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교회와 사회의 관심을 모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이 불법으로 판결이 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은 8월 5일 밤 12시,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 28조 6항(세습금지법)을 어겼다면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는 무효라고 했다.

명성교회 판결은 1년 만에 결과가 뒤집혔다. 원심은 명성교회의 청빙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판결은 예장통합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됐다. 누가 보더라도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목회지를 물려준 것인데, 총회 재판국이 세습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교단 스스로가 초대형 교회를 위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동시에 명성교회 세습은 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세습 금지 결의 따르겠다"던 부자 목사
아들은 위임목사, 아버지는 원로목사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인 명성교회는 세습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삼환 목사는 35년간 '머슴 목회'를 하면서 명성교회를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로 성장시켰다. 등록 교인 10만 명이 되는 교회 후임으로 누가 올지 관심이 쏠렸다. 장남 김하나 목사가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작용했다. 예장통합이 2013년 98회 총회에서 목회지 대물림 금지법을 제정한 것이다.

김하나 목사는 같은 해 11월,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와 청어람ARMC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총회에서 세습을 금지하기로 한 결의를 아버지와 함께 따르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세습을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버지 김삼환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김 목사는 2016년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문제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습을 안 하겠다던 부자 목사의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7년 3월,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새노래명성교회를 담임하던 김하나 목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청빙을 수락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해 11월 김하나 목사가 청빙을 수락하면서 명성교회는 부자 세습 시대를 열었다.

세습이 불러온 노회 파행
총회 법리부서들, 노골적 명성 지지
103회 총회서 전세 '역전'

명성교회 청빙위원회가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가장 큰 이유는 '교회 안정'이었다. 유명 교회들이 리더십 교체 실패로 분규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명성교회는 세습을 통해 안정을 도모했지만, 정작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는 파행을 거듭해야 했다.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이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한 당시 헌의위원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직무 유기,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소당해 면직·출교 처분을 받기까지 했다. 총회 재판국은 8월 5일 면직‧출교 판결을 물리치고, 근신 6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는 명성교회를 사이에 두고 둘로 쪼개졌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졌고, 명성교회 측을 상대로 법적 싸움을 이어 갔다. 102회기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측이 주도한 2017년 가을 노회 임원회 선거는 불법이라고 지난해 3월 판결했다. 불법으로 판명 난 임원회가 통과시킨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역시 '무효'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총회 재판국은 같은 해 8월 7일 표결에 부쳤고, 8:7로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줬다.

이 당시 총회 재판국과 법리부서들은 노골적으로 명성교회를 지지했다. 헌법위원회는 현행 세습금지법이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이 미비하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 규칙부는,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김수원 목사가 직무 유기, 직권남용을 한 게 맞다고 유권해석했다.

법리부서를 등에 업은 명성교회는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예장통합 103회 총회가 제동을 걸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총대들은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준 헌법위·규칙부 유권해석을 받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불법 세습'에 동조한 총회 재판국원 전원을 교체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김삼환, 김하나 부자 목사는 세습 금지 결의를 따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총회 재판국 판결, 선고와 함께 효력
재판국원들 "세습 반대 단체들 활동,
언론 보도로 분위기 바뀌어"

총회의 민심을 확인하고 금방 끝날 것 같던 재심 재판은 이유 없이 수개월 지연됐다. 선고가 연기될수록 명성교회 측이 우세하다는 소문이 많아졌다. 그러나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지속적인 활동과 언론의 보도로 판세는 서서히 기울었다. 복수의 재판국원은 기자에게 "처음에는 명성을 지지하는 국원이 더 많았는데, (세습) 반대 단체들이 계속 떠들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비대위를 비롯해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 등은 지난 2년간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교단과 한국교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판결해 달라"고 외쳐 왔다.

결국 103회기 총회 재판국은 재심을 개시한 지 9개월 만에 원심을 뒤집고, 명성교회 청빙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국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애당초 목표로 삼았던 '전원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총회 재판국 판결에 따라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총회 재판국 판결은 선고와 함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명성교회 측이 누차 강조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그동안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 측은 교단 결정을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 왔다. 김삼환 목사는 올해 4월 20일 교회 세습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수없이 이야기했다"고 짧게 말한 바 있다. 명성교회 측 목사는 "어차피 교단에 소속해 있기 때문에 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고 보충 설명했다. 8월 5일 예장통합 총회 회관에서 만난 명성교회 측 장로도 "총회 재판국 판결을 따르겠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하고 싸움을 멈춰야 한다. 이제는 하나님나라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김하나 목사는 8월 6일 새벽 예배 설교에서 입장을 밝혔다. "어제와 오늘 우리는 굉장히 다른 상황을 맞았지만, 어려운 일 당할 때 더욱 담대해지자",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 주시고 주님 뜻대로 인도할 줄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지난 2년간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운동이 펼쳐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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