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104회 총회가 열린 충현교회.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처음 교단 총회에 참석하면서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104회 총회가 열리는 충현교회에 도착해 참관단 명찰을 목에 걸고 나서야 참관한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개회 예배부터 집중해서 관찰했다. 개회 예배 때 이승희 총회장이 여호수아 5장 13-15절을 본문 삼아 설교하는데, 교회와 목사 권위에 순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순종'과 '존경'이라는 단어로 맹종을 포장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 후 진행 과정을 보면, 첫째 날이라 그런지 큰 무리 없이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처음 전자 투표를 도입한 것은 신선했다. 그러나 여성 총대는 한 명도 없었고, 여성 안수 논의에는 관심도 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 회의 중 '흠석사찰위원' 같은 어려운 단어가 나와 이해되지 않고 어려웠다. 중간중간 우왕좌왕하고 재판국원과 선거관리위원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사전에 받은 후보와 즉석에서 받은 후보를 분리해 투표하면 수월할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보고와 회의를 할 때 잘 진행되기를 바랐다.

첫째 날 우왕좌왕했던 선거는 결국 셋째 날이 돼서야 다시 진행됐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둘째 날에는 특별위원회 보고와 상비부 보고가 있었다. 보고는 순조로웠으나, 일부 위원회 폐지와 존속을 놓고 토론을 거쳐 잘 처리되었다. 저녁 회무 시간, 신학부 보고 때 세계복음주의연맹과의 교류 문제, 가톨릭 이교 지정 문제로 찬반 토론이 오갔다. 이교 지정 관련 토론 때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교 지정을 주장하는 목사님이 많았다. 이교 지정에 반대하는 목사님들에게 야유하거나 호통치는 등 발언을 막는 모습은 좋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가톨릭과 개신교가 비록 교리나 성례전, 예배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삼위일체 교리를 믿고 사도신경을 고백하고 성경을 부정한 적 없는데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는 것 같았다. 보기에 좋지 않았다. 복음주의 6개 단체 연구 보고서는 읽지도 않고 넘어가 아쉬운 하루였다.

셋째 날 오전, 선관위 보고와 선거가 있었다. 많은 총대가 선관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모습을 성토했다. 또 재정부장 단독 후보로 출마했던 목사님이 왜 본인이 후보에서 탈락했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했으나 전계헌 선거관리위원장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총회장이 정리해서 재판국원과 선관위원, 상비부장 선거를 마쳤다. 참관하는 입장에서 첫째 날 끝냈어야 하는 일을 질질 끄는 모습이 답답하고 아쉬웠다.

저녁에 열린 총회장 이·취임 예배는 1부 축하 공연, 2부 감사 예배, 3부 이·취임 인사로 구성됐다. 구성은 호화찬란했지만 설교 내용은 주제와 상당히 멀게 느껴졌다. 총회장, 부총회장 목사들을 찬양하고 업적만 늘어놓는 것 같아 씁쓸했다.

회무는 진행하지 못하고, 수요일 저녁은 호화찬란한 이·취임 예배로 진행됐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넷째 날은 정치부 보고가 주요 처리 안건이었다.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 폐지와 노회 분립은 첨예한 대립 안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고성도 오가고 몸싸움도 벌어졌는데, 자신들과 이해관계에 있는 문제에는 목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녁 회무 시간, 동성애와 퀴어신학을 이단적이라고 말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성 정체성 차별, 종교 차별 금지 조항을 폐지하지 못하면 다 감옥 가고 교단이 망한다며 국가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예수님이 주신 사랑의 계명을 잊어버리고 행동하는 듯했다. 한국교회가 갈 길이 멀다고 느꼈고, 이런 광풍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예민한 안건을 놓고는 고함을 지르면서 발언권을 받거나 고성으로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끝으로, 이번 예장합동 총회를 참관하며 왜 한국교회가 비판을 받는지 깨달았다. 그들이 말하는 회복과 변화, 성총회는 그들만의 구호,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또 사랑과 포용을 잊어버리고 극단적인 배척을 지향하는 한국교회를 보시고 예수님이 아파하실 것이라 생각하니, 앞으로 더 교회 개혁 운동에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조승연 / 교단 총회 참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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