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일꾼들이 8월 5일, 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이 재심 재판을 진행하는 총회 회관 앞에 모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명성교회 세습 재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습을 옹호하는 막무가내 회유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재심 판결을 104회 총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압박이 존재했다는 방증이다.

예장통합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여러 단체에서도 세습을 반대하며 지난 11개월간 재판국을 향해 판결을 촉구하고 우려를 표명했다. 재판국이 판결을 예고했던 7월 16일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8월 5일로 연기하자, 혹시 시간만 끌다가 104회 총회로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명성교회는 '세습'이라는 용어가 성경에 없기에, 교회에는 세습이 없다는 억측 논리로 총회의 '세습금지법'을 무효화하려 했다.

오죽했으면 '불법 부자 세습'을 해서라도 명성교회 재정과 행정의 비리를 감추려 했겠는가. 800억 비자금 문제로 재정을 담당했던 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으니 말이다. 돈과 힘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세속의 부패한 모습이 교회에서도 뻔뻔스럽게 자행됐다. 노회와 총회를 우습게 여기고, 한국교회에 망신을 주는 이 같은 행태는 정말 참담했다.

8월 5일 예장통합 총회 회관 앞에서 세습 반대를 외친 신학생들(위). 총회 회관 벽에 붙은 세습 반대 문구(아래). 뉴스앤조이 이용필

젊은 신학생들이 "우리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없습니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올바르게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본을 보여 달라고 외칠 때, 선배로서 많이 부끄러웠다. 세습에 반대하는 명성교회의 소수 교인들 목소리는 처절했다. 이들이 겪은 수모와 모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폭행당하거나 위협받기도 하고, 이단으로도 몰렸다. 목회자들과 교수들이 세습에 반대하며 이런저런 기도회와 금식, 집회를 이어 갔지만, 세습을 찬성하는 이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재판국 판결이 나온다는 8월 5일, 초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어느 때보다 격론이 일었는지 자정이 다 되어 판결이 났다.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안은 무효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지난 103회 총회 결의가 매우 중요했다. 추락하는 한국교회 개혁에 작은 희망이 보인다.

이번 판결로 '세습 금지'라는 예장통합 법 조항을 삭제하려는 명성교회 시도가 얼토당토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형 교회가 돈과 힘으로 노회·총회, 한국교회를 더럽히고 추락시키려 한 일에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다. 명성교회는 불법 세습으로 행정과 재정의 부패를 감추려는 몸부림이 헛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교회 세습이 얼마나 더럽고 추한지는 사회가 더 잘 안다.

다시는 이런 추태로 순진한 교인들을 이용해 목사의 배를 채우지 말아야 한다. 교인들도 분별력을 갖고, 탐욕에 빠진 목사에게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바른 신앙으로 자유와 행복을 찾아야 한다. 교인들이 깨어나야 목사들과 교회의 기득권자들이 헌금을 강요하면서 거짓으로 유혹하지 못한다.

목사에게 맹종하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복을 준다고 이야기하면서 탐욕을 자극하는 설교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지역과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하게 낮아져야 한다. 건물 자랑하고, 교인 숫자 자랑하고, 돈 자랑하는 것은 교회를 타락하게 하는 사탄의 전략이다.

명성교회는 당장 참회하고 세습을 철회해야 한다. 재심 판결에 불복하고 교회를 혼란에 빠뜨린다면, 명성교회는 교회 역사에 가장 부끄럽고 더러운 교회로 기억될 것이다. 교회 개혁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세습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가 분명해졌다. 세습으로 나타난 한국교회의 썩어진 부분을 도려내 새살이 돋게 해야 한다. 세습 반대를 통한 교회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습을 시도하는 교회들은 당장 움직임을 멈추어라.

방인성 / 함께여는교회 목사,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 <뉴스앤조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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