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연세대학교(김용학 총장)가 내년부터 필수 교양과목으로 시행하려던 '연세 정신과 인권'을 선택과목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9월 19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연세 정신과 인권 교과목 추가 안내'라는 글에서 "학사제도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2020년부터 이 교과목을 선택 교양 교과목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연세 정신과 인권'은 연세대가 올해 2학기 신설한 교양과목이다. 연세대 전임교수 15명이 역사·사회·노동·아동·장애·난민·성·환경·생명·의료·사회정의·교육 등 국내외 사회 이슈를 다루는 13주 과정 온라인 강좌다.

연세대는 기독교 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생들이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하나님의 보편 사랑을 체득, 실천하는 것이 이번 강좌 목표다. 2019년 2학기 시범 개설하고, 2020년부터 신입생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할 예정이었다.

교계 반동성애 진영은 연세대 앞에서 반대 집회와 피켓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 강좌가 개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계 반동성애 진영이 들고일어났다. 이들은 커리큘럼에 나오는 '인권', '젠더', '난민'이라는 용어만 보고 연세대를 비난했다.

연세대 재학생·학부모와 교계 반동성애 운동가로 구성된 '연세대를사랑하는국민모임'은 8월 13일 연세대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세 정신과 인권'이 바른 성 관념을 무너뜨리고 전통적 남녀 결혼 제도를 배척하는 친동성애적·친LGBT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8월 21일부터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반동성애 운동가 염안섭 원장은 이날 '인권 교육 필수화 → 젠더 교육 → 성평등 교육 → 동성애 교육'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후 여러 회원이 돌아가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외에도 자유의바람·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자유법치센터 등 여러 보수 단체가 학교 정문 앞에서 확성기를 틀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용학 총장과 인권 강의를 맡은 김현미 교수를 비판하며 필수과목 철회를 촉구했다. 연세대 교무처에 항의하기 위해 전화하고 방문하는 일도 계속됐다.

연세대를사랑하는국민모임은 9월 17일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 정신과 인권' 강좌가 △반성경적·편향적 인권 의식 심어 주고 △창조질서를 거역하며 △감상적인 난민 포용 교육이라며 필수과목 지정을 반대했다.

"반동성애 진영 주장 반영한 것 아냐
일부 동문·교수가 부정적 의견"

연세대는 교내 의견을 수렴해 인권 강좌를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필수과목 지정 반대 여론이 일자, 연세대는 9월 9일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올려 내부 논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연세대는 "인권은 비차별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본 강좌는 특정 집단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학사제도운영위원회와 교무위원회 협의를 통해 선택·필수 교과목 지정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이후 열흘이 지난 9월 19일, 학교는 이 강좌를 선택 교과목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연세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9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내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동성애 진영 입장을 수용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들이 반대 집회를 열고 의견을 낸 건 알고 있지만, 그것을 학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연세대 동문과 학사제도운영위원회 일부 위원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동문들이 '강의 취지가 어떻든 우리 사회에 시기적으로 옳은지 고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주었다. 학사제도운영위원회 일부 위원도 필수과목 지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사제도운영위원회는 교양 교과목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다. 수강생들 의견을 받아들이며 지속적으로 과목을 보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