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랑공동체는 영아와 미혼모부를 돕기 위해 '베이비 박스'를 운영해 오고 있다.  주사랑공동체는 최근 목사 부부의 부정 수급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주사랑공동체(이종락 목사)는 위기에 처한 영아와 미혼모부를 위해 10년째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 3월 첫 번째 아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594명이 이곳을 거쳤다. 유기되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 박스'뿐 아니라 '장애인생활공동체'도 운영하고 있다. 

미담 사례로 손꼽혀 온 주사랑공동체가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초 생활 보장 수급을 받는 이종락 목사 부부가 소득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201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기초 생활 수급비로 총 2억 900만 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 목사가 같은 기간 매달 교회에서 사례비 4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목사가 총 1억 4100만 원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보고, 이 금액을 환수하기로 했다. 몇 달 전 이 목사 아내도 부정 수급한 사실이 확인됐고, 6800만 원을 환수한 바 있다. 주사랑공동체를 담당하는 서울금천구청은 이 목사 부부를 기초 생활비 부정 수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이종락 목사 일가가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혹도 터졌다. 현재 주사랑공동체 자산은 80억 원에 이른다. 베이비 박스 사업 규모가 커지자 이 목사가 아내와 딸, 사위를 주사랑공동체 직원으로 채용해 내부 조직을 장악해 왔다는 것이다. 이 목사의 아내와 딸은 지난해 말 퇴직한 상황이다.

주요 언론들은 매년 후원금 수십억 원을 받는 종교 단체가 관리·감독 밖에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사들 취재가 잇따랐지만, 정작 이종락 목사와 주사랑공동체는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기초 생활비 부정 수급 혐의 '인정'
"불순한 의도였다면 통장 공개 안 하고,
현금으로 따로 빼돌렸을 것"
이종락 목사, 홈페이지에 사죄문 게재

이종락 목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7월 3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을 찾아갔지만 이종락 목사를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주사랑공동체 한 직원에게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종락 목사 부부의 기초 생활비 부정 수급 문제는 깨끗하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니고 행정적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기초 수급자는 매달 소득 신고를 해야 하는데, 목사님은 그걸 모르고 있었다. 교회에서 사례비로 400만 원을 받았는데, 소득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나쁜 의도를 지녔다면 구청 직원들에게 목사님 가족 통장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례비도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따로 빼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목사님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신다. 부당 수령한 기초 생활비를 갚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 일가가 주사랑공동체를 장악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했다. 사역 초창기부터 가족이 함께해 왔을 뿐이며, 공동체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현재 직원만 18명이다. 매년 13억 원의 후원금이 들어오지만, 인건비와 운영비를 빼면 빠듯한 게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투명한 관리를 위해 종교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는 24시간 운영 중이며, 현재 중증 장애인 18명과 아기 7명(7월 2일 기준)을 돌보고 있다. 장애인 중 11명은 이 목사의 자녀들이다(9명은 입양).

이종락 목사는 7월 3일 홈페이지에 사죄의 글을 올렸다. 사진 제공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이종락 목사는 7월 3일 주사랑공동체 홈페이지에 사죄의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죄송하다. 부정 수급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어린 생명들과 미혼모부를 돕고 있는 제가 그들을 위해 쓰임 받기를 원하는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생각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벼락처럼 내려 주신 미혼모부와 어린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사역은 제가 평생 감당 못 할 수도 있지만,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이다.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고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아래는 사과문 전문.

언론 보도에 대한 공식 사죄의 글

이종락 목사입니다.

먼저 국민 여러분께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죄송합니다.

주사랑공동체의 사역을 위해 봉사하시고 후원하시며 기도로서 함께하시는 동역자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서둘러 말씀드리지 못하고 이제야 몇 자 적습니다. 며칠 동안 저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언론 기사가 여러 군데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 고백하면 경황이 없었고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님께 엎드리어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회가 정의하고 있는 법과 질서에 무지몽매하여 하나하나 챙기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실수나 책임이 있다면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다만, 18명의 장애인의 아버지요 위기 미혼모부와 아기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명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지금까지 왔으나 저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아이들과 아직도 도움을 바라고 있을 미혼모부들에게 혹여 영향을 미치고 있진 않을까? 심히 걱정되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려웠던 과거로부터 제가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저의 아이들을 앞세워 법적 판단이 내려진 부정 수급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지은 죄는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이미 공적 기관에서 이에 대한 전말을 밝혔습니다. 경찰 조사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부르면 가서 과정을 설명하고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책임지겠습니다. 기간, 액수, 대상, 참작할 만한 사연 등을 여기에 설명드리는 것이 다소 구차합니다.

이 일로 일선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금천구청 공무원 분들과 금천경찰서 분들에게 무거운 짐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직접 오셔서 걱정해 주셨던 공무원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를 여러 건 보았습니다. 이를 제보했다는 전직 직원이었다는 분의 말을 빌렸더군요. 가까이서 저를 오래 지켜보았고 실제 우리 공동체에서 실무 책임자로 사역하셨던 분입니다. '부정하게 사용했다'라는 단정을 하지 않고 '의혹이 있다'로 제보를 하신 모양입니다.

제가 이 부분은 감히 단정 지어 대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사용하지 않았는지 보다 우리 공동체가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해 왔는 지를 따져보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와중에 저의 실수나 착오가 있었다면 혹은 함께 사역하는 분들의 실수나 착오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게 부정한 것이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몫 또한 저의 것이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이런 일말의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제가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어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어린 생명들과 미혼모부를 돕고 있는 제가 그들을 위해 쓰임 받기를 원하는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생각을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후원금 사용에 대한 의혹에 앞서 함께 어려운 사역을 능히 해 왔던 분이 이처럼 저를 정죄하기 위해 나선 것 자체가 제겐 무척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아름다운 관계를 항상 소원하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또한 관계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인간으로서 억울한 마음과 분노를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그 누구도 정죄하지 않겠습니다. 목사인 저도 결국은 참 어리석고 죄 많은 사람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며칠 동안 제 안에 가장 큰 두려움은 제가 받을 죗값의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축복받아야 할 생명을 고통스럽게 끌어안고 어쩌지 못해 홀로 숨어 울고 있는 가련한 미혼모부와 어린 생명들의 위태로운 삶입니다.

기사들과 의혹들로 인해 베이비 박스로 오는 생명들의 발걸음이 이 일로 인하여 주저하게 되고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여 아기들이 생명을 잃을까 심히 두렵습니다.

이러한 죽음이 생긴다면 이것은 저의 책임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지금도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지켜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십여 년을 보아 왔던 그들의 삶이 저에게는 가슴이 미어지고 아플 정도로 지금도 안타깝고 지금도 위태롭고, 지금도 두렵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두려움은 오직 그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벼락처럼 내려주신 미혼모부와 어린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사역은 제가 평생 감당 못 할 수도 있지만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저는 이 사명을 목숨을 걸고 감당해야 됩니다.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고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만약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이들을 도와준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관련해 다만 저는, 제가 지은 죄는 책임지고 능히 감당하겠습니다. 이 또한 하나님의 아들로 살아가는 저의 마땅한 소임입니다.

다시는 이러한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9년 7월 3일
이종락 목사 올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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