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 결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서른다섯의 여성 신학자 죽음 앞에서 축복의 바깥을 보다> / 케이트 보울러 지음 /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펴냄 / 212쪽 / 1만 28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번영신학을 연구했던 여성 신학자 케이트 보울러는 만 35세에 결장암 4기 판정을 받는다. 죽음을 앞두고 축복에 대한 관념이 180˚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이 책은 케이트 보울러가 쓴 에세이집이다. 번영신학 연구자가 암이라는 질병과 싸우면서 느낀 괴리감, 고통과 위로의 문제를 비롯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아픔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담고 있다. 부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해 주면 좋은 말'이 수록됐다.

"원래 나는 보통 문제를 가진 보통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암 환자가 되었다. 내 머리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암은 부풀어 올라 내 상상력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차지해 버렸다. 새롭고 달갑지 않은 현실이었다. 암 이전과 암 이후가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맥박처럼 천천히 흘렀다. '내가 숨은 쉬고 있나? 숨을 쉬고 싶기는 한 걸까?'

나의 기도는 매일 똑같았다. '하나님, 저 좀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오, 하나님, 우리 어린 아들을 기억해 주세요. 저를 한 줌 재로 만드시기 전에 우리 아들과 남편을 기억해 주세요. 아들과 남편 둘만 이 땅에 남기기 전에요.'" (서문, 12쪽)

"나는 현재에 갇혀 있다. 정밀 검사를 받느라 병원 구석구석을 돌다 보니, 장기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구상하고 미래의 언어로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계절 변화를 예측하는 리듬도 잃어버렸다. (중략) 눈앞에 펼쳐진 올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머나먼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으며, 나는 약과 주삿바늘, 백혈구 수치로 지금 이곳에 나를 붙잡아 매야만 한다.

때로는 순간을 살아가는 이 능력이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고통이 타인들의 고통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다. (중략)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이제는 나도 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허물어지지 않게 지켜 주는 벽은 약하기만 하다." (9장 '연중 시기',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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