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재심을 다루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선고를 연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 재심 선고가 연기됐다. 7월 16일 판결을 예고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심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이날 명성교회 재심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총회 재판국은 예장통합 총회 회관에서 오전 11시 예배를 드린 직후 심리에 들어갔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돼, 취재진은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샘물교회)에게 명성교회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브리핑은 하는지 물었다. 강 목사는 "오늘 중으로 (선고를) 하기로 했다", "(브리핑 건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재심 논의는 저녁 7시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한 국원은 처리해야 할 안건만 3건이나 됐다며 명성교회 건을 다루기에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심리가 시작되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국원 신재찬 장로(세광교회)는 책상을 두 차례 내려친 뒤 퇴장했다. 회의장을 나온 신 장로는 "바로잡으려고 했는데, 기대할 게 없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신 장로를 따라가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총회 재판국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방향과 거꾸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신 장로는 말을 아꼈다. 신 장로와 함께 강흔성 목사(수원상일교회)도 퇴장했다.

명성교회 재심은 저녁 8시 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회의를 마친 강흥구 목사는 간단하게 브리핑했다. 강 목사는 "결론을 못 내리고 8월 5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심 오양현 목사(은혜로교회)는 "명성교회 사건의 심각성과 사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끼리 성경과 헌법 신앙고백을 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1938년 신사참배 결의에 버금갈 정도로 고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브리핑을 마친 강흥구 목사와 오양현 목사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한 장신대 학생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회원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왜 103회 총회 결의를 따르지 않느냐",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잡을 의향이 있느냐"고 소리치며 길을 막았다. 양측은 15분 정도 승강이를 벌이며 대치했다.

서울동남노회 신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을 연기한 총회 재판국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재판이 끝난 직후 서울동남노회 신임원회는 총회 재판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수원 노회장은 "너무 안타깝다. 총회 재판국이 법대로 하면 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아직도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 신임원회는 바른 판결을 가지고 명성교회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바른 판결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기 목사는 "총회 재판국이 7월 16일 재심을 선고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잘못 판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덮고 갈 수 있다는 오판을 한다면 교단이 죽을 수도 있다. 명성교회 세습 재판을 제대로, 분명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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