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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성애 교계 압박에 '성평등 전문관' 삭제한 부천시

"젠더는 70가지 성 의미"…여성신학자들 "교회가 시대에 뒤쳐진 결과"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8.01  14: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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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해 온 '성평등 vs. 양성평등' 프레임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법률 제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천시(장덕천 시장)에서는 지역 교계 반발에 '문화 다양성 조례안' 제정을 철회한 데 이어,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에서 '성평등 전문관'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부천시의회는 6월 25일, 양정숙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부천시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안'(문화 다양성 조례안)을 철회했다. 부천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조예환 총회장) 등 지역 보수 교계가, 이 조례안이 동성애와 이슬람을 조장한다며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진영과 보수 교계는 문화 다양성 조례안 전면 철회에 만족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부천시 여성청소년과에서 상정한 '부천시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안에는 '젠더 전문관'을 신설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젠더 전문관은 시가 주요 사업 및 정책을 수립·발굴할 때, 성평등 감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직책이다.

부천시의회는 7월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성평등 전문관'을 삭제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천시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 법안 역시 상정 직후부터 '젠더'라는 단어에 발목이 잡혔다. 반동성애 진영과 손잡은 보수 교계는 젠더가 70가지 성性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받아들이면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는 물론 다양한 비정상적 성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반발에 여성정책과는 '젠더 전문관'을 '성평등 전문관'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보수 교계는 이것도 용인하지 않았다. 부기총 및 각종 반동성애 단체가 7월 19일 반대 집회를 열어 참석자들은 '성평등 전문관' 자체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부천시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성평등 전문관'을 삭제한 수정 조례안을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문화 다양성 조례안 철회에 이어 '성평등 전문관'도 삭제되자 운동을 주도한 반동성애 진영은 한껏 고무됐다.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 반대 집회에서는 "부천에서 승리한 경험으로 경기도에서도 승리하자"는 발언이 나왔다.

"양성평등 주장하지만
여성 인권에도 기여 못 해
'정상 가족' 지키기 위해 증오·혐오
다른 소수자에게 확장될 수도"

반동성애 진영이 '성평등'을 '악'으로 규정한 뒤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곳곳이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제정된 양성평등 기본 조례, 성평등 기본 조례, 학생 인권 조례 등 인권 증진과 관련한 안건들이 연달아 지역 교계 반대에 후퇴하거나 제자리걸음 중이다.

여성신학자들은 반동성애 진영에서 주장하는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는 그들이 만들어 낸 프레임일 뿐, 실제로 양성평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여성 인권 증진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은 '양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여성 인권 증진에는 기여하지 못한다고 여성신학자들은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성신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숙진 박사(성공회대)는 개신교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이 박사는 "미국에서 인종 간 결혼이 허용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게 합법이었지만 지금은 궤변이다. 동성애 문제도 마찬가지다"며 "교회가 방어벽이 돼 동성애를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신학적으로 그 근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성평등을 인정하면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하고 결국 교회와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이 한국교회가 전략적으로 취한 입장인 것 같다고 했다. 엄마·아빠로 이뤄진 '정상 가족'을 통해 기독교를 지킬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기 때문에, 이미 변하고 있는 가족 형태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가족이 해체되면 교회가 망한다고 생각하는 건 시대를 읽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걸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신학자 송진순 박사(이화여대)는 "섹스·젠더·섹슈얼리티라는 개념 규정 자체를 폭넓게 봐야 하는데, 저들은 생물학적 남녀 외에는 모두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면서 정작 동성애자는 신학교에 갈 수도, 교인으로 등록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사람을 배제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박사는 이 같은 사고방식이 처음에는 성소수자만 겨냥하겠지만 나중에는 '정상 가족' 범주에 속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을 밀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양성평등 프레임'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 교회가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이 폭력성이 각종 소수자에게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는 "기독교가 사회 인권 의식, 민주화 등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거나 저해하고 있는 상징적 현상"이라고 평했다. 그는 "개신교가 사회 다양성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세력을 이루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위험하다. 한국교회 복음 성장에 과연 도움이 될까 싶다. (교회가) 고립되어 게토화할 텐데, 같은 개신교인으로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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