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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는 비밀로…" 일당 2만 원 기독교 집회 참석 후기

주요 교단이 이단 지정한 예수중심교회 기도회…"알바는 교구별로 복음 전도 차원에서 했을 것"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9.10.02  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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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10월 3일 한기총 '관제 데모'라고 돌던 알바 공고는 사실 10월 1일 예수중심교회 집회 알바였다. 지원서를 넣고 집회를 다녀와 봤다. 인터넷 갈무리

"기독교 기도 성회 참석 알바 구합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아르바이트(알바) 채용 사이트에 집회 참석 알바 공고가 올라왔다. 10월 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시청역 앞 집회에 참석하면 시간당 1만 원씩 총 2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가끔씩 올라온다는 기독교 집회 알바. 이번에는 아예 직접 참여해서 대체 정체가 뭔지 기사도 쓰고, 돈도 벌어(?) 보리라.

지원서를 내자 곧바로 지원해 줘서 고맙다며 신상 정보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 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구인 절차는 홍보 대행사가 하는 듯했다. 우선 이름과 나이, 거주지 등을 보냈다. 사진을 보내라는 요구는 좀 망설여졌다. 일단 시간을 조금 끌어 볼 요량으로 아무거나 보내면 되는지 물었다. 답이 없었다.

눈치챈 걸까. 약간 긴장했지만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무 답이 없던 대행사는 다음 날 오후 "기독교 기도 성회 참석자로 확정되어 공지한다"며 장문의 안내 문자를 보내왔다. 사진 안 내도 합격이라니. 냈으면 억울할 뻔했다.

이들은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건 '비밀 유지'였다. "행사장 및 주변 식당·화장실에서 알바로 참석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말조심하라"며 지인 소개나 관심사 때문에 참석하는 것으로 해 달라고 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출석과 종료 후 얼굴 보이게 인증 사진 두 장을 찍어 보낼 것(셀카 가능) △핸드폰 사용 자제 △행사·예배·기도에 협조 부탁 △종료 전 행사 장소 이탈 금지를 지켜 달라고 했다. 오후 3시 51분에는 별도 안내 없이 인증 후 퇴근하면 되고, 알바비는 순차적으로 이체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아무거나 보내면 되느냐고 물었는데, 답 대신 '합격 문자'가 왔다. 알바로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

'합격' 메시지를 받은 지 두 시간이 지나 추가 공지가 왔다. 이들은 이때서야 비로소 주최 측을 공지했다. '예수중심하나되기운동본부 각 지역별 장로회 소속 교회 참여'라고 돼 있었다. 이초석 목사가 담임하는 예수중심교회였다.

예수중심교회는 '이초석 목사 신격화', '극단적 신비주의 추종', '귀신론' 등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태영 총회장)과 고신(신수인 총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류정호 총회장)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곳이다. 배우 박보검 씨가 이 교회 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박 씨는 2017년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행사와 똑같은 '국가와 민족의 평화를 위한 기도 성회'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가 이단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대체 몰래 알바까지 쓰면서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더 궁금해졌다. 행사 당일 10월 1일, 알바 장소인 시청역으로 향했다. 행사 10분 전 도착하니 광장은 참가자 수천 명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한쪽에는 대형 무대와 지미집, 스파이더캠 등이 설치돼 있었다. 주최 측은 1만 5000~1만 7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출석 확인을 받으러 안내 팻말을 든 청년들에게 갔다. 나는 '퇴근 3조'에 배당됐다. 3조 알바 명단을 보니 나는 100번대였다. 안내하는 이들은 빈자리를 찾아 아무 데나 앉으면 된다고 했다. 담당자 확인을 받은 후 셀카를 찍어 "출석 인증한다"고 홍보 대행사에 메시지를 보냈다. 확인했다는 답이 왔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날 집회는 여느 기도원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부흥회 스타일로 진행됐다. 집회 찬양은 '사랑의 종소리'로 시작해 '예수님 찬양', '할 수 있다 하신 이는' 등의 옛날 복음성가들로 구성됐다.

