응답이 있었다. 구권효 국장은 "어찌 보면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열린 마음이라는 게 당연한 건데, 지금 한국교회가 이 지경이다 보니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옥 / 한동대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이 먼저 찾아와 커밍아웃을 했고, 비로소 동성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성경을 다시 읽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성경은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를 모른다. 성서 기자들은 모든 사람을 이성애자로 간주하는 문화 속에서 살았다. 성서 본문을 단순히 동성애로 읽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성서가 다루는 것은 동성 간 성행위일 뿐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이 아니다. 성서 전체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관점에서 보면, 성서를 새롭게 읽을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의 기독교 절반은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고 있다. 기독교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서 0.5%밖에 안 되는 한국의 장로교가 전체인 양 행세하며 동성애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 좋은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이제라도 공부를 시작하면 좋겠다. 독서 모임을 하든, 기독교 안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김근주 / 성소수자가 모이는 교회로부터 설교 초대를 받았다. 가서 보니 그냥 교회였다. 같이 찬송 부르고 예배했다. 나는 (성소수자를) 전혀 모르니까 언제 한번 만나 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5명 정도가 나를 찾아왔다. 젊은 분도 있었고, 40대 중반도 있었다. 나는 굉장히 저급한 질문부터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전부 다 물어봤다.

이분들을 만나고 난 뒤 성경을 보는 게 달라졌다. 성경에 대한 신학이 바뀌는 것은, 성경 본문에 대한 해석이 바뀌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성경 본문을 달리 봐서 바뀌는 게 아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존재, 새로운 상황의 출현 때문이다. 가령 1세기 당시 이방인이 개종하겠다고, 예수를 믿겠다고 왔을 때 초대교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람, 낯선 사람의 등장이, 지금까지의 해석을 단번에 바꿔 버린 것이다.

성소수자들과 깊게 대화한 후 성경을 보니 기존 해석이 바뀌었다. 그동안 내가 성경의 수단을 본질·목적으로 생각해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과의 만남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는 절대로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죄란 관계의 파괴다. 옆에 있는 사람 짓밟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 버리는 것이다. 존재를 죄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못생기고, 성격이 소심하고, 괴팍한 것은 죄가 아니다. 그것을 통해 악을 행하는 게 죄이지, 존재가 죄일 수는 없다. 죄가 관계의 파괴라는 점은 성경이 일관되게 말하는 바다. 나를 만나 주었던 그분들 덕분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사랑하라'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닫게 되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사투를 벌이는지, 그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잃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사투'를 언급하던 임 목사의 목이 순간 메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 갔다.

임보라 / 나는 어떻게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됐을까. 자라면서 예장통합 교회에 다녔는데,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망했다는 이야기나 가르침을 들은 적이 없다. 청소년부 때 여름 수련회에서 성서 통독할 때 '남색'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선생님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더라.(웃음) 나는 그게 나쁘고 음란하고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크리스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성소수자는, 신앙이 없는 집안 출신의 성소수자보다 더 큰 괴로움을 느낀다. 한국교회의 해악이 많은 사람을 소리 없이 죽이고 있다. (성소수자는) 존재 자체만으로 음란하고, 괴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제도가 변하듯이 결국에는 성소수자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다만 무섭고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예장통합이 올해 말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반동성애 교재를 소속 교회에 보급하기로 했다. 이런 교육을 듣고 자란 어린아이들이 누군가를, 존재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이런 교육을 받으면 열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임 목사는 중보를 요청했다. 어떤 존재를 알기 전에 가진 선입견·편견이 해소되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2030 청년들, 교단들 행태 이해 불가
'우리는 앞으로 어째야 하는가'

좌담 참가자 중에는 20~30대 청년이 많았다. 이들은 사전 질문에서, 교단들 행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앞으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런 교단에 소속된 교회를 떠나 다른 공동체를 찾아야 하는지, 교회 안에 남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지 패널들에게서 대답을 듣고 싶어 했다. 청년을 현장에서 많이 만나는 김대옥 목사와 김근주 교수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김대옥 / 예전과 정반대인데, 요즘에는 교회 다니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더 걱정이다. 교회에서 어떤 사상과 생각을 주입받을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오히려 교회에 안 나가면 안심이 될 정도다. 교회에 남아야 한다면, 변화를 모색해 보면 좋겠다. 작은 독서 모임부터 자구책을 마련하고 사는 게 신앙 성숙에 유익할 것이다.

