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은 타 교단에 비해 동성애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다른 장로교단들에 비해 신학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교단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반동성애 광풍 앞에서 다양성은 힘없이 무너졌다. 예장통합 총회는 동성애자와 옹호자의 신학대 입학을 제한하는 법을 만든 데 이어, 목사 고시에 합격한 신학생들을 '동성애 인권 옹호자'라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이는 교단 소속 목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매카시즘'과 같다.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매카시는 1950년대 반공산주의 선풍을 일으켰다. "여기 내 손안에 205명의 공산당원 명단이 있다"는 말로 유명세를 떨쳤다. 매카시는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을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규정했다. 정치인뿐 아니라 시민단체, 기업, 국무부, 육군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는 한동안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쳤다.

매카시즘을 예장통합 반동성애 광풍에 비유한다면, '매카시'는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가 될 것이다. 고 목사는 2017년 102회 총회에서 동성애자와 옹호자의 신학대 입학을 제한하는 법이 통과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동성애를 '전염병'에 비유하면서 동성애자와 지지자를 중징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103회 총회에서는 7개 신학대 총장들을 상대로 동성애 사상 검증을 시도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총회 동성애대책위원장이기도 한 고만호 목사는 이번 목사 고시 사안에도 적극 개입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한 목사는 고 목사를 겨냥해 "총회가 동성애 칼자루 쥔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총회장부터 개교회 목사에 이르기까지, 교단 내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다.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동성애가 창조질서에 반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반대는 문제다', '동성애를 죄라고 규정하는 것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일단 교회는 동성애자를 포용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했다.

목사들은 "광기를 멈추고 동성애를 연구하고 논의해 보자"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했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힌다는 이유다. 정치사회적으로 의식 있고 교단에서 존경받는 목사들조차 동성애 문제에서만큼은 익명성 뒤에 숨었다. 장신대 교수들은 자기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했는데 한 명도 나서는 이가 없다.

고만호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에 반동성애 광풍을 일으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반공주의'로 승승장구하던 매카시는 오래가지 못했다. 1954년 6월 청문회에서 육군 안에도 빨갱이가 많다고 주장했다가 역공을 당했다. 육군 법률고문 조셉 웰치는 매카시를 향해 "이제껏 꿈에도 몰랐다. 한 무고한 젊은이를 그렇게 갈가리 찢을 정도로 당신이 그토록 잔인하고 그렇게나 무지한 사람이라는 것을…", "당신 같은 사람을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죄 없는 사람을 정치적으로 살해하려는 일을 그만두라",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없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매카시에게 대적했다가 빨갱이로 내몰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던 미국인들은 이 장면을 보고 환호했다. 청문회는 TV로 생중계됐고 사람들은 웰치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후 매카시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3년 뒤 사망했다.

예장통합 반동성애 진영은 올해도 분주하다. 신학교에 동성애 옹호 의혹을 덮어씌워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는 헌의도 올라왔다. 어쩌면 이번 총회에서는 더 강력한 동성애 사상 검증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비아토르) 저자 최종원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는 이러한 교회의 사상 검증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창조에 대한 너의 입장은 무엇이냐? 동성애에 대한 너의 입장은 무엇이냐? 성경의 권위에 대한 너의 입장은 무엇이냐? 누구도 우리에게 대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신앙은 확신을 되새기는 작업이 아니다. 끝없는 모호함 속에서 자신의 선 자리를 확인하며 점검하는 작업이다." (275쪽)

예장통합 안에서는 이제 동성애가 신앙의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 문제의식을 가진 목사들이 낙인찍힐 게 두려워 침묵한다면, 예장통합은 반동성애밖에 모르는 사사로운 집단이 될 것이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교단 내 매카시들을 향해 "칼자루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의논해 보자"고 말하는 웰치가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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