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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합, 악한 왕의 대명사

[박태순의 교양으로 읽는 성서] 왕조시대⑨ 아합과 나봇의 포도원

박태순   기사승인 2019.08.22  1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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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합은 사마리아에서 22년 통치합니다(기원전 872~기원전 851년). 아합 통치 기록이 열왕기상 16장 29절에서 22장 40절까지 나오는데, 이세벨의 마지막 장면까지(열왕기하 9장) 포함하면 북왕국 왕들 가운데 가장 분량이 깁니다.

아합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오므리의 아들 아합이 그의 이전의 모든 사람보다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더욱 행하여 (중략) 그는 그 이전의 이스라엘의 모든 왕보다 심히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노하시게 하였더라(왕상 16:30, 16:33)."

이 기록의 문학적 유형은 '예언적 관점'입니다. 예언적 관점에서 기록한 형태로, 사무엘과 사울의 왕권에 대한 이야기가 선지자 나단과 다윗 이야기와 비슷하며, 또한 솔로몬의 권력 남용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신적 영감을 부여받은 선지자들 권위를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있는 왕은 이스라엘의 종교적 순수성에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성서에서 묘사하는 아합과 그의 아내 이세벨은 성서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악정惡政을 행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아합과 같이 그 자신을 팔아 여호와 앞에서 악을 행한 자가 없음은 그를 그의 아내 이세벨이 충동하였음이라(왕상 21:25)."

아합이 여호와를 전혀 숭배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합 통치 기간, 적은 무리의 사람들만 바알을 섬겼습니다. 여호와 신앙이 그의 자녀들 이름에 나타납니다. 세 자녀 이름이 모두 여호와와 관련돼 있습니다. 두 아들 요람('여호와가 옳다', 왕하 8:16)과 아하시야('여호와의 소유', 왕상 22:51)와 딸 아달랴('여호와의 크심', 왕하 8:26, '오므리의 손녀')에서 보듯 여호와 숭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합은 바알과 아세라 숭배에 더 매달렸습니다.

아합 시대 고고학

- 텔 단 비문(Tel Dan Inscription)

이 비문은 1993년 발견했습니다. 고고학자들에게 가장 큰 흥미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람어로 쓰인 이 비문은 기원전 9세기 혹은 기원전 8세기 것으로 추정합니다. 여기에서 '텔(tel 또는 tell)'은 '작은 언덕'을 의미하는 고고학의 전문용어이며, 단(Dan)은 갈릴리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비석을 세운 군주 이름은 나와 있지 않지만,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아람-다메섹왕 하사엘입니다["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너는 네 길을 돌이켜 광야를 통하여 다메섹에 가서 이르거든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이 되게 하고(왕상 19:15)"]. 하사엘은 성서에서 오므리 가문에게 굴욕을 안겨 준 인물입니다. 기원전 835년경 단을 점령하고, 그곳에 승전비를 세운 것 같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올라갔다.
나의 아버지는 누웠다.
…이스라엘의 왕, 그리고 내가 죽인 사람은
'다윗의 집'이었다.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으로
포위했다.
…여호람의 아들
아하시야의 아들"

이 비문이 아합 아들이며 왕위를 계승한 여호람 이름을 언급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뜻은 명확합니다. 오므리 왕조가 이끈 이스라엘 왕국은, 다메섹 부근 지역에서 이스라엘 중앙 고원지대와 여러 계곡 전체는 물론 모압 남쪽에 이르는 지역까지 상당히 많은 이방 민족을 통치했습니다. 이것을 통해 오므리 왕조가 막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 살만에셀 3세의 모놀리스 비문(Monolith Inscription)

이 비문은 하나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비석입니다. 아시리아 님루드(Nimrud)에서 발견했습니다. 기원전 853년 시리아 베카(Beqʿa) 계곡에서 벌어진 카르카르(Qarqar) 전투 자료로, 잘 문헌화됐습니다. 아시리아 연대기는 아합이 다른 어떤 왕보다 많은 군사력을 제공했다고 보고합니다. 아합은 반-아시리아 동맹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습니다(기원전 853년, 성서 기록에는 없음). '이스라엘의 아합' 군대가 다메섹의 벤하닷보다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나 살만에셀은 앙의 도시인 카르카르를 파괴하고 황폐화했으며, 또한 불태워 버렸다. 아람의 왕 하닷에셀은 병거 1200대, 기병 1200명, 보병 2만 명 … 이스라엘 왕 아합은 병거 2000대, 보병 1만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 열두 왕이 동맹국으로 모였다."

