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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달군 '페미니즘+교회' 만화, 단행본으로 출간

[인터뷰] <비혼주의자 마리아>(IVP) 안정혜 작가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8.28  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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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비혼주의자 마리아'. 페미니즘(비혼주의자)과 기독교(마리아)가 합쳐져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웹툰이 얼마 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자칫하면 양쪽 다 제대로 다루지 못할 수도 있는데 <비혼주의자 마리아>(IVP)는 둘을 잘 녹여 냈다. 사실 책으로 나오기 전 에끌툰과 인스타그램에 연재했을 때부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공감을 샀다.

책은 비혼주의자를 자처하는 언니 마리아와 순종적 여성성을 지닌 동생 한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신앙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 마리아와 여전히 독실한 한나. 두 사람 이야기를 통해 책은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교회 성차별의 신학적·제도적 문제를 짚는다. 한국교회에서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토대로 교회 내 성폭력과 이를 대처하는 과정 등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작가명 '린든'으로 활동하는 안정혜 작가는 기독교 서적을 소개하는 짧은 컷 만화, 크리스천 판타지 웹툰 등 단편 위주로 작업해 왔다.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안 작가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작업을 통해 그동안 여성 정체성을 외면하고 살았던 자신을 발견하고 '안정혜' 그대로의 모습에 눈을 떴다고 했다. 8월 27일 경기도 군포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그리게 됐는지 물었다.

안정혜 작가는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교회 내 성차별에서 시작된 다양한 문제를 그린 책입니다. 여성 문제는 교회 내에서 그리 반기는 분야가 아닌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IVP에서 먼저 제안해 주셨어요. 교회에서도 페미니즘이 조금씩 이슈가 되고 있을 때였는데요. 처음에는 여성신학 등 한국교회 구성원들에게 조금 생소한 신학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가려고 했어요. 저도 페미니즘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만 1년 넘게 걸렸어요. 심지어 관심도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 검색창에 '페미니즘'을 쳐서 나오는 결과를 쭉 다 읽었어요. 마침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뉴스앤조이)이 출간돼 도움을 많이 받았죠. 편집자인 IVP 이종연 간사님이 정말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참고할 책들을 보내 주시고, 취재를 위한 인터뷰도 주선해 주시고 힘을 많이 주셨어요.

- 페미니즘 책 몇 권 읽는다고 전혀 모르는 분야에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 '이거다' 싶은 순간이 있었나요.

사실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어도 페미니즘을 향한 내 안의 부정적인 시선을 거둘 수 없었어요. 백소영 교수님께 자문을 구했더니 '거세된 여성'이라는 답을 주시더라고요. 좀 충격이었죠. 전 정말 여성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왜 내가 이런 시선을 갖게 됐는지 궁금했어요. 페미니스트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봐야겠다 싶어 노트북을 켜고 앉았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당하다고 느낀 지점을 차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삼남매 중 장녀로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겪은 성차별이 떠오르더라고요. 집에서 차별 대우를 많이 받았는데,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저는 가족들을 전도 대상으로 봤기 때문에 현실에 순응했어요. 결혼 후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았어요. "지금 이 일은 부당하지만 나중에 하나님이 보상해 주실 거야. 나는 헌신하고 있는 거야"라고 스스로 되뇌기도 했어요.

교회에서도 순종적인 신앙인이었죠. 하라는 대로 하면 예뻐해 주잖아요. 교회가 너무 좋았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성당 다니는 친구 세례명이 부러워서 교회 전도사님에게 "나도 성당 가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전도사님은 저를 교회 꼭대기 어두컴컴한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그런 말하면 안 된다고 30분간 타일렀어요. 말투는 차분했지만 12살이었던 저에게는 당시 분위기 자체가 고압적으로 느껴졌죠. 궁금해도 질문하면 안 되겠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체득했어요.

대학교 때는 선교 단체 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성적은 형편없을 정도였죠. 성경만 보고 그림을 안 그리니까 친구들이 저를 걱정하더라고요. "힘들게 들어온 대학인데 너는 왜 그림을 안 그려"라는 친구들 말이 저에게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당하는 핍박처럼 들렸어요. 절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이었는데…. 대학 중퇴 후에는 폐쇄적인 공동체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고요.

이런 내용을 노트북에 쓰다 보니 나의 정체성과 신앙관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차별을 당연시하는 순종적인 신앙인 여성이었죠. 심지어 그날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동안 연애하며 겪은 일들이 데이트 폭력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그만큼 저는 부당한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외면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거죠.

