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연대와 평화나무가 예장통합·합동 총회 참관 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개혁연대 이헌주 사무국장, 방인성 공동대표, 평화나무뉴스진실성검증센터 권지연 센터장, 참관단 윤혜영 집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밀실', '패거리주의', '고식지계'姑息之計, '역주행', '꼰대'.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윤경아)와 사단법인 평화나무(김용민 이사장)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과 통합(김태영 총회장) 총회를 요약한 키워드다. 개혁연대와 평화나무는 10월 10일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에서 총회 공동 참관 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화나무뉴스진실성검증센터 권지연 센터장은 예장통합 총회는 시작 전부터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고 했다. 그는 "총회 전 김삼환 목사가 사과문을 발표해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더니, 총회 현장도 깜짝 방문했다. 총대들은 이미 (세습을 용인할) 마음의 준비가 됐고, 총회장도 분위기를 계속 그쪽으로 이끌었다. '삼환 통합'이라는 평까지 듣는 이번 총회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권지연 센터장은 또 반동성애 물결로 뒤덮인 예장통합 총회를 보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고 했다.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혀 목사 고시에서 탈락한 신대원생들 보고가 나왔을 때 총대들은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갔다. 권 센터장은 "반동성애로 선을 긋고 같은 편끼리 똘똘 뭉치는 이면에 소외되는 사람이 있다. 선배 목사들은 목회자 길을 포기하는 후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거리를 남겨 준 총회"라고 했다.

총대들이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권지연 센터장은 평가했다. 권 센터장은 "목사들이 시대를 역행하는 '역주행' 사고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 한 총대는 총회에 참석한 장신대 신대원생들을 가리켜 버릇없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본인들이 '꼰대'임을 인정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총회에 참석했던 개혁연대 이헌주 사무국장도 총회의 폐쇄적 논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이 사무국장은 "예장합동이 복음주의 6개 단체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을 보면, 자신들만의 밀실 안에서 친분을 쌓는 한국교회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개혁파 신학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예장합동 총회 신학 패러다임 안에서 타인의 신학과 신앙을 함부로 다룬다. 예장합동 총회를 보면서 패거리 문화 기질을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주요 교단 총회는 예년처럼 '남성 중심' 총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개혁연대 방인성 공동대표는 이번 총회가 "교권 강화만 관심 있는 목사·장로 총대들의 놀음판"이었다고 평했다. 방인성 공동대표는 "이번 총회는 이웃·난민·청년·동성애 등 문제에 있어서는 증오심을 남발하는 총회였다. 청년들의 신음, 사회의 아픔, 소외된 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습 반대 운동에도 함께해 온 방인성 공동대표는 예장통합 총회를 가리켜 "103회 총회 결의를 뒤집은 총회였다. 돈과 힘에 굴복하고 교회사에 치욕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총회다. 힘과 돈으로 총회를 유린하고, 총대들도 비겁하게 거수로 결의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총회 참관단은 총회 구조가 비민주적·비효율적·폐쇄적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짧은 기간에 논의해야 할 헌의안 수는 수백 개가 넘는데 총대들 평균 회의 참석률은 70%를 조금 넘었다. 특정 인물이 발언을 독점하고, 여성·청년 발언을 들을 기회는 전무했다. 참관 활동을 불편해하고 참관 자체를 꺼리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혁연대와 평화나무는 이번 총회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각자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개혁연대는 명성교회 세습 반대 1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평화나무는 법조계 도움을 받아 명성교회 수습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