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부모님 곁에서 독립한 청년들이 집을 구할 수 없어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주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셰어 하우스나 거실·주방 등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 주택, 리모델링한 고택을 시세보다 10~20% 저렴한 가격으로 빌리는 사회 주택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주거 공간은 좁게 보면 집으로 특정할 수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식사·취미·휴식·숙면 등 개인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장소나 관계를 의미한다. 주거 문제 해결은 넓은 의미에서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구하고,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거나 저녁에 영화나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여가 생활을 얻는 것이다. 셰어 하우스, 주택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주거 공간이 넓은 집뿐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한다.

희년함께(김경호·남기업·방인성·이대용·벤 토레이 공동대표)는 7월 18일 서울 중구 필동 카페바인에서 청년 주거 문제 이야기 한마당을 열었다. 주거 문제에 관심 있거나 주거난을 겪는 사람 7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쩌면 성토대회로 끝날 수 있는 자리였지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주거난을 돌파하는 발제자들 사례를 들으며 청중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 정책 관련 국회 활동을 이야기하고자 참석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장에서 이런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에는 청년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주거 문제 해결하는 사람들
평균 월세 20~40만, 시세보다 저렴
관심사별 모임으로 공동체 확보
입주민, 기획·설계·운영 등에 참여

최규현 대표는 2년 전, 남는 방을 대학생들에게 임대하면서 셰어 하우스 '봄날'을 시작했다. 전도사이기도 한 그는 아차산·구의동 등 대학가 주변에 있는 대형 평수의 빌라나 아파트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봄날 입주민 평균 월세는 약 30만 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10만 원 저렴하다.

봄날은 입주민이 셰어 하우스를 자기 집처럼 마음껏 누리고 향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요한 원칙으로 '가족 만들어 주기'를 내세웠다. 여기서 '가족'의 의미는 단순하다. 같이 밥을 먹는 식구食口다. 최 대표는 "입주민들이 함께 요리하고 밥을 먹으며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우스마다 넓은 거실에 2m 이상 테이블과 소파가 있어 입주민들이 여가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기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진짜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를 입주민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다. 최 대표는 "주방과 거실에서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하며 그 안에 느슨하고 따뜻한 관계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서로를 위한 커뮤니티를 얻는 것. 그게 셰어 하우스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곧 목사 안수를 받을 최규현 대표는 청년들을 위해 셰어 하우스를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셰어 하우스 '동네친구'(강덕형 대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네친구가 있는 광진구는 강덕형 대표가 나고 자란 곳이다. 서울시에서 1인 가구가 네 번째로 많은 지역이기도 한다. 근처에 건국대·세종대가 자리해 대학생들이 몰려 있고, 교통이 발달해 사회 초년생이 많다. 강 대표가 2018년 2월 동네친구 1호점을 연 이후, 현재 12호점까지 늘릴 수 있었던 것도 1인 가구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청년 주거 문제를 △높은 주거 비용 △안전·위생에 취약 △단절된 공간에 사는 외로움 등으로 꼽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거주비를 낮췄다. 입주민들은 두 달치 보증금, 평균 20~40만 원대 월세만 내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매달 하우스별 모임을 열고, 전체 입주민 70여 명을 위한 관심사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동네친구는 개인 주거 문제뿐 아니라 셰어 하우스가 위치한 자양동·화양동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동네친구가 알려지면서, 유휴 부동산을 가진 집주인들이 임대해 주겠다고 찾아오거나, 공유 경제 가치에 공감해 투자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들과 함께 지역에 카페, 공유 주방, 마을 도서관, 다목적 코워킹 공간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공간을 만들어 동네를 재미있는 곳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한국 못지않게 주거난이 심각한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에도 셰어 하우스를 짓는 게 꿈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집을 먼저 조성하고 나서 입주민을 모집하는 셰어 하우스와 달리, 주택 설계 전부터 입주민이 기획과 설계·시공, 운영에 참여하는 곳도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서울 마포구에 1~3호점을 짓고, 현재 4·5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김명훈 씨가 함께주택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집을 짓기 전에 거주자를 먼저 모집해 거주자위원회를 구성한다. 거주자위원회는 기획·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개인·공용 공간을 어떻게 나눌지 논의하고, 재정 조달 계획이나 월 사용료, 유지 관리 비용 등을 산정한다. 김 씨는 "입주민들이 설계를 하면서 개인 공간을 많이 늘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가구가 부엌을 함께 쓰거나 일부 공간을 카페나 상담실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주거'라는 공통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저절로 공동체성이 뒤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 문제는 개인이 혼자 해결하기 너무 어려운 문제다. 함께할수록 어려움이 감소하는 게 사실이다. '불편하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함께 살면서 얻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이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김명훈 씨(사진 왼쪽)는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 건축설계를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안정적 자금 조달, 토지 임대 시급
"적립금 많은 교회가 관심 보여야"
박주민 의원 "전통적 재개발 한계
공동체 유지, 활기찬 삶 기대"

발제자들은 셰어 하우스나 공유 주택을 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으로, '자금 조달'과 '토지 임대'를 꼽았다. 최규현 대표는 "은행 대출과 개인 투자로 사업을 시작했다. 빈집을 셰어 하우스로 운영해 달라고 집주인들에게 위탁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덕형 대표도 "대출을 할 수 있는 만큼 다 받았다. 우리도 유휴 부동산을 가진 집주인이나 투자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금 조달이 역시 가장 큰 고민거리다. 입주자를 먼저 모집하는 것도 건축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다. 서울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토지를 저렴하게 임대하기 어렵다.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돈과 토지를 빌려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적립금이 많은 교회가 주거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 공유 주택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청년이나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보증금을 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가 청년들 고민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발제자들 발표를 모두 들은 박주민 의원은 국회가 주거 문제 해결을 공급량 확보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앞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더 많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내가 사는 은평구만 해도 오래된 주택이 밀집해 있다. 전통적 재개발 방식은 한계가 있다. 주민들도 공동체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셰어 하우스, 주택 협동조합 모델이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활기찬 방식의 삶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새로운 내용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날 청년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일을 시도하고 있는지 앞으로 더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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