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가 8월 4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한일 갈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문제를 설교에서 언급하는 것이야 문제 되지 않지만, 김 목사가 말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보수 언론과 유튜버가 전하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가짜 뉴스와 같은 내용이었다.

김양재 목사는 이날 '전쟁 없이 삼 년을 지냈더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본문은 열왕기상 22장 1-12절이었다. 그는 북이스라엘 아합왕을 예로 들며 기독교인은 하나님 앞에서 교만과 독선,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설교 도중 한국이 위기에 처했다며 한일 갈등 상황을 언급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한국이 위기이기 때문에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회복하게 하기 위해 이번 한일 무역 전쟁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반일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했다. "아무리 반일 감정이 국민감정이라 해도 명분이 없으면 질 수밖에 없다. (중략) '일본 놈은 영원히 나쁜 놈이다'는 고정관념은 너무나 무서운 것이다. 팩트를 좀 짚어 보려 한다"고 말을 이었다.

첫 번째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다. 김양재 목사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받은 배상금 덕분에 지금처럼 잘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정을 맺을 때 유·무상으로 현금 3억 불과 차관 2억 불을 줘서 모든 청구 소송을 종료했다. 5억 불이 지금은 적어 보여도 전쟁 이후 일본에는 국가 예산의 절반이었다"며 "그 돈으로 박정희 대통령 때 경제개발 5개년 유명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렇게 몇십 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미국 캘리포니아연방법원 재판이다. 김 목사는 한일 갈등 발생 원인이 대법원 판결에 있다고 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고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을 선고했기 때문에 일본과 무역 갈등이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연방법원이 일본군 포로였던 미국 시민의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한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이렇게 같은 시각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언급한 재판은 태평양전쟁 당시 포로였던 제임스 킹이라는 사람이 종전 이후 일본 기업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김 목사는 "캘리포니아연방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일본과의 평화 협정으로 원고가 받아야 할 충분한 보상은 평화와 충분히 교환됐다. 후손들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얻게 될 무한한 포상은 그 빚을 갚을 만한 것이다. 원고들의 희생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면서도 그들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여정부가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익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아무리 억울해도 한 번 결정된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재 목사는 반일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들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보수 언론·유튜버 논리와 동일

김양재 목사의 설교 내용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 첫 번째로 일본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에 제공한 현금 3억 불과 차관 2억 불이 '일본 예산의 절반'에 달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1965년 당시 세계은행 기준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909억 5028만 달러였다. 일본 GDP 대비 정부 예산 비율이 평균 40%인 것을 감안하면, 5억 달러가 국가 예산의 절반이었다는 말은 터무니없다.

김 목사 말과 같은 내용은, 배상금 5억 달러가 당시 일본 외화보유액의 절반이었다는 말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월례 조회 시간 전 직원에게 보여 줬다가 논란이 된 극우 성향 유튜버 '리섭TV' 영상조차 "우리나라는 이미 1965년 한일 청구권으로 당시 일본 외환 보유액의 절반가량을 배상받고, 한국과 일본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약을 맺었다. 그래서 그 돈을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상금 5억 달러가 당시 일본 외화 보유액 절반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 일본 외화 보유액은 약 16억 달러였다. 게다가 일본은 이를 1966년부터 1975년까지 10년에 걸쳐 분할 지급했다. 당시 배상금이 오늘날과 비교하면 높은 금액인 것은 맞지만, 배상을 위해 일본이 재정을 무리하게 투입하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지금도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연방법원 판결을 한국 대법원 판결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미국 연방법원 사례는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7월 3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널리 퍼졌다. 그는 대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을 뒤흔드는 판결을 내렸다며, 미국 연방법원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보수 매체와 유튜버들이 김 판사 글을 인용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연방법원은 2000년,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 포로가 되어 강제 노역을 당한 제임스 킹의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법원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연합국 48개국이 1951년 9월 8일 일본과 체결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나라는 이 체결에서 전쟁 피해 배상 청구권을 포기했다(14조). 미국 연방법원이 제임스 킹의 소송을 기각한 것도 이 조약 때문이다. 한국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체결 당시 전승국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는 무관하다.

일본은 지금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참여정부가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7월 17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원회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반영됐다고 발표했던 사안이다"고 보도했다. 리섭TV도 8월 3일 영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관공동위원회라는 걸 열어서 7개월간 조사했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3억 달러에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금이 포함되었다'라는 게 결론이다. 돈 받은 걸로 다 끝났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거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실제로 2005년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일회담문서공개후속대책관련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해찬 대표(더불어민주당)가 당시 위원장을 맡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민간공동위원회가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결론지은 건 아니다. 이들이 당시 발표한 보도 자료에는 "청구권 협정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불은 (중략) 한국 정부가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 강제 동원 피해 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나와 있다. 배상금에는 정부의 청구권만 반영됐고 개인의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7월 17일 "당시 민관공동위원회는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발표한 바 없다"고 했다. 또 "당시 민관공동위원회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 내용을 살펴보면, 애초에 일본의 배상금에 개인 청구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이 강제 동원 피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 부분을 착안했다.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 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 동원 위자료 청구권(개인 청구권 - 기자 주)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청구권 협정의 일방 당사자인 일본 정부가 불법행위의 존재 및 그에 대한 배상 책임의 존재를 부인하는 마당에, 피해자 측인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강제 동원 위자료 청구권까지도 포함된 내용으로 청구권 협정을 체결했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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