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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이슬람 조장"…부천시 문화 다양성 조례안 '철회'

반동성애 진영, 지역 교계와 반대 운동…"공익 목적 조례안, 정치 이데올로기에 무너져"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06.25  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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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문화 다양성 보호 및 예술 활동 권장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부천시 조례안이 엉뚱한 이유로 철회됐다. 부천시의회는 6월 25일 본회의를 시작하기 전 양정숙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부천시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안'(문화 다양성 보호 조례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부천시는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2001년 제정한 '문화 다양성 선언'을 채택한 도시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5월 21일) 기념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번 조례안은 이 같은 맥락에서 발의됐다. 조례안에는 △문화 다양성 보호 및 예술 활동 권장 육성 △문화 다양성 실태 조사 △문화적 차이 존중 및 다양성 보호에 필요한 교육 개발 및 실시 △전문 인력 양성 △문화다양성위원회 설치 등의 방법이 담겼다.

조례안 철회 배경에는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보수 개신교계가 있다. 이들은 조례안을 '동성애 조장 및 옹호'로 해석하고, 반대 운동을 펼쳐 왔다. 특히 조례안 2조 2항 "'문화적 차이'란 개인이나 집단의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언어, 지역, 성, 나이, 신분, 장애 등의 차이에 따른 문화적 차이를 말한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 중 '성'과 '종교'를 콕 집어 문제 제기했다. 반동성애 진영은 '성별'이 아닌 '성'을 명시한 이유가 동성애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 성性 즉 '젠더'(gender)는 70가지 성을 의미한다며 조례안이 통과되면 부천시에 동성애가 넘칠 것이라고 했다.

문화적 차이 사유에 '종교'가 들어간 것을 놓고, 이슬람과 연관 짓기도 했다. 조례안에 나온 종교는 '모든 종교'를 의미하지만, 반대자들은 '이슬람'으로 받아들였다. 인종·종교에 따른 차이를 존중하자는 의미인데, 이슬람을 지원하고 옹호하는 내용이라고 곡해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조례안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이 참여하는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조례안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돌렸다. "차별금지법 유사 조례 부천시 본회의 통과 예정", "동성애 및 이슬람으로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려고 한다", "퀴어 행진 반대해도 문화적 차별이고 할랄, 무분별한 난민 유입 반대해도 문화적 차별인가. 통과되지 않도록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도 반동성애 기류에 적극 편승했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를 초청해 6월 16일 동성애대책세미나를 오정성화교회에서 개최했다. 부천시의회 앞에서 '이슬람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기자회견도 6월 21일 열었다. 일부 교회는 24일 열리는 집회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광고했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6월 24일 집회는 교계 반동성애 진영 인사들과 부천 지역 목회자들이 주도해 예배 형식으로 진행했다. 집회에 참석한 개신교인들은 '이슬람 동성애 문화 부천 유입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펼치며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대규모 행진이었다.

반동성애 진영은 조례안에 '성별'이 아닌 '성'을 명시한 이유가 동성애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역 개신교인들의 집단행동에 조례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조례안 발의에 참여했던 한 시의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6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다. 조문을 제대로 읽어 보지 않고 말을 붙이고 부풀렸다. 부천시가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는 품 넓은 도시가 되면 좋겠다는 기본 취지는 사라지고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공격해 왔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동안 개신교인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시의원들 연락처는 대중에게 이미 공개된 상황이었다. 그는 "지역 교회에서 항의도 많이 받았다. 이번 조례안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익적 목적이 있는 조례였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처절한 싸움을 해야 하는 것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이미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들은 해명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지방은 인권 관련 조례 무덤
"종교의자유 주장하며 특정 종교 부정,
공동체 사는 기본 도리 어긋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권 관련 조례안들은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늘 지역 개신교계의 벽에 막히고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는 이미 제정된 양성평등 기본 조례안 일부를 개정하겠다고 했다가 교인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젠더자문관'을 신설하겠다고 명시했는데, '젠더'라는 단어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부천·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청남도는 인권조례를 폐기했다가 지역 교계 입맛에 맞게 다시 제정했다. 경남 학생 인권조례도 난항을 겪다가 제정하지 못했다. '인권' 단어만 들어가면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교계가 손잡고 실력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이런 현상을 두고 "공공 영역에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는 모습은 IS(이슬람국가)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종교의자유·표현의자유는 보장받아야 할 다원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이 보장하는 것을 특정 종교가 반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기독교인의 자유는 보장해 달라면서 특정 국민의 자유를 부정하거나, 혐오·배제를 조장하는 것은 공동체를 살아가는 기본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했다. 이 일에 앞장서는 이들이 개신교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인권의 핵심적 가치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이는 기독교 사상에서 나왔다. 누구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건 참된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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