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와 한기총 소속 회원들이 6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기도회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등에 업고 정치 활동을 하는 전광훈 목사 탓에 교계가 시끄럽다. 단순히 비판을 넘어 전 목사의 목사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목사직을 어찌하려면 노회나 총회, 즉 교단이 나서야 한다. 과연 교단이 전광훈 목사를 제재할 수 있을까.

전광훈 목사는 소속이 복잡하다. 행정상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예장백석대신·이주훈 총회장) 서울동노회 소속이다. 2015년 예장대신 총회장이던 당시 예장백석과 통합을 추진해 예장백석대신 소속이 됐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두 교단 통합은 3년 만에 '무효'가 됐다. 백석과 합쳤던 대신 목회자들은 대부분 애초에 통합을 반대했던 예장대신 수호 측(안태준 총회장)과 다시 손을 잡았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는 수호 측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장대신 총회장을 자처하며 '복원 총회'를 추진하고 있다. 전 목사와 그를 따르는 일부 목회자가 예장백석대신도, 예장대신 수호 측도 아닌 새로운 예장대신 교단을 만든 것과 다름없다.

법적으로는 예장대신
행정상 예장백석대신
"전광훈 목사처럼
목숨 걸고 부르짖을 때"

어쨌든 행정상으로는 예장백석대신 소속이니, 그쪽에서 손을 쓰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속한 예장백석대신 서울동노회는 그럴 의지가 없었다. 노회장 강영철 목사는 "노회가 전 목사님을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번 일과 관련해 치리회나 임원회 등을 열 생각도 없다. 노회는 행정을 다루는 곳이지, 개인의 사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 활동도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강 목사는 "그분은 30년 넘게 그 일을 해 왔다. 노회도 30년간 지켜봐 왔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노회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그분이 담임하는 교회는 30년간 상회비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내 왔다"고 했다.

소속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강 목사는 "전광훈 목사뿐만 아니라 대신 소속 목사 상당수가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다. 쉽게 말해 세상 법으로는 예장대신 소속이되 행정상으로는 예장백석대신이다. 시간이 지나면 정리가 될 테니 참고 인내해 달라"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행정상 예장백석대신 서울동노회 소속이다. 서울동노회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전 목사를 치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의 예장대신은 어떨까. <뉴스앤조이>는 예장대신 교단 목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교계 분위기와 달리 예장대신 목사들은 전 목사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아무개 목사는 "전 목사는 요나처럼 외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매도하면 안 된다. 동참하지 못할망정 기도로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 목사는 현 정부의 안보관과 인권 정책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면서도 안보에 적극 대처했다. 지금 정부는 안보관이 확실하지 않다. 또 동성애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이 정부에 맞서 전 목사처럼 목숨을 걸고 부르짖어야 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다. 어느 순간 교회가 짖지 않는 개가 됐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를 비판한 교계 원로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그분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나. 주기철 목사처럼 감옥에 갔다 오기를 했나. 지지할 건 지지해야지, 뒤에서 수군거리면 안 된다. 목사들은 민족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된 걸 수정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아무개 목사도 "나라와 교회를 잘되게 해 달라는 그분(전광훈 목사)을 위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에게 뭐라고 하면 안 된다. 목사일수록 기도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 목사도 전광훈 목사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끌려가면서 무장해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되, 안보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적폐 청산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권 유지 및 연장 차원에서 적폐 청산을 하는 게 눈에 보이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가 잘못한 건 많지만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적폐 프레임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 행동이 방법론적으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교계가 전 목사를 안 좋게 몰고 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대안을 제시해야지,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박 목사는 "전광훈 목사를 면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편향된 시각에서 보니 그런 거다. 기독교인은 객관적 시각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누군가는 시대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교계 어른들은 시누이처럼 비판만 하지 말고, 그분의 의중을 알아보고 충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은 소수였다. 임 아무개 목사는 "우리 교단 목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는 하나님이 세운다. 공개적으로 '하야하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사회의 지탄을 받고 복음 전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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