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 성폭력 대응과 관련해 주요 장로교단들 행보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회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교단들은 한 발자국 나아간 반면, 관심도 정책도 없던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도 논의 자체가 없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는 이번 104회 총회에서, 교회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교회·노회 등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제시하는 지침서를 제작했다.

예장통합 총회는 소속 목회자의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면서,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시스템 만들기에 몇 년째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목회자가 될 수 없게 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는 교회에서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지침서를 활용하자는 안을 통과시켰다. 총회 임원회 자문 기구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김미순 위원장)가 만든 지침서는 여성가족부가 만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참고했다.

진보 성향 교단 기장도 성폭력에서 안전하지 않다. 기장은 교회 성폭력 대응 지침서를 총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으나, 총회 양성평등위원회(이혜진 위원장)가 소책자를 만들어 104회 총대들에게 배포했다. 예장통합이 만든 지침서보다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교회 성폭력이 무엇인지, 교회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기장에서는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이 2년 만에 통과되기도 했다. 104회 총회는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허락했다. 다만 법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헌법위원회로 보내 1년 더 연구한 뒤 105회 총회 때 다시 올려 채택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04회 총회에서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허락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두 교단은 성폭력 해결을 위해 한 발 전진했다는 의의가 있으나, 소속 교회들이 지침서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 이혜진 위원장은 "앞으로 더 많은 노회·교회·목사가 지침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고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단 가리지 않는 성폭력
여성 리더 있는 교단
반성폭력 운동 활발

예장통합과 기장이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해 나서도록 변화를 이끈 건 교단 내 여성들이다. 예장통합에서는 교회 내 여성운동에 잔뼈가 굵은 전국여교역자협의회와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 총회 실무진이 협력하고 있다. 기장도 양성평등위원회를 비롯해 기장 여성연대가 함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교회 성폭력은 교단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그러나 여성 총대, 여성 목회자가 없는 교단의 현실은 막막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김종준 총회장)·고신(신수인 총회장)·합신(문수석 총회장)은 여성 안수가 허락되지 않는다. 여성 목사·장로가 없기 때문에, 총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총대 중에 여성이 없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소속 교회 목회자가 저지른 그루밍 성폭력으로 떠들썩했다.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전국을 세 권역으로 나누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총회에서 이것을 어떻게 이어 갈지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예장고신과 예장합신 역시 교회 성폭력 대응 혹은 예방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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