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올해 인천 퀴어 문화 축제를 앞두고 인천시민 절반 이상이 개최를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인천시민 1000명 중 57%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 개최를 반대하고 22%가 찬성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인천 퀴어 축제를 반대해 온 반동성애 진영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곳은 '오피니언코리아'라는 신생 리서치 기관. 법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 기관은 2019년 6월 설립됐다. 오피니언코리아가 창립 이후 처음 언론에 공개한 조사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여론조사'다.

오피니언코리아는 두 번째 여론조사로 '조국 후보자 의혹 및 법무부장관과 임명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9월 4일 실시했다.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자동 응답 전화 조사를 한 결과, 60%가 임명을 반대하고 36%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오피니언코리아는 9월 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09명 중 60%가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반대한다고 했다. 오피니언코리아 보도 자료 갈무리

오피니언코리아 설문 결과는 반동성애 기사를 자주 써 왔던 <펜앤드마이크>·<기독일보>·<크리스천투데이>와 반동성애 성향을 띤 블로그가 주로 인용했다. 반동성애 운동가들이 참여하는 조국후보자임명반대네트워크(조반넷)은 9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설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피니언코리아 법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현재 대표이사는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이경희 사무국장이다. 오피니언코리아는 조국 관련 설문 조사를 의뢰한 곳이 동반연이라고 밝혔다. 조사를 의뢰한 주체와 시행 기관 책임자가 동일 인물인 것이다.

오피니언코리아는 경기 부천 한 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인천퀴어반대대책본부 차승호 대표가 운영하는 I사 사무실이다. 인천 퀴어 축제 반대 단체 대표가 운영하는 사무실을 빌려 쓰는 여론조사 기관이, 인천 퀴어 축제 개최 찬반을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9월 23일 사무실을 방문했다. 입구에는 I사 사명 대신 '오피니언코리아'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오피니언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I사 사무실을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나중에 정식으로 요청하고 찾아오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날 이경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기관 설립 취지, 반동성애 단체와의 관계를 물었다. 기자가 소속을 밝히며 질문하자 이 대표는 갑자기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다시 통화하자고 하더니, 지금까지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오피니언코리아는 인천퀴어반대대책본부 차승호 대표가 운영하는 I사 사무실을 쓰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오피니언코리아는 인천퀴어반대대책본부 차승호 대표가 운영하는 I사 사무실을 쓰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설문 조사는 제대로 진행된 걸까. <뉴스앤조이>는 리서치 전문가들에게 오피니언코리아가 진행한 여론조사 질문 내용을 분석해 달라고 의뢰했다. 오피니언코리아는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한 설문 중 조국 관련 여론조사 질문 내용만 공개하고 있다. 리서치 업계에서 질문과 결과를 함께 공개하는 것을 보면 이례적이다.

리서치 전문가들은 오피니언코리아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을 유도하는 문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문제 삼은 문항은 아래와 같다.

- 조국 교수의 재산을 고려해 볼 때, 조국 교수의 딸이 서울대환경대학원에서 800만 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국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자신의 재산 신고액 56억보다 많은 약 75억을 사모 펀드에 투자 약정했고, 그중 7억 원은 자녀 이름으로 했습니다. 이것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국 교수는 평소 페이스북 등을 통하며 많은 멋진 말들을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까?

- 조국 교수는 군대 내의 동성애를 금지하는 군 형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동성애 옹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동성애 옹호 입장을 가진 사람이 법무부장관이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서치 업체 A 대표는 9월 23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질문에 유도성이 보인다. '재산을 고려해 볼 때', '멋진 말' 등 이런 표현은 가치가 반영된 부적절한 말이다. 이런 문구를 빼야 중립적인 질문이 될 것 같다. 여론조사 기법을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이라면 이런 워딩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서치 업체 B 상무는 9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부 질문에 있는 몇몇 표현이 부정적인 응답이 나오도록 영향을 주고 있다. 재산 신고는 공시지가로 하기 때문에 신고액보다 투자액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동성애 관련 질문도 앞 문장을 빼고, '동성애 옹호자' 혹은 '~법 폐지자'가 법무부장관이 되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게 객관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질문에 조건과 단서를 아예 안 넣기가 어렵지만 조건문이나 가정문을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긍정·부정 질문을 균등하게 넣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길리서치 홍형식 처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질문에 특별히 유도성 문구가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객관적인 진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홍 처장은 "'여론조사공정'과 비교하면 질문 내용이 순화됐다. MBC 보도 이후 비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개신교 진영에서 여론조사공정을 마치 하나의 모델로 여기며 기독교적 소명을 갖고 있는 리서치 기관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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