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언론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기총의 대통령 하야 시국 선언 발표는 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광훈 목사가 올해 3월 1일 열린 문재인 탄핵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정교분리政敎分離는 정치권력과 종교의 결탁에 반대하고, 두 개가 서로 분리돼야 한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상당수 한국교회는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면서, 직접적 정치 참여는 자제해 왔다.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운동을 벌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전광훈 대표회장)는 정교분리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한기총은 종교가 국가와 정치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로 정교분리를 해석한다. 자유롭기 때문에 교회가 정치에 간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들만의 정교분리를 앞세운 한기총은 △한미 동맹 파괴 △안보 해체 △고려 연방제 시도 등 7가지 이유를 들어 문재인 정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의도와 달리 반발만 불러왔다. 교계에서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언론회(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을 두둔하고 나섰다. 6월 11일 성명에서 전광훈 목사를 "잠잠한 다수의 목소리를 대신해 용감하게 외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우국충정 목소리를 듣고 진실 앞에 서지 않고 기독교 단체를 흔들거나 애국자 개인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고 했다.

교회언론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국 선언(교회와 정치)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극우 인사들의 말잔치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합리적 사고를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7월 2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김명혁·박종화·박종언·이억주·임성택 목사, 이성민·이호선 교수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 70여 명은 마음에 드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손뼉을 쳤다.

토론회에 앞서 유만석 대표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유 대표는 "한국교회는 정치에 대해 종교 지도자가 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작된 정교분리 원칙은 정치가 교회에 대해 개입하지 못한다고 천명하고 있다"며 교회의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교회의 정치 투쟁은 당연
간섭, 폄훼 말라"
"기독당 만들면 안 돼,
불교당·이슬람당도 허용할 건가"

주제 발제를 맡은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임성택 목사는 교회의 정치 참여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교회는 권세를 검증하며, 그 결과에 대해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명이 있다. 이것은 교회의 정치권력에 대한 정당한 교권의 행사이다"고 했다.

한국교회 역사를 예로 들며 정치 참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임 목사는 "기독교는 항일 독립운동 주역이다. 3·1 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다. 기독교는 대한민국 건국 주역이기도 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한국교회는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며 반유신·반독재, 민주화 운동, 인권 운동 등을 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회의 정당한 정치 참여를 불순하게 매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임 목사는 "선지자적 사명을 가진 교회의 정치 참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악한 시도에 대해 끝까지 다투고자 한다. 교회의 정치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며 간섭받거나 폄훼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성택 목사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대안으로 기독당의 국회 입성을 제시했다. 임 목사는 "지금 이 나라가 위태한 것은 사실이며, 삼척동자조차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쪽에 서 있다. 우리 조국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근거는 수없이 많다. 내년 총선에서 기독당의 원내 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목회자들은 훌륭한 기독 정치인을 골라 그들을 현장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교회의 정치 참여는 가능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토론자로 나선 이들은 '교회의 정치 참여', '시국 선언문의 적시성'을 두고 논쟁했다.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호선 교수(국민대 법과대학)는 "교회가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종교 단체를 일반 단체와 달리 볼 필요가 없다. 교회가 정치적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박종화 원로목사(경동교회)는 다종교 사회에서 정교분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교회는 성경 말씀대로 자유·정의·평등을 위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목사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거나, 기독 정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는 공적 기구이다. 교회가 정치에 들어가면 예속된다. 정치는 권력을 추구하는 곳으로, 교회는 하수인이 되어 수명을 다할 것이다. 기독당을 만드는 것 또한 반대다. 나중에 불교당·이슬람당·천도교당이 나오면 허용할 건가. 차라리 하나님 뜻을 실현할 기독교인을 정치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목사들도 최근 한기총 행태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종언 목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 부회장)는 "전광훈 목사의 도가 지나쳤다는 교계 단체들 판단은 올바르다고 본다. 목사로서 선을 넘었다. 대통령 하야 운동을 하려면 목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총 시국 선언 발표와 관련해 이호선 교수는 "하야, 즉 헌정 중단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써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한기총이 주장하는 7가지 의제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어찌 됐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하야'를 언급한 건 섣불렀다"고 평가했다.

"적화통일 걱정할 필요 없어
좌든 우든 극단에 빠지면 안 돼
북한 다독여 민주·자유 나라로 가야"

박종화 목사는 극단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적화통일이 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질의응답 시간, 한 참석자가 박종화 목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박종화 목사도 과거 시국 선언에 동참했는데, 전광훈 목사는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1월경, 박 목사를 비롯한 교계 원로들은 '초당적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박종화 목사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한쪽에 빠지면 환자가 된다. 우에 빠지더라도, 극우 입장에 서지 말라. 마찬가지로 극좌 입장에 서지 말라. 누구는 되고 안 된다는 게 아니다. 극단주의에 빠지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간을 중풍병자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한민국이 공산화돼 가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얼마 안 가면 적화통일이 될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박종화 목사가 웃으며 답했다.

"내가 만난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흡수통일'하지 않을까 걱정하더라. 정작 남한은 공산화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남북 백성이 서로 두려움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중략)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종북주의자라고 하는데 여러분은 동의하나.(웃음) 내가 믿는 대한민국은 너무 강해서 북한이 (공산주의)하자고 해도 할 사람 없다. 극단주의자만 빼고.

'고려 연방제'는 북한이 남한보다 잘살았던 1970년대 초 김일성이 시도한 것이다. 지금 (북한은) 너무 가난해서 고려 연방제는 죽었다. 염려하지 말라. 사회주의도 죽었다. 북한을 잘 다독여서 민주·자유의 나라로 가자. 앞으로는 누가 더 경제를 잘 살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잘 실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승부를 가려야 한다. 공산주의 되고 싶지 않으면 잘하자. 공의로, 자유로, 선으로 악을 이기자. 북한을 복음화해야 하고 잘되게 해야 한다."

박종화 목사를 향해 경계심을 드러냈던 청중들도 이 대답을 듣고 박수를 보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본 이억주 목사(교회언론회 사무총장)는 "'교회의 정치 참여는 가능하다. 다만 (한기총의) 하야 주장은 과했다. 한미 동맹 파괴 등 7개 주장은 국민이 판단하게 하자'로 정리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토론자와 청중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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