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물 - 고통의 의미와 가치를 해부한 이 시대의 고전> / 폴 브랜드, 필립 얀시 지음 / 최종훈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592쪽 / 2만 3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50년 넘게 한센병 환자를 돌본 의료 선교사 폴 브랜드와 저명한 기독교 저술가 필립 얀시의 합작품. 폴 브랜드 박사 일대기를 자서전처럼 살피며 '고통'의 문제를 다룬다. 신체적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한센병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고통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고통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고통과 더불어 보람 있게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지 돌아본다. 한센병 환자를 위해 헌신한 한 그리스도인의 감동적 삶을 통해 고통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지 않다는 사실도 증언한다. 에버렛 쿠프 전 의무총감이 '들어가는 말'을 썼고, 폴 브랜드 큰딸 진 브랜드 선교사의 에세이 '내 아버지, 폴 브랜드'가 부록으로 실렸다.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으면, 늘 '복부를 진찰하더라도 환자의 배가 아니라 얼굴을 주목하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폴 브랜드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손을 여기저기 짚어 가며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줄곧 베티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내가 낯을 찡그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사과했다. 불편함을 토로하는 환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준 다음, 전혀 다른 차원에서 고통을 바라보는 일종의 철학적 성찰을 들려주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물>을 소개하는 데 아주 맞춤한 이야기로 기억한다. 이 책은 매력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고통에 어떤 목적이 있고 어디서 비롯되었으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고통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폴 브랜드는 외과의사이자 학자, 연구자, 보기 드문 통찰력을 갖춘 천부적인 철학자로서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 틈에서 일하고 또 살았다." (들어가는 말, 12쪽)

"세상에서 고통을 싹 없애 버릴 권한을 손아귀에 넣는다고 해도 그 힘을 쓰지 않을 것이다. 통증을 박탈당한 환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고통이 인간을 보호해서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게 해 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성통증치료센터에서 흔히 보듯, 처치 없이 통증을 방치하면 몸의 힘과 정신의 기운이 약해지고 결국 고통이 삶 전체를 지배하기에 이른다. 인간 대다수는 무통과 만성통증이라는 양극단 사이 어디쯤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3부 '고통과 더불어 행복하게' - 18장 '낙하산은 미리미리', 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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