왜 나는 이런 부당함을 외면했을까 고민하다 보니, 속에서 뭔가 확 올라오더라고요.(웃음)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익명성이 보장된 곳에서는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고요. 이렇게 많은 목소리가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이 슬펐어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무지했던 과거의 나에 대한 회개, 고통받는 주변의 자매들과 연대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개, 또 내 딸은 이런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안 작가는 실제 사례와 여러 자료를 참고해 교회 내 성차별, 성폭력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에끌툰에 총 33회 분량으로 8개월가량 연재했습니다. 독자 반응이 다양했다고 들었어요.

원래 에끌툰에만 연재하는데, 조금 더 다양한 독자층을 만나고 싶어 인스타그램에도 시간차를 두고 공개했어요. 여성 독자들이 정말 많이 공감해 주셨어요. 기독교인이 아닌 분이 꽤 많이 본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비기독교인 중에는 교회가 폐쇄적인 곳, 수천 년 전 쓰인 성경 텍스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서 여성을 차별하는 곳처럼 보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이 만화가 기독교 안에서 어떻게든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저항하는 몸부림처럼 보였나 봐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걸 기독교의 자정작용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어렸을 때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은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게 받은 피드백이 인상적이었어요. 교회 떠나고 내가 왜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지 고민했던 분들이 신앙을 유지해야 할 이유를 되찾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교회 안에서 목소리를 묵살당한 분들이 많은 공감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고요.(웃음) "책에 나온 사건들이 완전히 허구 아니냐", "실제 있었던 일이냐",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자극적이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책에서 '상혁'이라는 캐릭터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 교회는 안 그런데"라는 반응도 있었죠. 그래서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뒷부분에 부러 주를 넣었어요. 실제 기사화한 사건들을 토대로 그렸거든요. "작가가 메갈이냐"는 밑도 끝도 없는 비난도 받았어요.

- 교회 내 여성 문제는 말 꺼내기 불편한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연재를 결정하고 계속하게 된 원동력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출산 후 경력을 이어 가기 위해 뭐든 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에요. 잘 모르고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요. 관련 서적을 읽고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그냥 묵히고만 있다면 내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았어요. 세상에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내보내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두렵기도 했어요.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걱정보다는 이미 오래 운동하신 분들이 이 책을 어떻게 보실까 걱정이었죠. 앞장서서 교회 내 성폭력 반대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빈약하고 때로는 별로인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요. 평생 싸워 오신 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그리고, 최소한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그렸어요.

- 온라인에서 반응은 좋았는데요.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여성분이 운영하는 지방의 한 서점에서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매대에 진열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은 진열돼 있다고 하는데, 혹시 누가 와서 시비를 걸까 봐 두려움에 그렇게 하신 것 같아요.

'비혼주의자'라는 단어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비혼'이라고 하면 기독교 전통에서 이상하게 보잖아요. 정상적인 삶이 아닌 그 외의 삶, 뭔가 완성되지 않은 삶인 것처럼 간주하죠. 또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혼에 더 많은 비난이 가해져요. 저는 이 비혼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발칙함이 좋았어요. 전혀 발칙한 게 아닌데 기독교인이 느끼는 불편함과 거부감을 상징하는 제목이라 생각했어요.

- 책의 결말이 그리 속 시원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끝내신 이유가 있나요.

쓸데없는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사람들은 책 한 권만 읽고도 마치 그 분야에 대해 모든 걸 깨달은 것처럼 행동해요. 자기는 할 일 다 했다고 느끼는 거죠.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만 깨닫고 시원한 마음이 들었을 때 그 자리에 멈추곤 해요. 깨달음을 얻는 카타르시스가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좀 찜찜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는 독자들이 더 이상 다른 사람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책을 펴 보는 능동적 행동을 하면 좋겠어요. 한나가 책을 읽으면서 달을 보는 장면처럼 말이죠.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책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행위인데요. 내 삶에서 뭔가 문제가 있으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잠을 못 이루잖아요. 책을 읽으신 분들이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교회 현실, 내 주변 자매들에게 일어나는 일도 내 일처럼 아파하면서, '그럼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지점까지 나가면 좋겠습니다.

안 작가는 교회에서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여성들이 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이 책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이 책을 준비하고 쓰면서 잃어버렸던 '안정혜'로서의 삶을 찾은 것처럼, 독자들도 잃어버린 개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때로 나라는 사람보다 여성으로서의 책임감, 억눌림 혹은 수많은 꼬리표 때문에 나로서 살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셨기에 더 이상 자기 검열이나 비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하나님은 우리를 질책하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의 어떤 부분만 취해서 하나님나라 구현에 쓰시는 분이 아니라 그냥 우리 모습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거죠. 내가 누구인지,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내 자신을 먼저 좀 돌아봐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 앞으로는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으신가요.

이 작품이 사실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앞으로 외면당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쉽지 않겠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 같아요. 예를 들면 성경 안에는 잊혀진 많은 목소리가 있는데요, 그 목소리를 발굴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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