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는 "재정 문제 하나만큼은 깨끗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내란선동, 명예훼손, 은행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이번에는 후원금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한기총 조사위원회(조사위·이병순 위원장)는 7월 29일 전 목사를 공금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외부 단체가 아닌 한기총 내부 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기총 조사위는 전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성령교회) 때 만들어진 특별위원회로 내부 재정 비리 문제를 다뤄 왔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 갔다. 애당초 조사위는 전 목사 지시에 따라 전직 임원들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 왔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한기총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금 문제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위 소속 김정환 목사는 7월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직원들 월급과 사무실 월세가 몇 달 넘게 밀려 있었다. 전광훈 목사가 취임한 이후 행사를 18차례나 했는데 (한기총에) 들어온 돈이 거의 없었다. 알아 보니 후원금이 한기총 통장이 아닌 전 목사 개인 계좌나 타 단체 계좌로 갔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 운동을 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계좌로도 흘러갔다고 했다. 김 목사는 "대국본 총재가 전광훈 목사다. 한기총 이름을 내걸고 행사를 하면서 다른 단체 통장으로 후원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는가. 전 목사 자신이 바로서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을 잘 서게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한기총은 발전 기금과 회원 교단, 단체들이 내는 상회비로 운영되며, 1년 예산은 5~6억 원 정도 한다. 대표회장 후보자들이 내는 발전 기금은 1인당 1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추후 당선되지 않더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한기총은 올해 초 발전 기금으로 3억 원을 거둬들였다. 김정환 목사는 "3억 원의 행방도 묘연하다. 수사기관이 돈의 행방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한기총 통장 3개를 조사한 후 전 목사를 고발했다. 김 목사는 "전 목사 계좌나 타 단체 계좌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승만 대학 설립 심포지엄' 후원금 6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의 규모를 알 수 없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만일 전 목사가 투명하게 운영했다면 이런 의혹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에는 총 9명이 참여했다. 이 중 전광훈 목사 고발에 동의한 사람은 5명이었다. 조사 결과를 임원회나 실행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 곧장 고발에 들어간 이유는 뭘까. 이병순 위원장은 "전 목사는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그날로 자른다. 왕정 시대도 아니고 절차도 없이 갈아치운다. 이슈화해야겠다는 생각에 희생을 각오하고 고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기총 임원회 서기이기도 한 이병순 위원장은 고발 다음 날 7월 30일 제명 통보를 받았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한기총 블로그를 통해 "이병순 목사를 한기총에서 제명하고, 이 목사가 소속된 교단에 목사직 해임을 권고하겠다. 행정 조치에 응하지 않으면 소속 교단도 행정 보류하고 퇴출하겠다. 고발에 동참한 나머지 인원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한기총 들어올 때부터 재정 바닥
행사할 때마다 후원금 몇 백 수준
대부분 교회 돈으로 충당"

조사위 고발에 전광훈 목사는 발끈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좌파 세력이 언론을 동원해 자신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기총은 이름만 내걸었을 뿐 실질적인 행사는 청교도영성훈련원과 같은 단체에서 했다. 다른 단체가 행사를 주관했는데 왜 후원금을 한기총으로 보내야 하는가. 돈 낸 사람도 많지 않아서, 대부분 우리 (사랑제일)교회가 행사비를 충당했다"고 말했다.

한기총 조사위원회가 주장한 대국본 계좌는 존재한다고 했다. 전 목사는 "10년 전부터 사용해 온 계좌다. 행사 한 건당 보통 몇 백만 원 정도밖에 안 들어온다. 후원금을 행사에 보태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한기총의 재정이 부실한 이유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했다. 전 목사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재정이 바닥 난 상황이었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서 교회 돈을 끌어와 행사를 진행한 것인데 이렇게 나를 공격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나는 25년간 좌파 진영의 공격을 받아 왔다. 재정 문제 하나만큼은 깨끗하다. 이번에 후원금 통장 들고 경찰서에 출두하겠다. 무혐의를 입증하고, 한기총을 분탕질하는 세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 활동과 잇따른 징계에 한기총은 어수선한 상황이다. 올해 4월 2일 한기총 임시총회에서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기총 내부 관계자들도 이번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전광훈 목사에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 관계자는 "사무실 월세나 직원 임금 미지급 건은 전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때부터 있어 왔던 문제이다"며 "조사위가 성급했던 것 같다. 충분한 조사와 데이터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많은 언론이 달려들어 보도한 것은 전광훈 목사가 자초한 일이라는 입장도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목사가 대통령 하야 운동을 하다 보니 작은 의혹마저 대서특필돼 보도되고 있다. 전 목사가 정치 집회를 계속하는 이상 이와 같은 잡음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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