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가 10월 3일에 이어 9일에도 열렸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는 보수 기독교인뿐 아니라 태극기 부대, 일반 시민단체 등이 대거 참석했다. 집회를 개최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측은 지난 집회 참석자를 포함해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앙 무대는 구 외교부 건물 앞쪽에 설치됐다. '문재인 탄핵', '조국 감옥' 피켓을 든 참가자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행사 시작 시간은 12시 30분이었지만, 1시간 전부터 자리가 가득 찼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군가가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본 행사에 앞서 예배를 했다. 사회를 본 전광훈 목사는 "하나님이 오늘 대회를 도와주셨다"면서 사도신경을 읊었다. 이어 바로 헌금을 걷었다. 전 목사는 "10월 3일 집회에서 (헌금 시간을) 가장 기쁜 시간이라고 했더니 JTBC가 '전광훈 목사가 무슨 불법 모금을 한다'고 공격했다. 공부 좀 더 하라"고 말했다.
파란 조끼를 입은 관계자들이 '국민대회 헌금' 글귀가 적힌 노란색 서류 봉투를 참가자들에게 돌렸다. 헌금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 목사는 모든 교인을 축복해 주고, 주님의 손길로 채워 달라고 기도했다.
설교는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이용규 목사(성남교회 원로)가 했다. 10월 3일 집회 메시지와 유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을 비난하면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지금이라도 조국과 문재인이 전향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버리고 돌아온다면 우리는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고집을 부리면 이완용 이상의 참극과 비극을 자손만대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를 추어올리기도 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위대한 지도자가 있다. 앞장서 운동을 주관하시는 전광훈 목사님이다. 몸이 불편한데도 애국정신으로, 나라를 건지기 위해 애쓴다. 5000만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돼 도와 달라"고 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전광훈 목사는 "목사님 설교를 요약하면, 빨갱이 조국·문재인은 이따위로 나가면 이완용보다 천 배 더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이 빨리 끌려 나오게 하소서. 주사파가 척결되게 하소서. 예수 한국 복음 통일이 이뤄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장경동 "대통령, 설득하든지 설득당하든지 |
정치인들 발언이 주를 이룬 지난 집회와 달리, 이번에는 목사들이 주로 발언했다. 전광훈 목사와 가까운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교회)가 무대에 서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장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가 여기 와서 우리를 설득하든지, 설득을 당하든지 해야 한다. (중략) 수백만 명이 울고 있으면, (대통령이) 와서 달래 줘야 한다. 그게 지도자다. 여기 나오면 위험할 것 같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다. 지난 3일 집회는 사고 하나 없었다. 이 얼마나 성숙된 표현인가"라고 했다.
논란을 야기한 자신의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장 목사는 2010년 11월 집회에서, 북한이 쳐들어오면 한 사람씩 안고 죽자고 발언했다. 북한 인구가 2000만 명이니, 남한 2000만 명이 희생하면 나머지 3000만 명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장경동 목사는 "원수는 사랑해야지만 적은 죽여야 된다. 원수와 적은 다르다. 북한은 사랑해야 하지만 쳐들어오면 가만있으면 안 된다. 원수는 사랑해야지만 적이 되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장 목사도 전광훈 목사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를 엄청 욕하던데, 솔직히 말이 거칠다. 방송 용어가 아니고, 정치 성향이 생겨 뻥이 세졌다. 빤스 목사라고 그러는데, 그래서 빤스를 어쨌다는 건가.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여자를 건드리기나 했나. 한기총 공금을 횡령했다고 하는데, 왜 여태껏 조용하느냐"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 참가한 이들을 '의인'이라고 했다. 장 목사는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서 망했다. 대한민국은 안 망한다. 지금 의인이 100만 명 넘는다. 하나님이 이 나라를 절대 멸할 리가 없는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
전광훈 목사는 "장경동 목사는 목숨을 걸고 나왔다. 이 시간부터 장 목사도 이 운동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주사파 50만 명 빼고는 다 하나가 됐다. (주사파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 대상"이라고 했다.
각 지역을 대표해서 왔다는 목사들 발언이 이어졌다. 인천 대표 장상길 목사(송도주사랑교회)는 "하나님은 오늘 예배하는 곳에 가장 필요한 사람, 성령의 사람, 전광훈 목사를 민족의 기둥으로 세우셨다. (중략) 전광훈 목사를 통해 이 민족의 주도권이 교회를 향해 넘어왔다"고 했다.
대구 대표 이상민 목사(서문교회)는 "목사로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깎았다. 대한민국이 공산주의화돼 가는 걸 보면서 '아니오'라고 소리치지 못한 게 부끄럽고 죄송했다. 이 생명을 다해 대한민국을 지켜 내겠다"고 했다.
포항 대표로는 박진석 목사(기쁨의교회)가 나섰다. 전광훈 목사는 "우리나라 최대 교단 예장통합 측 대표"라고 소개했다. 선글라스를 쓴 박 목사는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인데, 우리가 상식이다. 우리가 진짜배기이며, 진실이다. 상식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진짜배기가 무너지면 가짜배기가 이 나라를 끌고 간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천주교도 불교도 유교도 관계가 없다"며 집회에 적극 참여하자고 했다.
부산 대표 나영수 목사(예평교회)는 "행동하는 국민이 나라를 바꾼다. 우리의 세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야 한다"면서 "국민의 명령이다. 조국은 감옥 가라. 국민의 명령이다. 문재인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집회 발언자로 섰다. 국회부의장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의분을 안고 이 자리에 모였다. 지금 즉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조국을 사퇴시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분열하는 사람이다. 경제 파탄죄를 물어 문재인을 아웃해야 한다. 여기 모인 우리가 애국자고, 역사 속에서 봤던 의병이다. 나도 부족하지만 싸움을 위해 삭발했다. 조국과 문재인을 아웃시키는 투쟁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조국이가 (청문회에서) 자기 입으로 사회주의자라고 실토했다. 전향했다고 말 안 했다. 그러면 사회주의자 맞는 것 아닌가. 이제부터는 사회주의 정권으로 부르자"고 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론은 조국을 구속해야 한다는 것으로 확실히 통일돼 있다. 우리 경쟁 상대는 서초동 촛불 집회가 아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가 이겼다. 우리 경쟁 상대는 저 홍콩시민이다. 홍콩은 하는데 왜 대한민국은 못 하나. 다 같이 들고 일어나 10월 항쟁으로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지만,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다.
"윤석열 자르면 용서하지 않을 것, |
전광훈 목사는 행사 중간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 전용 책을 홍보했다. 5만 권을 배포할 예정이며, 만 명의 서명을 받아 온 이들에게 핸드폰 요금 절반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 목사는 "주사파 50만 명을 제외한 애국 시민 4950만 명이 서명해 주면, 대한민국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란죄, 여적죄, 시설파괴죄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문재인을 체포하길 바란다. 윤 총장에게 박수 한번 주자. 절대로 물러서지 말라. 문재인이 윤석열을 자르려고 하는데 우리가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쁜 놈 같으니"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도 언급했다. 전 목사는 "내년 4월 15일까지 각계각층이 하나가 돼야 한다. 이걸 반대하면 문재인보다 더 나쁜 놈이다. 우파끼리 총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중략) 친이, 친박, 시민단체가 협조해 줘서 오늘 이 시간의 영광이 나타났다"고 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우리는 10월 항쟁을 일궜다. 질서 있게 비폭력 평화적으로 행진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