기도회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하느님이 보우하사'를 '하나님이 보우하사'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을 '십자가 삼천리 화려 강산'으로 바꿔 불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주최 측은 휴대전화 사용 자제, 집회 참석 협조 등을 부탁했지만, '알바생'들은 불성실했다. 집회 도중 휴대폰을 쓰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있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동원된 것으로 보였다. 전체 좌석에 분산돼 앉아 정확한 추산은 어려웠지만, 전체 참석자의 ¼ 정도 되는 듯했다.

동원 여부는 행사 참여 태도로 구별할 수 있었다. 열성 교인들은 이날 주최 측이 나눠 준 흰색 티셔츠를 입었다. 통성기도 시간에는 사방에서 "알랄랄랄랄라" 하는 방언 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졌다. 나를 비롯해 이날 집회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인들은 아무 반응 없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노인들은 대부분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이 같은 구분은 더 확연해졌다. 이초석 목사 설교에 앞서, 2013년부터 매년 진행된 집회 갈무리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과거 집회에서도 흰 옷을 입은 참가자들만 이 목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상영이 끝나고 이초석 목사는 설교를 시작하며 참가자들을 일으켜 세웠다. 흰 유니폼을 입은 교인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약 20분간 일어선 상태에서 기도와 찬양이 반복됐다. 이초석 목사는 말끝마다 박수를 유도했고 교인들은 적극 호응했다. 반면, 나를 비롯해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은 이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호응도 하지 않았다.

이초석 목사는 평화통일을 강조하며 한반도에서 악한 귀신의 영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악한 마귀와 귀신 삼총사를 내몰아야 한다. 두 손을 높이 들고 예수 이름으로 악한 마귀를 내쫓자. 내가 예수 이름으로 저주한다. 악한 마귀야. 야 이 더러운 귀신아!"라고 외쳤다. 교인들은 능숙하게 이초석 목사 구호를 따라하며 "가라, 가라, 가라, 가라, 가라, 가라, 가라, 가라"를 연호하고 박수했다.

이 목사는 설교와 찬양을 반복하며 40분 넘게 설교를 이어 갔다. '퇴근 시간'이 되도록 설교는 끝나지 않았다. 3시 51분이 되자, 설교 중인데도 청년 몇몇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들은 맨 뒤로 이동해 퇴근 인증 셀카를 찍고 잠깐 핸드폰을 만지다가 집회 장소를 빠져나갔다. 나도 그들을 따라 인증 셀카를 찍고 메시지를 보낸 후 퇴근했다.

확인했다던 출석 때와 달리 퇴근 인증 때는 확인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과연 알바비는 들어올 것인가. 일단 카페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4시 41분, 2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람이 왔다. 6시 31분에는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추가로 왔다. 

무대 앞쪽은 전부 흰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특별 공연했던 이들은 단상에 앉아 이초석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왜 알바까지 써 가며 이런 집회를 하는 걸까. 다음 날 예수중심교회에 전화해 기도회 취지를 물어봤다. 교회 관계자는 '순수'를 강조했다. "이 기도회는 국내의 평안과 평강을 위해 순수하게 기도하자는 모임이다. 남북통일, 전쟁 없는 나라를 위해서 시작했다. 순수하고 좋은 뜻이다"고 취지를 밝혔다. 집회에서 정치적 메시지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아휴, 우리는 그런 거 안 한다. 믿는 사람이 왜 정치에 관여하느냐. 그건 하나님 뜻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인원 동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전국에서 모이는 데 굳이 알바까지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가 그렇게 (공고)한 건 없다.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없다. 순수하게 기도하는 거지, 사람 많이 모이려고 보여 주기식 집회를 여는 건 아니다. 적게 모이면 어떤가"라고 했다.

알바 다녀왔다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된 건지 묻자 "그건 교구별로 그랬을 수도 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우리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교구별로) 자발적으로 동원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참여시켜 국가의 귀중함을 알게 하려는 취지로 했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알바비는 집회가 끝난 직후 들어왔다. 참석해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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