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역사의 재검토> / 류대영 지음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펴냄 / 2만 2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한동대학교 류대영 교수가 쓴 논문집이다. 2001년부터 최근까지 근 20년에 걸쳐 발표한 논문들 가운데 선교와 제국주의, 복음주의와 근본주의, 한국적 기독교, 여성, 신사참배 등을 다룬 논문들을 엮었다. 주로 영웅적 서사로 각인된 귀츨라프, 아서 브라운, 윌리엄 레이놀즈 등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시도하고, '기독교 여성'이나 '한국적 기독교'처럼 잘 부각되지 않는 주제들을 다뤘다. 헤럴드 핸더슨과 에드윈 쿤스 등 신사참배를 수용한 당시 선교사와 그리스도인들을 재평가할 이유도 제시한다.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 후원으로 발행됐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한 개신교 선교사 귀츨라프는 고귀함과 저속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성품을 가졌으며, 성과 속이 뒤섞인 삶을 살았다. 그는 선교사의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었고, 성서를 번역하고 전도 책자를 저술하여 배포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는 아편 밀수, 아편전쟁, 난징조약, 영국의 중국 분할 점령에 이르는 일련의 제국주의 침략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귀츨라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런 양면성을 충분히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연구자는 그에 대해, '목사와 해적, 돌팔이와 천재, 자선가와 사기꾼의 잡종'이라고 평했다. 귀츨라프를 그 이상 더 잘 요약해서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1부 '선교와 제국주의' - '제국주의 침략과 아편 밀수 : 귀츨라프 선교의 그림자', 33쪽)

"쿤스는 선교사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신사참배에 응한 사람에 속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나 행동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신사참배에 응했다고 해서 신앙의 진실성을 의심한다든지 아니면 무조건 친일-반민족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재고하게 된다. 그는 신사참배에 응하더라도 선교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고, 신앙 양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사참배에 응했다. 신사참배는 선택의 여지없이 강요된 행위였다. 신사참배가 일본 천황제와 군국주의의 도구였음을 생각할 때 신사참배 주도자들은 친일-반민족 행위자라고 불러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중략) 쿤스는 미국 정부와 선교본부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철수할 것을 강력히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남아 있는 것이 선교사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중력) 신사참배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보수적 선교사들 가운데 쿤스처럼 수난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신사참배에 희생적으로 저항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모두 그들의 보수적 신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런 보수적 신학을 가르친 선교사들은 일본 군국주의의 폭력이 자신들에게 미치기 전, 총독부의 강요 아래 신사참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 요인들을 '배교자'라고 정죄한 후 떠나 버렸다." (제5부 '신사참배 문제' - '에드윈 쿤스의 행적 : 신사참배 문제와 대일 심리전 참여', 385~3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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