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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베이비 박스와 사유화의 함정

이종락 목사,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9.07.09  17: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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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겨울 교회 앞에 못 보던 생선 박스가 놓여 있었다. 박스를 열어 보니 장애를 가진 갓난아이가 있었다. 남자는 온기가 식어 가던 아이를 재빨리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갈 곳 없는 아이를 양자로 삼았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 박스'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다.

이종락 목사는 유기되는 영아, 미혼모부를 위해 2009년 베이비 박스 사역을 시작했다. 어떤 상황이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지, 아이를 유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반대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 버려지고 죽어 가는 신생아를 거두는 일은 그 자체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목사 부부는 장애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도 꾸준히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간 각종 언론이 베이비 박스와 이종락 목사를 소개했다. 이 소식은 바다 건너 미국까지 전해졌다. 미국 영화감독 브라이언 아이비는 다큐멘터리 '드롭박스'를 제작했다. 2015년 미국 개봉 당시 500만 명이 관람했다. 브라이언 아이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원 단체 '킨드리지이미지'를 만들어 주사랑공동체교회에 150만 달러(약 17억 7000만 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사역 규모도 커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연간 20억 원의 후원금이 답지한다. 버려진 아이를 못 본 척할 수 없어 가족들이 돌보던 것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직원 18명을 둔 큰 조직이 됐다.

가족들의 의지로만 사역을 계속해 갈 수 없는 규모가 된 것이다. 그만한 규모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이종락 목사가 2015년 '주사랑공동체'라는 단체를 만들고 이사회와 총회를 조직하는 등 시스템을 갖춘 이유도 그 책임감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사랑공동체는 지난 4년간 이사회 중심으로 흘러왔다. 사역 규모와 성격에 맞춰 사회복지법인을 세우기로 결의했다. 이사들은 내부에서 제기된 이종락 목사의 가족 경영, 부당 수급 문제 등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 목사는 이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듯했다.

이종락 목사는 올해 3월 이후 이사회를 열지 않고 있다. 7월 초 이사회 소집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기초생활비 부정 수급 사실이 불거진 이후, 이종락 목사는 이사회의 자문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자신이 이사장과 대표로 있는 주사랑공동체를 배제하고,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중심으로 사역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이사가 자신이 일궈 온 조직을 장악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일처리는 오히려 이종락 목사에게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갈등이 있다고 자신이 세운 단체를 하루아침에 부정하고 이사들과 대화 창구를 차단한 점이 그렇다. 이 목사의 뜻과 다르다고는 해도, 이사들의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왜 사역을 공동체에서 교회로 가져가려 하는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종락 목사와 주사랑공동체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의견을 달리해 온 이사들도 이 목사의 선의는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의만으로는 부족한 조직이 됐다. 좋은 의지와 좋은 제도가 함께 있어야 사유화라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 부디 이종락 목사가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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