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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공원 건립은 세월호 기억을 국가에 새기는 일

9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세월호 예배 "5년여간 부모들 몸부림…책임도 처벌도 없었다"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9.09.01  22: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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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2학년 9반 은정이는 매년 부모님 생일상을 직접 차려 주는 딸이었다. 맞벌이하는 엄마와 아빠가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은정이는 혼자 케이크·샴페인·과일 등을 사다 놓고 부모님을 기다렸다. 엄마 아빠는 지금도 생일이 되면 은정이가 먼저 떠오른다.

"그 기억 때문에 그날 이후로 우리 부부 생일을 도저히 챙길 수가 없었어요. 언니가 내 생일에 같이 저녁 먹자고 했는데도 피했어요. 마음이 아파서 은정이 생일도 못 챙겼고요. 미역국도 안 끓여 먹고 지나가다가 은정이 생일에 처음으로 미역국을 끓였어요.

'여보, 이거 미역국이야… 알지?' 그랬더니 남편이 대답해요. '응, 알아.'

'당신 생일이나 내 생일은 따로 하지 말고 은정이 생일날 이렇게 미역국 한 그릇씩 먹자. 1년에 한 번씩만 이렇게 먹자.' 그날 처음으로 미역국 한 그릇씩 먹었어요."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창비), 조은정 엄마 박정화 글]

단원고 희생자 9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세월호 예배가 9월 1일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렸다. 은정 엄마 글을 대표로 읽은 한 참석자는 힘겹게 낭독을 마쳤다. 예배에 온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 60여 명은 눈시울을 붉히고 탄식했다.

9반은 총 23명 중 20명이 희생됐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며 희생자 이름을 한 사람씩 불렀다. 은정이와 다른 친구들 모습을 생각하며 가슴에 새겼다.

한 참석자가 은정 엄마 글을 읽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에는 9반 학부모를 대표해 은정 아빠 조문기 씨가 나왔다. 은정 아빠는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들이 매달 예배한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았지만 직접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잊지 않고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은정이가 친구들과 교회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은정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도를 많이 했어요. 전도한 친구를 제가 차에 태워 교회에 데려간 생각도 많이 납니다. 중학교 때는 교회 가기로 한 친구가 펑크를 낼까 봐 우리 집에까지 데려와 재우고 주일에 함께 간 날도 많았습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스스로 자기 일을 찾아서 했던, 저에게는 이쁜 딸 은정이입니다.

수학여행 떠나기 전 은정이는 청해진해운 홈페이지에 접속해 세월호를 보여 줬습니다. 크고 안전하고 연예인이 나와 방송에 탄 큰 배라며, 재미있는 수학여행이 될 거라고 했었는데…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아이들은 부모와 친구들과 세상과 이별하여 이 땅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은정 아빠는 지금도 은정이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단원고 희생자 대다수는 1997년생 혹은 1998년생이다. 지금 나이로는 23세 혹은 22세다. 은정 아빠는 얼마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23세 청년들을 만났을 때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도 살아 있으면 저 나이가 되어 저렇게 컸겠구나', '저렇게 살아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음이 착잡하고 아이들 생각이 나서 한동안 먹먹했습니다.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며 교회에서 봉사하는 은정이 친구들을 볼 때, 그 친구들이 대견하면서도 제 마음 한편에는 착잡함과 그리움이 더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 딸 은정이도 저렇게 아름답게, 하나님이 보기에 기쁘게 찬양하고 봉사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예배에 나온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이 서로 축복하는 찬송을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매달 한 번 열리는 예배. 세월호 가족들이 나와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생명안전공원 건립은 세월호 참사 기억을 국가와 사회에 새기는 일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이 개인의 고통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비극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명시하는 일이다. 그럴 때 비로소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가족들은 말한다.

은정 아빠는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고 싶어 지난 5년여간 부모들이 많이 몸부림쳤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 땅에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되어 다시는 우리 아이들처럼 귀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 인도를 맡은 지성 엄마 안명미 씨는 "우리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진실을 밝혀낼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기억할 성실함도 필요합니다"라고 기도문을 낭독했다.

가족들과 기독교인들은 △생명안전공원 건립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국내외 문제 해결 △피해 가족, 416연대, 416 활동가의 하나 됨을 위해 함께 소리 내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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