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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위원회'는 양성평등 위한 것…교계 반대 답답해"

[인터뷰] 경기도 성평등 조례 개정안 대표 발의한 박옥분 도의원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8.20  14: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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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인터뷰하는 짧은 시간에도 박옥분 도의원(더불어민주당)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휴대폰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가 한가득이었다.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은 물론이고, 도의원 자질을 문제 삼거나 박 의원과 가족을 저주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 메시지를 쭉 보여 주던 박 의원은 한숨을 내쉬며 "심지어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준 목사도 있었다. 이유가 뭐겠는가. 내가 사는 곳까지 알고 있다고 위협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옥분 의원은 최근 두 달간 반동성애 진영과 손잡은 개신교인들의 집중 공격에 시달렸다.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 대표 발의자라는 이유에서다. 경기도의회는 7월 16일 박옥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8월 6일에는 이를 공포했다.

박옥분 의원은 '성평등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이유로 반동성애 진영, 보수 교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보수 교계는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물고 늘어졌다.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 조례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는 이유다. 개정안에 담긴 '성평등위원회 설치' 조항 때문에 앞으로 교회와 신학교 등에 동성애자 고용을 강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도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기관이기 때문에 '사용자'라는 논리다. 확대 해석과 억측에 기반한 주장이었다.

항의 전화 및 방문, 문자 폭탄, 규탄 집회에도 끄떡하지 않고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이들은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대규모 거리 행진까지 벌였다. 8월 25일에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벌써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고명진 목사) 등 지역 대형 교회들까지 나서 '나쁜 성평등 조례 반대와 재개정을 위한 경기도 31개 시군 연합 기도회 및 2차 도민 대회'에 참여해 달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박옥분 의원은 8월 19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했다. 일하는 여성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만든 개정안이 갑자기 '교회를 탄압하는 도구'라는 가짜 뉴스로 변질돼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모태신앙인으로서 답답함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김문수 지사 때 등장한 '성평등'
개정안 취지 설명해도 소통 불가
"양성평등 주장하지만 이해 떨어져"

반동성애 진영은 '성평등'이라는 단어는 무조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단어가 남성·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인정하고, 동성애를 옹호하며 조장한다는 것이다. 지난 집회에서는 '성평등 개정 조례안'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확산되고 에이즈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옥분 의원은 경기도 성평등 조례안이 1995년 '경기도 여성 발전 기본 조례안'을 2009년 김문수 지사 때 '성평등'으로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사회 변화에 발맞춰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계속 내용을 수정해 왔다. 박 의원은 "왜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 휴대폰에는 개정안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보낸 메시지가 한가득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박옥분 의원은 이번 개정안 핵심이 '성평등위원회 설치'라고 말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 외치는 것처럼 단순하게 '성평등 = 동성애 수용'이라고 해석해 버리면 곤란하다고 했다.

경기도는 인구구성과 사회·경제 환경의 스펙트럼이 넓은 곳이다. 도심도 많지만 농경지도 많고, 대기업도 많이 자리 잡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소규모 아파트형 공장도 많다. 박옥분 의원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근로자의 인권을 향상할 방법으로 '성평등위원회'를 고안했다.

경기도 산하 공공 기관에서 관리자급으로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에서 4.3%밖에 안 된다. 공공 기관부터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남녀가 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저출산 문제까지 연결돼 있는 육아휴직, 유연 근로제 등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게 개정안 취지다. 우선 공공 기관에서 시작해 민간 영역으로 확장해 보려는 의도였다.

박옥분 의원은 "성평등위원회 설치는 사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녀 차별이 여전한 각종 사업장에서 조금 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도 하나 만들더라도 일하는 여성을 배려하자는 적극적 조치의 일환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제3의 성'과는 교집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보면, 박옥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취지는 반동성애 진영에서 주장하는 '양성평등'과 같다. 그럼에도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교계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건 한 가지,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에는 관심이 없다.

"두 차례 만나서 설명도 하고 소통하려고 했지만 대화가 불가능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것 같다. 양성평등은 단순하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나누고 수를 맞추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저들은 '여성은 현모양처', '남성은 돈 벌어 오는 가장'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 같다. 전통 교회에서도 목사 역할과 사모 역할을 구분 짓지 않나. '양성평등 YES'를 외치지만 여성 인권 증진에 관심 두기보다 사회 차별적 요소들을 더 고착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다니던 교회서는 '조례 폐지 기도회'
"사랑 말해야 하는 종교가 혐오 조장,
언젠가는 부끄러워할 날 올 것"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제3의 성' 운운하며, 박옥분 의원에게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이들이 제작해 온·오프라인에 뿌린 전단지에는 모두 박 의원 얼굴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이들의 전단지가 광고 게시물로 붙었다. '동성애 옹호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난해 재선한 박옥분 의원은 정치생명은 물론 당에 누가 될까 봐 걱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힘써 온 동료들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정치 입문 전에는 지역사회에서 여성운동에 잔뼈가 굵은 그였다. 부모의 성을 같이 쓰는 양성 쓰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고, 한동안 '박이옥분'으로도 불렸다. 도의원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여성 인권이었다. 현재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그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역 정치인으로서 3선까지 욕심나는 것도 사실이다. 문자 폭탄이 오고 살고 있는 곳까지 노출되는 상황에서, (개정안 통과를) 보류해야 하나 고민도 해 봤다. 무엇보다 당직자로 시작한 내가 당에 누가 될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욕심내지 않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내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

모태신앙이었던 그는 이번 일로 그동안 다니던 교회도 떠나게 됐다. 담임목사는 자기 교인이 온갖 수모를 당하는데도 교인들 앞에서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박옥분 의원이 반대 진영을 만난 다음 날, 교회에서는 수원시기독교총연합회 주관으로 '성평등 조례 폐지를 위한 구국 기도회'를 열었다. 박 의원은 "직접 얘기는 안 했지만 '나가라'는 무언의 제스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주류 개신교와 사회의 거리감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고 했다. 박옥분 의원은 "교회에서는 국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한 차별금지법을 경기도가 통과시켰다면서, 오는 25일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광고한다더라. 강제성도 없고 선언적 의미가 있는 조례안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는다. 사랑을 이야기해야 할 종교가 혐오를 조장한다. 이번 일을 주도하는 기독교인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부끄러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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