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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참석은 '퍼포먼스'가 되었고, 학교의 '보호'는 징계였다

'무지개 퍼포먼스' 징계 무효받은 장신대 학생들 기고

김지만·서총명·오세찬·이창기   기사승인 2019.07.19  13: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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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한다."

재판부 판결로 징계가 무효임이 확인되었다. 이제 징계는 무효다. 아니, 애초에 징계는 무효였다.

2018년 5월 17일 이후 하루하루는 우리의 시간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입과 입을 오가며, 누군가의 목적에 이용되며, 누군가가 내뱉는 배설물에 섞여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우리의 소심한 기념과 작은 위로의 움직임은 교권주의자들이 다투는 이슈에 매몰돼 이리저리 표류했다. 누군가는 우리를 희망이라 하였고, 누군가는 우리를 사탄이라 하였다. 우리는 그저 우리이고 예배했을 뿐인데, 예배 참석은 '퍼포먼스'가 되었다.

두려웠다. 우리 목소리 대신 남의 목소리로 우리 말과 행동, 생각과 의도가 정해졌다. 누군가는 우리를 알지도, 만나지도 않았지만 대변인을 자처했고 우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잠잠히 있어야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러기로 했다. 보호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있었고, 이를 방해하면 영영 보호받을 기회가 없어질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보호해 주리라 믿었다. 우리 선배라 했던 이들, 선생이라 했던 이들, 부모라 했던 이들을.

보호에는 대가가 있었다. 침묵 요구는 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보호는 징계였다. 징계를 고지하며,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보호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심을 청구하러 간 그날 스승에게서 들은 조언은 "교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단을 떠나라"는 것이었다. 8월 7일,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8:7로 좌절되었고, 그 탓은 우리에게 돌아왔다. 우리만 아니었어도 승산 있는 싸움이었다는 말이다. 패인은 우리였다. 며칠 후, 재심은 보기 좋게 거부되었다. 우리에게 내릴 징계를 결정했을 때 흘렸다는 눈물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잠시 떠났거나, 학교에서 쫓겨났거나. 우리는 각자 시간을 보내며, 정신없이 흘러간 날들을 되돌아보았다. 남들이 마음대로 쥐고 흔든 소중했던 시간을. 앞으로의 시간마저 빼앗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살기 위해, 우리 길과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징계 무효 소송을 12월 4일 제기하였고, 올해 4월부터 시작한 법정 공방이 7월 18일부로 종결됐다. 결과는 승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재판실로 들어가기 직전, 판결이 나기 직전까지 떨렸다. 의연한 척하며 잘 떨었다.

판결이 선고되고 나오며 안도의 눈물이 찔끔 날 뻔 했지만, 대신 울어 주는 분이 많이 계셔서 울진 않았다. 대신 '이젠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엄습했다. 징계는 부당했기에 무효가 되었다. 승소했지만, 승소로 얻은 것은 없다.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일이긴 했지만, 정말 우리에게 아무런 사과도, 위로도 없었다. 징계는 부당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빼앗긴 우리 시간과 건강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답답하다. 억울하고 슬프다. 짧지 않은 시간을 장신대 학생으로 지내며 엮인 인연들이 우리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가 다시 '학교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짓눌린다.

그럼에도 희망을 마주한다.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곁에 있었던 모든 분과, 또 예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또 걷고 견딜 수 있다. 춤출 수 있다. 우리 저항과 평화의 움직임은 축제일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오늘이 우리 모두의 오늘이 되기까지, 너와 나의 오늘, 우리의 오늘을 위해.

2019년 7월 19일
김지만, 서총명, 오세찬, 이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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