김근주 / 지금의 한국교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교회를 떠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교회는 예수님의 것이고 모든 성도의 것이다. 목사 것이 아니다. 부디 교회를 떠돌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더 모으고 단결하고 공부하고, 지더라도 한번 붙어 봐야 한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번에 다시 도전하고. 교회는 댁들 게 아니라 우리 거라는 생각을 붙잡고 살았으면 한다.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운 성소수자 크리스천들 현황이나, 성소수자로서 그리스도인으로 남을 수 있는지 가능성을 질문한 사람도 있었다. 임보라 목사는 20년 이상 성소수자 크리스천 공동체로 존재해 온 로뎀나무그늘교회나 섬돌향린교회, 길찾는교회(민김종훈 신부) 등을 언급하며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무지개 교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보라 / 성소수자 크리스천 중 교회 안 다니는 이가 정말 많다. 만난 사람 중 교회 청소년부 회장 안 했다는 사람이 없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다 교회를 떠났다. 나는 (이들이) 하나님을 부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교회 공동체나 교단 행태를 봤을 때 그 조직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소수자와 앨라이(Ally,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를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 단체 '무지개예수' 활동을 계속하면서, 무지개 교회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무지개 교회들도 저마다 신앙과 전통이 다르다. 사회참여 목소리도 내고 일상을 살며 신앙을 이어 나간다. 퀴어와 신앙, 그리스도인은 전혀 상반된 말이 아니다.

지방에서는 무지개 교회를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두세 사람이라도 모여 책을 읽고 기도하면 좋겠다. 그게 교회이지 않나. 지방에도 무지개 교회가 자생적으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장통합·합동 등 주요 교단은 동성애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반동성애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참가자들이 쓴 사전 질문 중, 좌담 주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특별한 사연이 담긴 것도 있었다. 사연을 쓴 사람은, 현재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 자녀였다. 그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9월 29일 농성장에서 예배를 연 것을 언급하며, 거기서 설교를 전한 임보라 목사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처한 억울한 상황을 보고, 도대체 어떤 기도를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했다.

임보라 / 안에 계신 분들을 볼 때 가슴이 아팠다.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나쁜 작태에, 그분들이 굴하지 않고 싸워 갈 수 있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노동자들이) 석 달간 나갈 수 없고, 교회도 못 가는 등 다양한 상황이 있었다. (중략) 좌절 혹은 낙심보다 그 자리에서 존재 자체로서 투쟁의 목소리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기도해 주는 게 이 순간에 가장 필요하다.

좌담 말미에 현장 질문도 받았다. 예장통합 소속 전도사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이번 '목사 고시' 탈락 사건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장신대 선배로서 함께 목소리를 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서 사역 중인 교회에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과 사역자들을 위해 조언해 달라고 했다.

김근주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 달라. 자기 생각을 한동안 숨기고 살아도 된다고 본다. 당당하게 거짓말하라. 그곳에서 살아남되 절대 모멸감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지 말라. 당당하게 월급 받고, 그 돈으로 책을 사서 마음과 정신을 똑바로 유지해야 한다. 절대로 자신을 손상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도발적 질문이 나왔다. 한 참가자는 "한국교회가 왜 교조화하고, 교인을 무식하게 만드는가" 물었다. 김대옥 목사는 목사와 교인들이 공부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대옥 / 공부하지 않는 목사도 문제고, 역시 공부하지 않는 교인들도 문제다. 교인이 오랫동안 신앙생활하면서 자라지 못하는 것만큼 비극이 없다고 본다. 좋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으면 교수도 긴장하게 된다. 반면, 학생들이 귀찮다고 질문하지 않으면 교수도 준비하지 않는다. 똑똑한 학생이 좋은 교수를 만드는 것처럼, 성장과 성숙을 기대하는 교인들이 목사를 자극해야 한다. 공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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