아합의 병거가 2000대, 보병이 1만 명입니다. 병거 수가 아주 많아 약간 의심이 가지만, 아합 군대가 연합군 핵심 부대였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남유다는 목록에 없는데, 북이스라엘과 밀접한 동맹 관계였기에 아합 군대에 속한 것으로 계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기록에서는 살만에셀 3세가 승리했다고 주장하나, 이 전투의 실제 결과를 보면 심하게 과장한 것입니다. 살만에셀 3세는 급히 아시리아로 회군했으며, 적어도 잠시 동안은 아시리아의 서방 진격이 저지됐습니다.

대토지화 정책,
아합과 나봇의 포도원

"아합이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 대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네게 줄 것이요 만일 네가 좋게 여기면 그 값을 돈으로 네게 주리라(왕상 21:2)."

사마리아에서 벌어진 종교적 대립은 여호와 숭배자와 비 여호와 숭배자의 대립이 아니라, 배타적 여호와 숭배와 비배타적 여호와 숭배의 대립이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한 나라 왕이 자기 백성 포도원을 강제로 빼앗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더구나 포도원을 빼앗기 위해 이세벨은 나봇을 모함해 죽이기까지 합니다. 왜 아합과 이세벨은 무리한 방법까지 써서 나봇의 포도원을 강탈한 것일까요?

많은 학자가 이 정책을 '대토지화', 곧 집약 농업 정책이라고 부릅니다. 엘리야가 바알, 아세라 선지자들과 갈멜산에서 대결을 벌인 것도 종교적 측면뿐 아니라, 세습 토지제도와 수녹 토지제도 간 가치관 충돌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아합은 아내 이세벨과 선지자 엘리야 사이에서 머뭇거립니다. 같은 맥락에서 여호와와 바알이 대결하는 것입니다.

바알은 가나안 폭풍의 신이었습니다. 엘리야 이야기 전반부에서 언급하는 3년 기근은 진정한 폭풍(비)의 신이 누구인지 묻는 것입니다. 비를 주관하고 농업의 풍년과 흉년을 주관하는 신은 여호와인가, 바알인가? 자율적 농업 정책을 펼칠 것인가, 왕이 강제하는 집약 농업 정책을 펼칠 것인가?

아합은 갈멜산에서 허망하게 패배한 바알 선지자들을 보면서도, 이세벨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의지해 바알 편에 서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릅니다.

"그의 아내 이세벨이 그에게 이르되 왕이 지금 이스라엘 나라를 다스리시나이까. 일어나 식사를 하시고 마음을 즐겁게 하소서. 내가 이스르엘 사람 나봇의 포도원을 왕께 드리리이다(왕상 21:7)."

아합은 나봇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나서 포도원으로 갑니다. 여호와는 엘리야를 통해 준엄한 심판을 선포하라고 말씀합니다.

"너는 그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이 네가 죽이고 또 빼앗았느냐고 하셨다 하고, 또 그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이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은 곳에서 개들이 네 피 곧 네 몸의 피도 핥으리라 하였다 하라(왕상 21:19)."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삽화 '아합의 죽음'.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이전에 여호와는 아합에게 기회를 여러 번 줬습니다. 사마리아에 바알 신전과 제단을 쌓거나, 아세라상을 만들었을 때도(왕상 16:31-33), 갈멜산 대결에서도(18장), 엘리야를 죽이려고 했을 때도(19장) 하나님은 아합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기회에도 전혀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호와는 아람왕과의 전투에서 아합을 패배하게 합니다.

"왕이 이미 죽으매 그의 시체를 메어 사마리아에 이르러 왕을 사마리아에 장사하니라. 그 병거를 사마리아 못에서 씻으매 개들이 그의 피를 핥았으니 여호와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되었더라(22:37-38)."

열왕기상 22장 39-40절은 아합이 "그 열조와 함께 자매"로 마무리합니다.

*팟빵 '에르고니아 라디오' 채널 바로 가기: http://www.podbbang.com/ch/12827
박태순 / 부천 새들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신학 아카데미 에르고니아(http://ergonia.org)에서 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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