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한 명성교회가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104회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동안 있어 왔던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과 전기(102회기) 재판국 판결을 특별한 이유 없이 숫자를 앞세워 모두 뒤집어 버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했다. (김하나) 담임목사님이 목회에 전혀 지장받지 않도록 할 것이니 교우 여러분의 전폭적인 이해와 협력을 바란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결의가 '무효'라는 재심 선고가 나온 다음 날인 8월 7일 수요 예배 시간, 이종순 수석장로가 교인들에게 한 말이다. 이 장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같은 날 명성교회 장로회도 입장문을 통해 "목사의 위임식은 법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번복이 불가한 일이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제동을 걸었지만, 당사자 명성교회는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 교단 안에서는 명성교회가 판결을 뒤집기 위한 대응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명성교회가 재심에서 졌지만, 아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교단법상 재재심 신청 가능
"가장 무난하고 대응 쉬운 방안"

명성교회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는 '재재심'이다. 예장통합에는 재심 제도가 있다. 총회 재판국 판결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재심 내지 재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총회 관계자는 "헌법개정위원회가 재심 제도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103회기까지는 살아 있다. 재심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려면, 104회 총회가 폐지안을 받아들이고 노회 수의까지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 전에도 교단 안에서는 재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사회 법과 달리 교단 재판은 3심제로 끝나지 않았다. 재심을 넘어 재재심, 재재재심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예장통합은 재심 제도가 오·남용되고 있다고 봤다. 재작년 9월 102회 총회 당시, 헌법 시행 규정에 나오는 재심 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103회 총회에서는 헌법에 있는 재심 제도 조항까지 삭제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현재 헌법개정위원회(신영균 위원장)가 이 안건를 심의하고 있다. 결과는 9월 3일 나올 예정이다. 신영균 위원장은 8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절차를 밟아 재심 제도를 폐지하면, 빨라도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 공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103회기 총회 재판국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김하나 목사 청빙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주 재심 판결이 나기 전까지, 세습 찬성 쪽이나 반대 쪽 모두 재재심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양쪽 다 재심 재판국 선고로 명성교회 세습 사태는 마무리된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영균 위원장은 "104회 총회에서 재심 제도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명성교회가 요청할 경우 재재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 이근복 목사는 명성교회가 재재심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명성 측이 104회 총회 직전에 재재심을 신청할 것으로 본다. 저쪽 입장에서는 재재심이 가장 무난하고 대응하기 쉽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다만, 재재심은 요건을 충족해야 진행할 수 있다. 원심 판결의 증거서류, 증거물 위조 또는 변조, 재판국원의 직권남용 및 뇌물 수수 등 부정행위 등이 인정됐을 때 가능하다. 명성교회가 재재심을 신청할 경우, 이 요건에 맞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김수원 목사는 "재재심은 법리 다툼이 아니라, 증거자료 위·변조 내지 재판국원 비위와 직접적 관련이 있어야 가능하다. 명성 측이 재재심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질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재심 이후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던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 최경구 목사도 재재심을 언급했다. 그는 8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들은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긴 게 아니다. 어차피 이번 싸움은 삼세판까지 가야 한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명성은 재재심으로 가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세습금지법이 폐지되면 명성교회가 재재심을 요청했을 때 받아들여질 뿐 아니라 결과를 뒤집을 확률이 커진다. 이번 예장통합 104회 총회는 9월 23~26일까지 포항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에서 열린다. 최경구 목사는 "지난해 총회 장소였던 호남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경북은 명성교회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다. 명성 문제와 관련한 여론은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예정연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판결 불복해도 제재할 수단 없어
"노회서 김하나 목사 재청빙할 수도
교단 탈퇴는 사유화 비판 직면할 것"
명성교회 측 "엎드려 기도하며 지혜 모을 것"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제동을 걸었지만, 교회 측은 불복 선언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회 재판국 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당장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시간을 끈 다음, 노회를 이용해 꼼수를 쓸 수도 있다. 개교회는 노회의 지시·관리·감독을 받는다.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임원회(최관섭 노회장)는 다수가 '친명성' 인사로 구성돼 있다. 총회에 갈 것도 없이, 노회가 김하나 목사 재청빙 절차를 밟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는 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하고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기 김성곤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총회 재판국 판결문을 확인한 다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목사를 재청빙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아직 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근복 목사는 "교단 탈퇴는 과정이 까다롭다. 전체 교인 재적의 2/3가 탈퇴에 찬성해야 한다. 설득 작업이 어려울뿐더러 부자 목사가 대놓고 교회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부담이 큰 선택지"라고 말했다.

반면, 최경구 목사는 "명성교회 청빙 문제로 총회가 둘로 쪼개질 수 있는 마당에 교단 탈퇴는 대수도 아니다. 명성교회가 나간다고 하면 따라 나갈 교회도 많다. 명성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측은 대응 방안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교회 한 장로는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더 엎드리고, 기도하고, 감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만약 우리가 이겼다면 '명성교회가 돈으로 이겼다'고 난리 쳤을 것 아닌가. 엎드려 기도하면서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측은 대응 방안과 관련한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엎드려 기도하며 나가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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