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애나 블레이델 목사는 레즈비언이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UMC) 소속인 그는 아이오와대학 웨슬리센터 디렉터를 역임한 캠퍼스 사역자다. 블레이델 목사는 교단 내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 동성 결혼 및 집례를 허용하자는 운동에 앞장서 왔다.

UMC 교리와장정은 '스스로 공언한 동성애자'(self-avowed practicing homosexual)가 안수를 받을 수 없으며,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성의 결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점점 동성 결혼이 합법화하면서, UMC 소속이면서도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공언하거나 동성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목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블레이델 목사도 2016년 6월, 아이오와연회에 참석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혔다.

미국 보수 개신교가 주장하는 전통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로비 단체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Institute on Religion and Democracy) 존 롬프리스는 지난해 3월, 블레이델 목사를 연회 조사위원회에 고소했다. 조사위원회는 블레이델 목사의 기소를 미뤄 왔다. 올해 2월 동성애 이슈만 다룰 UMC 특별 총회를 앞두고 있었기에,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특별 총회에서 UMC는 동성애자 안수 및 동성 결혼을 금지한 '전통주의 플랜'을 채택했다. 아프리카·아시아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총대들이 동성애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해외 총대들 반발을 우려해 새롭게 통과시키는 플랜은 미국에서만 적용한다고 미리 언급했는데도 역부족이었다.

성소수자의 포용을 주장하는 이들이 올해 2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UMC 특별 총회에서 교단 역사를 짚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UMNS

총회 결과에 따라 아이오와주 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 블레이델 목사를 교단 재판부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블레이델 목사 외에도 그동안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목사들을 향한 치리도 하나씩 진행됐다.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
분리안 추진하는 교단 지도부
내년 총회, 다양한 제안서 논의 예정

미국 UMC 보수주의자들은 동성애자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현실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동성애자는 목사가 될 수 없고, 교단 소속 목사는 동성 결혼 주례자가 될 수 없다는 현 교리와장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별 총회에서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된 후, 교단 내 중도·진보 세력의 저항이 시작됐다. 목사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동성 결혼 집례를 시도했다. 침묵을 지켜 온 사람들도 특별 총회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단의 성소수자 포용 운동을 주도해 온 '화해목회네트워크'(Reconciling Ministry Network)에 합류하는 교회도 증가했다.

성소수자 관련 이슈를 종결시킬 줄 알았던 특별 총회가 끝난 뒤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교단 지도부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미시간연회 앨런 바드 감독과 텍사스연회 스콧 존스 감독은 7월, 성소수자 목사 안수와 동성 결혼에 대한 입장에 따라 UMC 재편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년 5월 열릴 교단 총회에서 분립안을 구체화하자고 제안했다.

교단 내 전통·중도·진보 입장을 대변하는 12명은 지난 6월 인디애나폴리스에 모여, 교단이 분리·독립의 길을 걷는 게 모두에게 이롭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8월 14일 '인디애나폴리스 플랜'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각자 지향대로 교리와장정을 수정하고, 새로운 교단 이름을 정하는 동시에 원한다면 UMC도 함께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소수자 포용 정도에 따라 교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두를 포용하는 교단을 지향하는 구성원들은 'UMC넥스트'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5월, 특별 총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으로의 교단 향방을 논하는 비공개 모임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모든 이에 대한 모든 형태의 악과 억압에 저항한다. 연령, 국적, 인종, 문화, 성별,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모든 이를 온전히 포용하는 교회를 세울 것"에 동의했다.

UMC넥스트는 인디애나폴리스 플랜과 조금 다른 교단 분립안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교리와장정에 있는 성소수자 안수 제한과 동성 결혼 제한을 없애자고 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교회는 자유롭게 교단을 떠나 새로운 형태의 감리회를 조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교단을 떠나려면 교회 재산 분배 등 여러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UMC넥스트 분립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 차이로 교단을 떠날 때 제약을 많이 받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자는 내용이 담겼다.

두 단체는 이 같은 내용을 조금 더 다듬은 뒤, 내년 5월 미니애폴리스 총회에서 다룰 수 있도록 청원을 제출할 계획이다. 어떤 안이 통과되더라도 UMC는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 차이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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