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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제보자의 용기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란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9.10.08  18: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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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수년 전 일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했던 부교역자가 유명 목사 설교와 저서를 여러 번 표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그룹 리더였던 후배가 이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목사는 설교 요약문을 리더들에게 나눠 준 뒤, 예배 후 멤버들과 성경 공부를 하게 했다. 후배는 전날 성경 본문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예습하는 친구였다. 인터넷에서 봤던 내용이 목사의 설교와 똑같았던 것이다.

후배는 목사에게 물었다. 목사는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용이 똑같은데 표절이 아니라니. 후배는 우리 교회 청년부에서 예수를 영접했다. 자신에게 특별한 공동체가 거짓과 부정으로 얼룩지는 게 싫었다. 그는 결국 담임목사에게 이 문제를 알렸고, 표절 목사는 교회를 떠났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일이 정리된 후였다. 청년부 목사가 언제부턴가 안 보인다는 내 말에 친구는 말했다. "그거 OO가 일러서 그렇게 된 거잖아." 후배를 탓하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실제로 후배는 한동안 자기 때문에 목사가 떠나고 교회가 시끄러워졌다는 눈치를 받았다고 했다.

설교 표절이 드러나 교회가 갈등을 겪는 경우는 취재할 때나 봤지, 우리 교회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다. 내가 그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을 공론화했다는 이유로, 받지 않아도 될 눈총을 받게 된 후배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제보자는 보도에 고마워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긴 글을 보내왔다.

지난주, 한 선교 단체 간사 출신 자산관리사가 후배·동료 간사를 상대로 저지른 불법 금융거래 사건을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뒤 한 제보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보도를 고마워하면서도, 이전과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사인에서 공인이 된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자체적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이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느 조직이든 비슷하겠지만, 특히 '친밀감'과 '은혜'가 강조되는 교회와 선교 단체에서는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조차 어렵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권력이 있거나 많은 사람에게 지지받고 있으면 책임을 묻기가 더 힘들다. 책임자마저 흐지부지 넘어가면, 내부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피해자들은 외부에 사건을 알렸을 때 앞으로 겪게 될 불편한 상황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 고발'은 여전히 낙인과 같다.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한다. 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며, 자의나 타의로 공동체를 떠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론화를 택한 이유는 개인적인 억울함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단체 안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나님나라를 이야기해 왔지만 정작 그 원리가 내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통찰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도록 기도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단체는 내가 대학생 시절 속했던 곳이다. 단체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거기서 배운 하나님나라와 그 정신은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나라면 어땠을까. 역시 그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익을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낸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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