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소속 밀알교회가 부자 세습 절차를 밟고 있다. 이석형 목사는 "세습금지법은 사문화됐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자마자 부자 세습을 시도하는 교회가 등장했다. 경기도 구리에 있는 밀알교회다. 담임 이석형 목사는 명성교회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최경구 대표회장)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이 목사가 1983년 개척한 밀알교회는 한때 출석 교인만 2000명이 넘었다. 이 목사는 65세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2016년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 후임을 뽑았다. 그러나 교회는 1년 만에 분규에 휩싸였다. 후임 목사가 교인 수백 명을 데리고 나갔다. 갈수록 교인이 줄어드는 데다가 무리한 건축 탓에 200억대 부채도 떠안고 있어 진퇴양난에 놓였다.

밀알교회는 교회 회복과 안정을 위한다며 이석형 목사의 아들을 낙점했다. 당회는 10월 6일, 이 목사의 아들을 후임으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이석형 목사는 교회가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어 아들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에 빚이 너무 많다. 270억 정도 된다. 2년 전 교회가 쪼개지는 바람에 연체가 누적되고 있다. 우리 교회에는 부목사 한 명도 없다. (후임으로) 오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교회가 빚에 시달리고, 교인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나는 깨끗하게 세습 안 하겠다고 말하고 필리핀으로 선교를 갔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교회가 쪼개져 있고 동네에서 웃음거리가 돼 있었다. 우리 교회는 한 달만 연체되면 끝이다.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 교회가 주저앉을 판이라 세습금지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석형 목사는 "우리 교회는 침몰하는 배와 같다. (아들이 오면) 세습 어쩌고 떠들겠지만, 당장 무너지는 교회를 누군가는 세워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이제 교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도 없다. 장로들은 월급, 사택 안 주고 부려 먹을 사람만 찾고 있는데 그게 아들이다. 장로들은 우리 애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봐 와서 잘 안다"고 했다.

예장통합은 목회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다. 법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행법상 세습은 불가하다. 그러나 이석형 목사는 "세습금지법은 사문화됐다. 또, (예장통합) 총회 헌법에 미자립 교회는 (세습금지법에서) 예외로 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그런 식이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도와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 좀 도와 달라. 올 사람도 없다. (아들도) 빚더미에다가 세습이라는 굴레를 쓸 텐데 올지 안 올지도 모른다. 아이고… 우리 교회 좀 살려 달라"고 말했다.

밀알교회는 예장통합 서울동북노회(김병식 노회장)에 소속돼 있다. 서울동북노회는 지난 104회 총회에 세습금지법이 유명무실하다면서 헌법 28조 6항을 삭제해 달라고 청원한 바 있다. 밀알교회 후임 청빙과 관련해 노회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병식 노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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