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4회 총회 첫날이 밝았습니다. 전날 태풍 때문에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날이 개어 감사한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습니다. 총회 시작은 오후라 오전쯤 도착해 준비한 현수막을 달고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장신대 학생들은 총회 장소인 포항 기쁨의교회 앞에 시위를 위한 모든 현수막을 달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문구를 보며, '참 잘 만들었네' 하며 학생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로 반대편에는 어떤 단체인지 모르겠으나, '문재인 하야'와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명성교회 남선교회가 자리를 잡아 찬양을 부르며 "청빙권은 우리의 권리"라고 외쳤습니다. 저희는 반대편에서 "명성 세습 반대"를 외쳤습니다. 명성교회에서는 더 중요한 교인들의 양심의자유·신앙의자유는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데, 왜 오로지 청빙의 자유만 외치는지, 모순을 알고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한 권리라도 하나님을 위해 내려놓는 것이 진정한 교회와 성도의 모습이 아닌지, 사도 바울도 제단에 올라간 음식에 대해 모든 것이 가하나 형제의 걸림이 되면 하지 말라고 했는데,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이 과연 성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언론이 양쪽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오전 시위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오후 1시쯤 교회 본당 앞에서 세습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고 해서 올라가던 중 '교회 보안팀'이라는 분들이 "명찰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직 출입증을 받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어제도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인데 왜 오늘은 못 들어가게 하는가', '총대들도 아직 명찰을 받지 않은 상태인데 그런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어떻게 구분하나' 싶었습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출입을 막는 것, 누군가를 가려서 교회에 들인다는 것 자체가 예수님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요. 교회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너는 되고, 너는 안 되고' 하는 곳이 아닙니다. 크고 중요한 행사일수록 예수의 사랑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요.

장신대 학생들이 만든 현수막(위)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만든 현수막(아래).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집행 및 세습금지법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본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했고 수많은 언론이 촬영했습니다. 명성교회 교인인 한 자매가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교회를 사랑하고 아파하며 교회가 바로잡히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기자회견을 시작한 후 10분쯤 지났을까요. 양복을 입은 남자 수십 명이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현수막 앞에 우리를 노려보며 서 있었습니다(명성교회 장로·집사라는 사실은 조금 후에 알았습니다). 그들의 방해로 기자회견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습니다. 이 과정을 수많은 언론이 찍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막무가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기자회견은 중단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밑에서 출입증을 받아 총회장으로 들어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총회장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비전홀에 따로 마련된 참관실에서 개회 예배를 화면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곳에 자리를 잡을 때는 자리가 거의 비어 있었는데, 30분쯤 흐르니 명성교회 인사들이 우리를 쭉 둘러싸고 앉았습니다. 아까 그런 일이 있던 터라, 누구도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위협하려고 하나' 생각했습니다. 개회 예배 후 본당 2층에 마련된 기자실로 들어가 참관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전자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총대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첫날 인상 깊었던 것은 전자 투표 제도였습니다. 임원 선거에 사용되었는데, 어차피 후보 1명이니 투표 없이 박수로 받자고 했으나 "법이요"라고 하면서 나와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바코드로 투표를 전자로 진행한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시간 절약도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 명성교회 수습안은 거수로 결정했다는 소리를 듣고, 임원 투표는 전자 투표로 하고 더 중요한 수습안은 거수로 하나 싶었습니다.

참관 둘째 날은 기쁨의교회 앞에서 울려 퍼지는 장신대 학생들의 은혜로운 찬송을 들으며 참관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속회 기도를 부산동노회 남기룡 목사가 했습니다. '세상이 총회에 관심이 많은데, 저들은 하나님의 영이 없으며 교회를 세상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교회가 세상화되었는데, 아니 세상보다 더 악한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세습하는 자들과 옹호하는 자들에게 과연 하나님의 영이 있는지, 세상을 섬겨야 할 목사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날 하이라이트는 오후에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위원회가 발표할 때 김삼환 목사가 깜짝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수습위원장은 먼저 우리가 싸우면 흑암의 권세가 어부지리를 얻고, 우리가 싸워서 17만 성도가 줄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우리가 싸워서 그렇게 된 게 아니고,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잡지 못하니까 어둠의 세력이 득세하는 것 아닌가. 원인과 결과를 바로 말해야지. 그야말로 명성교회가 세습해서 많은 성도가 떠났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고 있었는데, 김삼환 목사가 나와 발언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김삼환 목사 발언보다 환호하고 박수하는 총대들 태도였습니다.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 어제부터 오늘까지 수습위원회가 따로 계속 회의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발언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수 총대가 김삼환 목사를 옹호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후 모든 것이 급반전되는 듯 했습니다.

깜짝 등장한 김삼환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다행히 먼저 재판국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언론 및 방송 취재를 다 내보내자는 광주동노회 총대 의견이 가결되어 우리는 결국 기자실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무엇이 부끄러워서 언론을 다 내보내려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모든 일이 김삼환 목사 등장 이후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그 이후 저는 서울로 올라와야 해서 더 이상 참관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명성교회만 2021년 세습을 허용한다는 이상한 수습안이 총회에서 결의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명성교회와 총회 임원회가 이 결과를 위해 이전부터 합심해 계획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심히 슬플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결과라서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장통합 교단을 더는 쓰실 수 없어 버리셨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총회를 참관하면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으나, 교회가 크든 작든 항상 여자 화장실이 붐비는 모습만 봤는데 총회에서는 완전 정반대였다는 점입니다. 교회의 남자 화장실 앞에 줄을 선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교회에서 말이죠. 여자 화장실이 오히려 비어 있으니, 어떤 분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할 정도였습니다. 총회에서 여성은 특별 찬양을 하고 안내를 했습니다. 기쁨의교회에서 서서 안내하시느라 다리 아파하시던 여자 성도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큰 교회니까 직원분들도 계시겠지만, 저 분들도 일상이 있을 텐데 과도하게 많은 분이 안내로 나와 계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총회 참관이 처음이라서 이런 마음이 들었는데, 총대 대부분이 그분들의 수고가 익숙하고 당연한 듯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회 일반에는 여자가 훨씬 많은데 총회는 왜 이렇게 극과 극인지, 60대 남성이 대부분인 총대들이 왜 교단의 모든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지, 청년 총대는 왜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교단 총회 참관 활동이 아니었다면, 포항에 있는 내내 교회당 밖에서 시위를 해야 했을 것입니다. 총회 현장을 보면, 어떻게 참관을 허락해 주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는 참관을 없애려는 시도도 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처음 참관한 총회가 역사에 길이길이 수치로 남을 것 같지만, 이 총회에 작지만 바로잡으려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를 드립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또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소망하며 기대해 보고자 합니다.

최지선 / 교단 총회 참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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