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넬대학교 대구캠퍼스 김 전 학장이 전도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됐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편법 학위 논란에 휩싸인 미국 커넬대학교 대구캠퍼스 김 아무개 전 학장이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캠퍼스에 다니며 회계를 담당했던 여성 B 전도사는 올해 5월 김 전 학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B 전도사는 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학장은 주변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했다. 유명 대학교 출신에, 행정 고시와 외무 고시에 합격하고 외교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그가 받은 박사 학위만 5개가 넘는다고 알았다. 김 전 학장은 '바른 신학'으로 한국교회를 살려 보겠다며, 2017년 1월부터 한 비인가 신학교를 세워 운영했다. 2017년 6월 커넬대와 MOU를 체결한 후 김 전 학장은 커넬대 대구캠퍼스 학장을 맡게 됐다.

다른 신학교에 다니다 알게 된 A 목사와 B 전도사는 초창기부터 김 전 학장과 함께했다. 이들은 학력·경력이 뛰어난 김 전 학장을 신뢰했다. 자주 등산하며 관계를 쌓아 나갔다. 김 전 학장은 두 사람에게 틈틈이 "바른 신학을 해 보자"고 권면했다. 김 전 학장은 B 전도사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암 치료를 받고 있던 B 전도사에게 김 전 학장은 "나도 암을 겪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곳(신학교)에 보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전도사는 8월 7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대단하다고 생각해 온 김 전 학장을 어느 날부터 경계했다. 알게 모르게 나를 성추행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등산할 때마다 김 전 학장이 내 엉덩이를 만지고,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는 내 다리 사이에 손을 올렸다. 애인이 되어 달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기분이 불쾌했지만, 목사와 전도사 관계이다 보니 항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상습적 성추행은 성폭행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2017년 9월경, B 전도사는 김 전 학장 호출을 받고 신학교 사무실로 갔다. 밤 10시경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김 전 학장이 자신을 소파에 밀쳐 눕힌 다음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B 전도사는 "지도해야 할 목사님이 이러면 되느냐"고 저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B 전도사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살았다고 말했다. 남편과 자식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주변에 알릴 엄두가 안 났다. 김 전 학장을 만날 때면 그날 일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반면, 김 전 학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냈다고 했다.

B 전도사는 이후에도 몇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2018년 10월 13일 김 목사 집에서도 강간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B 전도사는 카페 운영 문제로 소송 중이었는데, 김 전 학장이 도움을 줄 것처럼 말해서 갔다고 했다. B 전도사는 "그날 거실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를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B 전도사는 강력하게 저항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불안감에 이어 자살 충동도 느꼈다고 했다. 이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한 B 전도사는 A 목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충격을 받은 A 목사는 김 전 학장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돌아온 답변에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A 목사는 기자와 만나 "김 전 학장은 B 전도사가 자기를 유혹했다고 하더라.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나 때문에 B 전도사가 김 전 학장을 알게 됐다. 전도사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야 고소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B 전도사는 "피해 당시 신학교 학생이자 직원이었고, 목사와 전도사라는 갑을 관계에 있었다.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학장은 목사라는 가면을 쓰고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자기 신분도 위조했다. 고시를 본 적도, 유명 학교를 나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학장은 8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추행‧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긴 한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A 목사와 B 전도사가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화해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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