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IVF 간사 출신 자산관리사, 동료들 상대로 불법 금융거래

유사 수신 행위 혐의로 징역 1년 구형…피해자들, IVF 대처도 비판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9.10.01  16:33:29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선교 단체 간사 출신 자산관리사가 후배와 동료 간사를 상대로 불법 금융거래를 벌이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평소 선교 단체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아 온 그를 믿고 거금을 맡겼다가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구 아무개 씨는 2000년부터 한국기독학생회(IVF) 대구지방회에서 6년간 전임간사로 지냈다. 2006년 간사직을 사임한 그는 금융회사에 들어갔다. 구 씨는 선교 단체 간사 시절부터 언변이 뛰어나고 성격이 활발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타입이었다. 자산관리사가 된 해에는 실적이 좋아 MDRT에 들어갔다. MDRT는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자산관리사만 회원이 될 수 있는 협회다.

구 씨는 자산관리사가 되고 나서도 IVF와 계속 교류했다. 학생 수련회에서 '기독교인 재정 관리'를 주제로 강연하고, IVF 대구지방회 이사로 참여했다. 전국 간사 수련회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시니어 간사들과 교제하고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구 씨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IVF 학생과 간사들은 그를 '간사 출신의 성공한 자산관리사'로 알고 지냈다.

'3년 만기 적금' 듣고 가입,
알고 보니 펀드형 종신보험
수익은커녕 원금 보장도 안 돼

피해자들은 구 씨가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 계약 내용을 허위로 설명해 가입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IVF 대구지방회 졸업생 A는 2015년 10월, 구 씨를 통해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당시 구 씨는 문자메시지로 '3년 목돈 자산운영사 플랜'이라며 △3년 만기 △원금 보장 △수익 30% △비과세 혜택 등을 소개했다.

A는 2015년 11월부터 매달 10만 원씩 이체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구 씨가 '보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적금' 개념으로 이해했다. 약정서를 보여 주지 않았고 3년 후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3년 만기일이 지났는데도 돈이 계속 빠져나가자 A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그가 가입한 상품이 '변액 유니버셜 보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원금 보장이 안 되는 보험이었다. 보험을 해약하자 수익은커녕 위약금이 발생해 약 80만 원 손실이 발생했다.

A는 구 씨에게 처음 설명과 다른 상품에 가입됐다며 항의했다. 그러자 구 씨는 A에게 문자메시지로 "우리는 결과로 답을 하는 사람이다. 어떤 상품에 가입했느냐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었느냐로 판단받는다. (중략) 실망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사과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A는 기자에게 "구 씨가 계약 전 원금과 수익에 대한 책임을 보증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A가 지인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구 씨가 A에게 보험을 소개했던 2015년에도 이미 똑같은 사례가 드러난 바 있었다. 구 씨와 같은 대학 후배들도 적금 상품이라고 안내받고 각각 매달 5~50만 원을 약정했는데, 알고 보니 '변액 유니버셜 종신보험'에 가입됐던 것이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가 10여 명이고 손실액은 개인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었다.

구 씨의 행위는 전형적인 '불완전 판매'로 보인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기관이 약관, 위험도, 손실 가능성 등 필수 사항을 고객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금리 저축 상품' 피해자도 10여 명
피해 금액, 1000만 원에서 6억 원까지

고금리 저축 상품이라고 안내받고 수천만 원을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IVF 대구지방회 출신 B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네 번에 걸쳐 구 씨에게 총 2000만 원을 맡겼다.

B는 IVF에서 알게 된 구 씨가 자신에게 여러 차례 저축 상품 가입을 권유했다고 했다. 그는 "원금이 보장되고 20~30%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저축 상품이라고 했다. 수익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 씨가 학생 수련회에서 IVF 출신의 좋은 선배 이미지를 쌓았던 터라 거금을 맡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B는 2018년 11월경 A에게 불완전 보험 판매 사례를 전해 들었다. B는 불안한 마음에 11월 말, 구 씨에게 해약을 요구했다. 구 씨는 "전체 돈이 다 묶여 있어서 바로 찾기 어렵다. 나중에 맡긴 돈과 함께 찾아야 한다"며 거절했다. 몇 차례 요구에도 계속 어렵다는 답변이 오자, B는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

피해자 중에는 동료 간사도 있었다. C 역시 2017년 3월 구 씨에게 2000만 원을 맡겼다. 그는 구 씨가 저축 상품을 안내하는 문자를 정기적으로 보냈다고 했다. 메시지에는 "3년 만기. 원금+수익 30% 저축 상품을 발행합니다. (중략) 최소 위탁 가능 금액 1000만 원 이상, 우리 고객과 가족 분들에 한해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자 수익에 대해서는 전액 100% 비과세입니다"고 적혀 있었다.

