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이 목사 고시 합격자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합격자 중 '무지개 퍼포먼스'와 관련 있는 신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며 '무지개 퍼포먼스'에 동참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한 신학생이 목사 고시에서 합격점을 받고도 통과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을 지지한 한 신학생도 같은 상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임원회와 고시위원회(정병주 위원장)는 이들이 '동성애 옹호자'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총회에서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는 목사 고시를 치를 수 없다"고 결의한 바 있다. 

예장통합은 6월 6일 목사 고시를 진행했다. 총 1417명이 응시했다. 총회 고시위원회는 7월 24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총회 임원회 요청에 따라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합격자 중 무지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신학생 1명과 이들을 지지한 신학생 1명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총회 한 임원은 7월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목사 후보생 중 2명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총회 임원회와 고시위원회가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있어 지연됐다"고 말했다.

총회 임원회는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자 고시위원장 정병주 목사(선한목자교회), 동성애대책위원회 위원장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를 비롯해 5인이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를 만들었다. 고만호 목사는 동성애자 및 동성애 옹호자의 신학교 입학을 제한하는 등의 교단 헌법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위원회는 25일 모여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신학생들이 (무지개 퍼포먼스) 사진을 찍고, 교단을 비하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이날 위원회는 무지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학생을 불러 자초지종을 묻기도 했다.

위원회는 최종 결정을 고시위원회에 일임했다. 고시위원회는 8월 6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목사 고시 합격 여부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기자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고만호 목사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정병주 목사는 문자메시지로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 양해 바란다"고만 전해 왔다.

예장통합은 동성애 문제에 강경 대처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A 목사는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런 문제로 목사 고시 합격 발표가 연기된 전례가 없긴 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목사 고시 합격 발표는 9월 총회 전에 나온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시위원회에 학생들을 반대하는 의견만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A 목사는 "내가 보기에 학생들은 동성애자나 동성애 옹호자가 아니다. 정확히 따지면 인권 옹호자다. 총회의 동성애 지침과 뜻을 같이한다. (무지개 퍼포먼스는) 목사 고시의 탈락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예장통합은 2017년 6월 성명에서 "총회는 동성애자를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천부적 존엄성을 지닌 존재임을 고백한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의 목사 고시를 막기 위해 조례 개정 절차 등을 밟고 있으며, 동성애자·옹호자의 신학대·신대원 입학도 제한하고 있다. 또 총회 소속 7개 신학교 교수·직원·학생의 동성애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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