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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목회자들 "반동성애 광풍, '매카시즘'이다"

목사 고시 불합격 처분 비판 "총회가 동성애 칼자루 쥔 사람에게 휘둘려"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9.09.09  18: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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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성애 광풍이 예장통합을 휩쓸고 있다. 동성애 옹호자로 몰린 신학생 두 명은 목사 고시에서 불합격 처리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 친구들이 동성애자도, 동성애 옹호자도 아닌데 설마 (목사 고시) 불합격시킬까. 그렇게 하는 건, 과거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을 '빨갱이'로 낙인찍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른들이 불합격시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장을 지낸 A 목사가 9월 6일 오전, 기자와 만났을 때 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날 오후, 2018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무지개 퍼포먼스'를 진행한 신학생과 그를 지지한 신학생은 '동성애 옹호자'로 몰려, 목사 고시에 최종 합격해 놓고도 '면접 불합격' 결정됐다. 설마 교단 목사·장로들이 그렇게 결정하겠느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은 '매카시즘' 광풍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회장을 지낸 B 목사는 9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적·면접 등 객관적 데이터를 가지고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지, '짐작'만 가지고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자신도 동성애를 좋게 생각하지 않지만, 반동성애 진영의 공격적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B 목사는 "반동성애 진영이 너무 떠들어 놔서 큰일이다. 동성애 논쟁이 오히려 교회를 해치고 있다. 시민사회와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강공으로 나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총회 부서장을 지낸 C 목사도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다. 두 신학생은 동성애자를 옹호·지지한 게 아니고, 총회 결의에 따라 그들을 혐오·배척하지 말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장통합 총회에는 반동성애 광풍이 불고 있는데, 과거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려 했던 '매카시즘'과 닮아 있다고도 했다.

C 목사는 "매카시즘 광풍에서 볼 수 있듯이, 교단 보수주의자들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동성애를 이용하는 현상이 자꾸 나타나고 있다. 동성애를 공산주의·유물론과 연결하고, 반동성애 법까지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연구 검토는 없었다"고 말했다.

D 목사는 "미쳐 돌아가고 있다. (고시위는) 완전히 제 무덤을 팠다. 총회는 '마을 목회'를 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마을에 있는 성소수자는 외면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닌가. 사회와는 소통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한 셈이다"고 말했다. E 목사도 "명백한 마녀사냥이자 직무 유기다. 동성애대책위원회가 제시한 근거 자료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총회가 동성애 이슈로 칼자루를 쥔 사람에게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인 서총명 전도사는 "두 신학생은 논술·면접 등 모든 시험 절차를 밟아 목사 고시를 통과했다. 이미 합격했는데,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해 떨어뜨렸다.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다. 법대로 해야 하는데, 총회가 반동성애 광풍에 아무것도 못한 채 쓸려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학교 측에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신대원장이나 총장이 직접 출석해서 '잘 지도하겠다'고만 이야기했어도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싶다. 명성교회 문제에는 그렇게 목소리를 잘 내면서, 왜 정작 학생들 문제는 외면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신학생들은 목사 고시를 통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었다. 고시위원회는 9월 6일 불합격을 결정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목사들은 '익명', 신학생만 '실명'
"교단 보수주의자들과 싸우기 어려워"

<뉴스앤조이>는 예장통합 내부에도 고시위원회의 과한 조치를 자성하고 반동성애 광풍을 우려하는 목회자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해 취재를 시작했다. 물론 위와 같은 목회자들 의견을 들을 수 있었으나, 이들은 하나같이 익명으로 기사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 동성애는 죄라고 생각한다고 밝혀도, 동성애자를 사랑하고 품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조금이라도 풍기면 반동성애 진영에서 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매카시즘이었다.

이는 총회장을 지내고 교단 내에서 존경받는 원로로 통하는 B 목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반동성애 진영에게) '강공'으로 나가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등 조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말하면 '동성애 옹호자'라고 공격을 해 댄다"고 말했다.

C 목사는 "나도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데, 칼 들고 설치는 교단 보수주의자들은 더한다. 이런 사람들과 싸우기가 어렵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D 목사는 "표적이 될 수 있다 보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점이 있다. 안 그래도 이번 주 설교 시간에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떠돌고 있다고 언급했다가, 몇몇 교인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E 목사는 "개인적으로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품어야 하고 돌이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말도 교단에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이 팽배해 있다. 이외 주장은 난도질당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이 중 유일하게 서총명 전도사만 실명을 사용해 달라고 했다. 그는 "숨어서 말하면 진정성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신앙 양심에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다. 불안하지도 않다. 동성애를 옹호하든 옹호하지 않든 나를 걸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교단 안에도 동성애자와 옹호자가 있을 텐데, (반동성애 진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광풍이 나온다.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칠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목사들은 동성애 자체는 반대한다면서도 충분한 연구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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