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김하나 목사)는 교단 헌법이 세습을 금지했는데도 부자 세습을 감행했다. 교단 안팎은 물론 일반 언론까지 나서서 불법성을 지적했지만, 정작 명성교회 교인들은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 목사를 원하는데 외부에서 무슨 참견이냐'는 이야기다.

미스터리한 이력의 소유자 오정현 목사는 법원에서 사랑의교회 위임목사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교단에 가입할 때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교단은 오 목사를 위해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줬고, 사랑의교회는 3월 10일 공동의회를 열어 오 목사를 재위임했다. 교인 96.4%가 찬성했다.

법과 질서를 무시했는데 교인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이를 '가족주의'로 풀어내는 학자가 있다. 최종원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는 "한국교회에 가부장제가 심해 교인들이 담임목사나 권위자 말이면 무조건 따르려고 한다. 이것이 교회를 사회와 유리遊離하게 만들고, 법과 상식이 안 통하는 이상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어람ARMC(양희송 대표)는 7월 3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최종원 교수를 초청해 '가족주의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로 - 각성한 개인과 형제·자매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최 교수는 기독교 가족주의 기원과 형성 및 변모 과정을 소개하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 사상 때문에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살폈다.

"기독교는 초기부터 가족주의 조직
종교개혁·프랑스혁명, 가족주의에 도전
여전히 남성 중심, 여성 참여는 배제"

최종원 교수는 교회가 가족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종원 교수는 기독교가 초기부터 가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성직자를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긴다. 성직자와 평신도 간 구분과 위계도 분명하다.

가족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1517년 일어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이 있다. 최 교수는 "루터는 가톨릭 가족주의에 도전한 인물이다. 종교개혁을 통해 자신의 영적 아버지 교황과 결별했다. 그의 만인사제설은 가족주의가 구축한 위계를 깨뜨리는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한계도 있었다. 교회 안에 여성의 지위가 오히려 퇴보했다. 최 교수는 "중세 수도원 제도가 폐지되면서 여성이 교회에서 독자적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며, 당시 개신교가 제시한 이상적 여성상은 '남편과 자녀를 섬기는 현숙한 부인'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혁명(1789)은 종교 가족주의뿐 아니라 세속 사회 가족주의를 혁파한 사건이었다. 봉기를 일으킨 민중은 왕·귀족·성직자 중심 수직적 사회구조를 바꾸려 했다. 자유·평등·박애를 강조하며 수평적 관계를 추구했다. 최 교수는 "프랑스혁명은 비록 남성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가톨릭·절대왕정 가족주의를 깨뜨린 대사건이었다"고 평했다.

프랑스혁명 당시 교회는 혁파 대상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민중의 요구에 거꾸로 응답했다. 1865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한 가톨릭은 가족주의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교황 무류성과 성모마리아 승천설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가톨릭은 확장된 가족주의를 채택했다. 세속의 도전에 종교적 신비로 숨어 버린 것이다. 가족주의는 전체주의·국가주의와 같은 맥락에 있다. 1차 바티칸공의회 결정은 이후 가톨릭이 나치즘·파시즘에 부역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톨릭은 1962년 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가족주의를 어느 정도 극복한다. 그들은 교회가 사회와 어떻게 교류하고 있는지 고민했다. 권위·위계·교리에 천착하지 않고, 사회와 함께 추구할 가치와 공공선에 집중했다. 교회가 더는 세상 위에 군림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2차 공의회를 "성찰적 근대화"라고 표현했다.

한국교회 가족주의 문제
"교회·사회법 무시, 가상의 적 형성
가족 대신 건전한 '시민' 양육해야"

최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어떻게 비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종원 교수는 가족주의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기독교가 근대에서 후기 근대로 넘어가면서 가족주의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이를 극복하려 시도했던 모습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과거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가족주의가 낳은 문제 사례로 명성교회와 사랑의교회를 꼽았다. 그는 "세습 금지가 명문화해 있어도 교인들은 무시한다. 법원에서 불법이라고 했는데도 강대상에서는 하나님이 하셨다는 말이 나온다. 한 가부장 아래 있는 가족들이니까 바깥 여론을 듣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항상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주요 교단과 여러 대형 교회가 동성애·이슬람 등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가족주의 영향이라고 봤다. 기독교인들이 사회문제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종교적 사명이나 교회 내부에 안주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교회가 가족주의를 탈피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이 아니라 '시민'을 양육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위기는 교인이 감소하는 데 있지 않다. 현재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회에 유의미한 조직으로 기능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숫자가 많다고 교세가 크다고 힘이 세다고 반드시 유의미한 건 아니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는 중고등부·청년부 예배에 몇 명이 참석했고 몇 명이 줄었는지가 아니다. 중고등부 학생, 청년들이 사회와 상호 조응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시민 의식이 교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 없이 그저 하늘에 속한 영적 조직만을 강조하는 건, 교인들이 이 땅에 속한 시민이라는 의식을 잊게 하고, 그들을 사회로부터 유리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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