C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사를 하다가 전세금 차익이 생겼다. 간사 형편에 목돈을 가질 일이 거의 없다. 은행에 예금하면 형편이 안 좋을 때마다 찾아 쓸 것 같아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A와 B 사건을 전해 듣고 돈을 찾고 싶다고 구 씨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자금이 다른 곳에 묶여 있다며 확답을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더라. 올해 8월부터는 연락도 잘 안 된다. 처음에는 저축 상품이라고 말했다가 지금은 돈이 다른 곳에 가 있다는 등 말이 계속 바뀌는 모습이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구 씨는 전직 간사 출신이라는 인맥을 활용해 IVF 출신 졸업생들에게 불법 금융거래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B와 C처럼 고금리 저축 상품이라는 말을 듣고 거금을 맡겼다가 돈을 받지 못한 이는 10여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당 피해액은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6억 원이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 보험 피해 사례를 알렸고 검찰은 구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 11명은 구 씨에게 변제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부라도 돌려받으려 채무 금액을 낮춰 구 씨와 합의했다. 이 중에는 IVF 시니어 간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4일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은 구 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채권 약 19억 원을 피해자들에게 양도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구 씨는 최후 진술에서 "잦은 성공과 사람들의 칭찬에 도취되어 교만해졌다. 선한 의도로 한 일이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20년 이상 된 지인들에게 소송을 당한 지금, 기꺼이 용서와 합의해 준 여러 피해자에게 감사하다. 하루라도 빨리 그분들의 피해를 갚고 자랑스러운 선·후배로 돌아가고 싶다"며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언급했다. 검찰은 유사 수신 행위 혐의로 구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뉴스앤조이>는 재판 이후 구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재판에서 입장을 모두 밝혔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피해자들 "IVF 초기 대응 미흡,
구 씨에게 시간 벌어 줘"
김종호 전 대표 "두둔할 생각 없어
변제하겠다는 말 그래도 믿어"

피해자들은 구 씨가 IVF에서 맺은 관계를 악용해 허위 상품을 판매한 잘못이 크지만, 사건 초기 이를 인지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IVF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IVF는 2018년 11월 말, 이 사건을 인지했다. 김종호 당시 대표간사는 12월 7일 대구에서 A와 B를 만나 피해 사례를 들었다. 이때 2015년 구 씨에게 피해를 입은 IVF 출신 졸업생들도 참석해, 똑같은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김 전 대표는 12월 10일 구 씨를 만났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중재안을 내놓았다. 중재안에는 △구 씨가 잘못된 판매나 상품 설명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성실히 들어줄 것이며 △그에게 문제 해결 의지와 역량이 있으니 △학사들은 직접 소통하며 해결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구 씨는 IVF와 약속한 중재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계약서와 자산 관리 현황을 계속해서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뒤늦게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섰지만, 구 씨의 아파트는 A와 B가 문제를 제기한 지 얼마 안 된 12월 3일에 매각됐고 그의 계좌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B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법적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IVF가 중재에 나서면서 초기 대응이 늦었다. 김종호 전 대표와 대구지방회 대표간사 D는 구 씨에게 변제 능력이 있다며 법적 조치를 만류했다. 이는 결국 구 씨의 시간을 벌어 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김종호 전 대표는 구 씨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9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드러난 피해자는 A와 B뿐이었고 이렇게까지 많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중재 초점은 구 씨가 하루라도 빨리 A와 B의 돈을 변제하는 데 있었다. 구 씨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구 씨와 대화를 마치고 느낀 점을 기록한 글을 기자에게 보여 줬다. "내용상 명백한 불완전 판매, 더 나아가 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을 저질렀다. 서로에게 유익이 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 혹은 달콤한 설명으로 사람들을 기만했던 비도덕적인 행위는 IVF 전직 간사라는 신뢰를 악용한 질이 나쁜 행동이었다"며 "질 안 좋은 보험 판매자와 똑같은 수준의 일을 했다는 것이 큰 실망이다. 다수가 그의 영업 행태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꼈고, 욕을 하고 있다"고 썼다.

김 전 대표는 "IVF 출신 기업인 중에는 구 씨에게 돈을 빌려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이도 있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구 씨가 가족들에게도 지금 상황을 알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중재는 이후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회는 대학별 페이스북과 밴드 등에서 피해 사례를 알렸다. 대구지방회 A학교 페이스북 갈무리

대구지방회 일부 간사는 IVF가 사건을 처음부터 공론화해서 피해자를 찾는 데 적극 나섰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E 간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간사들이 A의 불완전 보험 판매 피해 사례를 듣고 대구지방회 전체 졸업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자고 했다. A와 B 외에 추가 피해를 확인하자는 취지였지만 D 대구지방회 대표간사가 이를 만류했다"고 했다.

D 간사는 9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 피해 전체 규모를 알지 못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대신 간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대학교 지부별 페이스북과 밴드 등으로 피해 사례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김종호 전 대표는 "지금은 소송으로 가면서 IVF가 손쓸 단계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D 간사도 "전직 간사를 둘러싼 문제를 놓고 IVF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IVF가 어느 정도 구실을 마련했다는 면에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개인에게 과도한 발언 기회를 주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게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공동체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 방안이 없는지 찾으려 한다. 전현직 간사들에 대한 윤리 강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다음 달 법원 선고 결과를 지켜보고 후속 대책을 논할 예정이다. B는 "구 씨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은 이들은 모두 IVF가 추구하는 하나님나라 가치에 동의하며 헌신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IVF를 신뢰했기 때문에 구 씨를 믿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IVF가 얼마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몇 년 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처럼, 이번 사건이 조용히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씨는 <뉴스앤조이> 보도 이후, 10월 1일과 2일 전화로 기자에게 자기 입장을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 자금을 착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도 사기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말, 한국의 '청년 버핏'으로 알려진 박철상 씨에게 자금을 운영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거금을 맡겼다고 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박 씨와 함께했고 언론 후광 효과가 커서 박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박 씨에게 약 13억 9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구 씨는 자신이 직접 자금을 운영하는 것보다 박 씨가 더 확실한 투자처라고 생각해, 지인과 고객들 돈을 맡겼다고 했다. 고객들에게 사전에 설명하고 투자에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고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씨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하루라도 빨리 재기해서 변제하겠다고 했다.

한편, 박철상 씨는 7월 11일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주식에 1500만 원을 투자해 400억 원을 벌었다며, 언론에 '청년 버핏'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박 씨가 2016년 10월부터 여러 투자자에게 연 30% 고수익을 약속하며 약 18억 원을 챙겼다고 봤다.

(2019년 10월 2일 16시 30분 현재)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