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교인들이 세습 반대 기자회견에 난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자회견이 명성교회 교인들의 난입으로 무산됐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은 9월 2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104회 총회가 열리는 포항 기쁨의교회 본당 앞에서 세습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집행과 세습금지법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이었다. 교계뿐 아니라 JTBC·MBC·YTN 등 일반 언론도 취재에 나섰다. 총대 수십 명도 주위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김정태 목사는 총대들을 향해 세습금지법 폐지안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을 거절해 달라고 발언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신주현 씨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낸 사과문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며, 세습이 용인되면 교단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이용혁 목사가 다음 발언자로 나서려고 할 때, 양복을 입은 남성 20여 명이 기자회견 장소를 둘러쌌다. 명성교회 교인들이었다.

세습 반대 단체 측이 항의하자 교인들은 오히려 역정을 냈다. 왜 기자회견을 교회 밖에서 하지 않고 본당 바로 앞에서 하느냐고 나무랐다. 주최 측은 정당한 기자회견을 막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명성교회 측은 막무가내였다. 항의하는 목사들을 강하게 밀치고 주먹질하려는 자세를 취하며 위협했다.

카메라 수십 대가 현장을 찍고 있었는데도 교인들의 행패는 계속됐다. 김수원 목사가 "그냥 우리가 (기자회견을) 그만하자"고 제안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명성교회 교인들은 되레 "기자회견에 김수원 목사까지 나서는 이유가 뭔가", "교회 밖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집행 및 세습금지법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은 10분 만에 중단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 104회 총회는 개회 예배 3시간 전부터 명성교회 찬반 시위로 들끓고 있다. 이날 세습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아침 일찍 예배당 맞은편 도로에 세습 반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하나'님! 명성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아빠는 왜 목사가 아니야? 나도 하나 물려 줘", "솔직히 말하세요. '청빙' 아니라 '세습'이잖아요", "온 나라가 여러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명성 불법 세습! 이제 그만 끝냅시다"는 플래카드 수십 장이 내걸렸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 운동에 앞장서 온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 90여 명도 이날 포항까지 와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 "헌법 수호" 등을 외치고, '교회를 교회 되게' 해 달라는 찬양을 불렀다.

명성교회와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도 가만있지 않았다. 명성교회 남선교회 소속 교인 100여 명과 예정연 회원들은 예배당 입구 오른편에서 찬송을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총회는 교회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담임목사 청빙은 우리들의 권한이다"는 구호를 반복했다. 길 건너 맞은편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교인들은 '마귀들과 싸울지라' 찬송을 소리 높여 불렀다.

교회 예배당 왼편에서는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 없는 '문재인 정권 퇴진' 시위가 진행됐다. 포항건강한가정지킴이연대라는 단체가 총회를 찾은 이들을 대상으로 퇴진 서명을 받았다.(계속)

명성교회 남선교회 소속 교인과 예정연 회원들은 세습을 두둔하는 시위를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 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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